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미래' 거기엔 무엇이 있을까
대학 때 기자가 꿈이었다. 그리고 어렵게 1998년 언론사에 들어갔을 당시만 해도 평생 기자로 직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1998년은 IMF 시절 직업 구하기가 쉽지 않던 때다.
하지만 10여 년 지났면서 기자직을 접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유는 몇가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매체 영향력 감소가 크게 와 닿았다. 온라인 매체가 하루가 멀다 하고 하나둘 생겨나면서 언론의 영향력은 날로 감소했다. 기사를 쓸 때마다 취재원의 전화를 받는 게 익숙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화가 오지 않았다. 기사(신문)를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 중 홍보직을 지원했는데 한 번에 채용이 확정됐다. 기대보다 빨랐다. 순간 운명이라 생각했다. 기사 쓰는 게 힘들다고 느끼던 와중에 채용돼 단박에 결단을 내렸다. 이직이다. 그때가 2015년. 당시 홍보로 이직하는 기자들이 적지는 않았다. 최근에 들리는 ‘기렉시트(기자+홍보 엑시트)’라는 말이 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필자는 15년 기자 경력으로 홍보팀장 직함을 받았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다. 뭐랄까. ‘다시 시작이다’고 생각했다. 야근도 많이 하고, 주말에도 출근해 열심히 일했다. 기자들이 결코 적당히 일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악바리’ 근성도 한몫을 했다. 기자는 신생 유통업체 전직했는데 초기 직원 220여 명 가운데 유통업계에 종사하지 않은 비유통인은 채 10%가 안됐다.
"기자에서 홍보로"
열심히 새로운 직장에 적응해 갔지만 뭔가 아쉬웠다. 무엇보다 내가 주류가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억눌렀다. 언론사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편집국에서만 있다가 지원부서에 있다 보니 존재감이 미미했던 게 아쉬움이 컸다. 생각이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대표가 바뀌었는데 새로온 대표와 너무 안 맞았다. 매일 아침에보고를 하는데 그 자리가 매우 불편했다.
결국 다시 전직을 생각했다. 4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유통업계로 갈까 아니면 언론으로 돌아갈까. ‘비주류를 하느니 차라리 주류를 하는 게 낫겠다’고 결심하고 다시 언론사를 노크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언론사 입사는 만만치 않았지만 다행히 선배들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4년여 공백 후 돌아온 언론사는 많이 변해 있었다. 미디어(언론사회)는 전과 비교해 더 크게 변했다. 사실 그 변화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 언론 현장에 와 보니 변하는 충격적이었다. ‘예상은 언제나 빗나간다’고 하지만 4년 사이에 이렇게 많이 변화했다는 게 놀랐다.
이 책은 기자를 꿈꾸는 사람 그리고 언론인 가운데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판단에 도움을 주고자 펜을 들었다. 물론 취업 때부터 홍보를 꿈꾸는 사람도 참고가 될 수 있지만 필자는 기자를 하다가 40대에 홍보직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상황은 다소 다를 것이다. 최근 기업 내 홍보담당자에 대한 비선호는 매우 심하다. 필자가 몸 담았던 기업에서 희망부서 보직이 없는 1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부서를 조사했는데 딱 한 명이 그것도 2지망에서 홍보를 지원했다. 그나마 그 지원자는 누가 봐도 1지망에 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던 업계에 다른 직원 수 600여명인 기업에서 대리급 내부 홍보 지원자를 찾았는데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던 적도 있었다.
"기자를 접고 새로운 삶을 꿈꾸시는 분을 위해"
이 책을 통해 기자의 실상을 보여주고 동시에 홍보로 전직해 성공하기 위한 요건 그리고 기자와 홍보의 장단점을 비교하고자 한다. 순수히 필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20여 년 언론과 홍보를 모두 몸담으며 보고 느낀 점을 전한다. 언론사 기자와 기업 샐러리맨이 얼마나 다른지 소개한다.
누가 기자로 적합한지, 홍보로 전환했을 때 잘 적응할 수 있는지 혹시 기자로 성장해 50대 이후에도 비전을 가질 수 있는지 정리하고자 한다. 기자로서 어떤 자세 그리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전하고 싶다.
필자는
필자를 간단히 소개하면 1990년대 대학을 다녔다. 당시만 해도 ‘기자’는 하나의 선망 대상이었다. 막강한 파워 때문이다. 온라인 매체가 없을 당시에는 주류 매체는 방송과 신문만 있었다. 잡지도 있긴 했지만 필드(취재현장)에서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자연스럽게 매체가 소수였고 힘은 막강하다 보니 처우는 좋았다. 입사할 당시 연봉은 대기업 이상이었고, 선두 금융사와 어깨를 견줄만했다. 대기업보다 연봉이 좋으니 연봉 불만은 없었다. 게다가 직장 생활하며 돈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주로 홍보팀에서 점심과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2016년 시행된 김영란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인해 이런 식사 접대 문화는 많이 변했다.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사실상 금액적 한도 없이 대접을 받았다.
이런 이점으로 인해 1990년대만 해도 ‘언론고시’로 불렸다. 매년 뽑는 인력도 100~200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안다. 필자는 1998년 말 IMF 외환위기에 입사했고 당시만 해도 기자 채용이 채 50명도 안됐다.
홍보는 2015년부터 4년간 있었다. 기자 스펙으로 전직에 성공했다. 정말 기자와 비교하면 일장일단이 있다. 날마다 마감하는 스트레스가 사라졌던 것은 큰 메리트다. 하지만 그만큼 불만도 많았다. 홍보는 당연히 지원부서다. 주무부서로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어쩔 수 없이 돈을 쓰는 조직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온라인 매체 팽창 시점이고 홍보예산도 정해져 있다 보니 여러 한계도 느꼈고 결국 조직을 키우는데 어려웠다.
이 책이 기자와 홍보 직업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3~4차례 전직을 묵묵히 지켜봐 주며 응원해준 아내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