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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민 Aug 20. 2023

'낭만젊음사랑'이 내게 말을 건다

내 인샌의 데이터 베이스

 인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다양한 시선들을 공부하고 그 렌즈로 세계를 보게 된다. 언제는 인식론적 입장으로 세상을 세세하고 정확하게 보려고 했다면 현상학을 공부하면 의미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지를 어떻게 하면 그 '목소리'를 정밀하게 들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그러다, 우연찮게 들은 하나의 노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무엇인가 감동하도록 만들려고 한 것보다 마치 나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말을 걸어왔다. 그것의 목소리는 조용해고 적적했지만 그 목소리를 듣고 노래를 들었을 때 내게 필요한 감정들에 맞게 선물한 것 같이 고마웠다. 


 나는 내 삶을 살아가면서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오래되면서도 처음이자 낯설기도 하여 모든 것이 덤덤하지는 않다. 수많은 일들이 내 옆을 지나쳤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다른 사람과 만나게 되고 사건과 사고가 내게 찾아왔고 계속해서 다른 환경에 다른 것을 느끼며 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고 책임을 견뎌내야 했다. 이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내 안에는 무엇인가 함께 녹슬어가고 있었다. 함께 녹슬어간 이것은 한 때 정말 아름다웠고 흑백의 세상에서 알록달록 색을 입혀주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지만 당당하게 소리치며 '할 수 있다'라고 하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처럼 단순하거나 간단하지는 않다. 


 그 당시의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은 젊은 날의 꿈이었고, 희망이었으며, 이상이었다. 그것들은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니 꿈이 아니라 '낭만'이 되었다. 그런 것 같다. 내게 낭만은 헴릿의 유령이 되었다. 있으나 없는 것, 없으나 내 눈앞에 아른 거리는 것. 그러다가, 현실의 팍팍함에 고개를 들 수 있게 하는 그런 유령처럼 말이다.  나의 젊은 날의 꿈과 오늘의 내 안에 다 닳아 있는 낭만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조금더 세상을 힘내서 살아보자고 노래가 내게 말을 걸어왔고 알려주었다. 선에서도 직선이 있음과 동시에 곡선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 현실이 있고 낭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오늘은 술잔을 입에 기울이는 대신 노래를 귀에 기울여 끊임없이 들이켜본다. 




우린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젊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사랑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아무것도 모르지만 우린 괜찮을 거야


<이세계 - 낭만젊음사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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