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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라 May 19. 2022

1. 기자 vs 홍보 (1) 워라밸

9가지 항목별 기자와 홍보맨 직접 비교

20여 년 기자와 홍보팀장으로 직장생활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자와 홍보직 10개 분야별 장점과 단점을 비교한다. 기자를 꿈꾸고 있거나 기자직을 접고 홍보직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참고하길 바란다. ‘전직/구직시 이런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정리했다.

  

(1) 워라밸

시에라의 Pick ‘기자 < 홍보’

휴가 때 '눈치' 봐야 하는 기자


기자로 안타까운 것은 자유롭게 휴가를 쓰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휴가계를 낼 때 눈치가 많이 보인다. 모든 기자는 본인 출입처{취재 대상)가 있다. 예를 들어 산업부 '전자'담당이라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출입처로 둔다.


언론사 입장에서 기자가 휴가를 간다는 이유로 출입처 뉴스, 소식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소위 ‘땜빵’이라는 다른 기자가 대신 처리를 해야 한다. 같은 부서 선배 또는 후배가 맡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중요한 행사라도 있으면 사실 휴가 쓰는 게 안 된다. 이게 출입처마다 다르지만 많게는 1주일에 한 번꼴로 있다. 2박 3일, 3박 4일 휴가는 힘들다.


선후배 기자들이 맡을 수 있다. 하지만 기껏해야 보도자료 처리 정도다. 이미 본인 출입처를 관리해야 하는데 휴가를 냈다고 동료의 행사를 챙기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중고참이 되면 그나마 후배들에게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주니어 시절에는 휴가 쓰는 게 정말 눈치 보인다. 이 때문에 몇 년 동안 휴가를 쓰지 못했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오히려 고참기자가 휴가를 편하게 쓰지 못한다. 준 데스크급이 되면 기사 이외에 해야 할 일이 많다. 데스킹도 봐야 하고 그날그날 기사를 회의를 통해 정리하는 ‘데스크 회의’에도 들어가야 한다. 실제로 휴가를 자주 쓴다는 이유로 ‘애사심이 부족하다’며 승진에서 누락한 케이스도 봤다. 중요한 시기에 1주일 장기 휴가를 내고 해외에 나갔다는 이유다. 물론 변명일 가능성이 크지만, 사실 직장생활에서는 승진 등의 경우 변명의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


지원 부서인의 메리트 ‘홍보’


홍보 업종에 있는 사람이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무척 자유롭다. 회사 기자간담회 등 특별한 이벤트만 피하면 된다. 필자는 홍보팀장 시절 감기에 걸려 굵직한 회사 행사인 사회봉사 활동에 빠졌는데 진행과 보도자료 처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메인 부서가 아닌 만큼 오히려 휴가 사용이 편하다.

 

물론 휴가를 휴가 같지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건이 터져 기자의 전화에 응대해야 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 때도 웬만한 경우 ‘휴가 중’이라고 기자에게 얘기하면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팀원에게 하거나 급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전화한다.

물론 몇몇 무례한 기자는 예외다. 실제로 필자는 해외 휴가지에서 긴 시간 통화한 적이 있다. 당일 패키지여행을 신청했었는데 기자 취재에 응대하는 바람에 패키지 이용을 못했다. 기자가 마감 때문에 한 시간 가까이 국제전화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홍보직에 있을 때 휴가 사용하는데 전혀 눈치를 안 봤다. 아마 시간이 갈수록 이는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기자도 '여유'를 만끽 할 수는 있다.


‘워라벨’에 꼭 맞지는 않지만 기자는 미리 부지런을 떨면 ‘원하는 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감을 최대한 빨리하고 그리고 그다음 날 발제할(쓸) 기사를 찾으면 된다. 그러면 그날 오후와 저녁은 본인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주니어 시절에는 힘들겠지만 특별한 행사가 없고 다음날 발제기사(기자는 날마다 아침 또는 전날 저녁에 쓸 기사를 상사에 보고해야 한다)가 정해지면 일찍 퇴근도 가능하다. 기자는 모든 평가가 출고한 기사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에피소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전한다. 기자가 몸담고 있던 회사 선배 기자 A는 일주일에 2~3일 정도만 일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A 기자는 예를 들어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 5일 치 발제 아이템을 모두 취재한다. 심지어 한 곳에서 심도 있는 취재로 기사거리를 2~3개 찾아내기도 한다. 물론 기사거리가 되는 아이템들로 그만큼 취재력이 출중하다는 방증이다.

게임회사라면 ‘현재 출시 게임에서의 시장 반응’ ‘차기 개발작 준비 현황’ ‘정부 게임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을 두세 시간 동안 집중 취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첫 회사 취재를 바탕으로 다른 경쟁 게임회사에 전화를 걸거나, 메일을 보내 동일하게 취재하거나 자료를 요청한다. 그래서 사흘에 걸쳐 나눠서 출고를 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한 곳에서 3건을 발굴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과거에는 매체 취재 경쟁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10년 차 이상의 고참 선배로 취재 능력이 꽤나 탁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 이 선배 기자는 2~3일만 취재하고 나머지는 어떻게 보냈을까. 팀장급 기자였기 때문에 부장(데스크) 양해 하에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냈다. 예를 들어 기업 홍보팀 관계자와 함께 골프를 위해 야외로 나가거나(과거에는 이것도 가능했다) 아니면 극장, 당구장 등에서 시간을 보냈다. 2000년대 초반 얘기다. 당시에는 회사에서 기사 마감을 했는데 아침에 마감 후 외근을 나갔다. 날마다 취재기사를 마감하니 누구도 비판하지 못했다. 출입처를 잘 관리했고 작성하는 기사도 꽤나 우수했다. ‘기자는 기사로 평가한다’고 한다. 기사가 좋으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바쁠 때만 피하면 여유시간 넘치는 홍보


홍보팀은 회사에서 대부분 절대적으로 지원부서다. 일을 기획한다기보다는 위기 대응 또는 주력 사업부서의 성과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처음 기자를 그만두고 홍보팀장으로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의욕을 부리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좀 시간이 지나니 여유가 생겼다. 정확히는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일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대표적인 역할인 보도자료 작성인데 그 루트(소스원)를 얼추 알게 됐다. 주간, 월간 회의자료를 보면 알았다. 연간 행사 일정도 참고하면 됐다. 굳이 각 부서를 돌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몇 개월 일을 해보니 보도자료가 나올 부서가 뻔히 보였다. 자료가 나올 시점도 적당히 맞출 수 있어, 그때 즈음 찾아가면 보도자료 아이템이 보였다. 물론 해명자료 등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고 기껏해야 이틀 정도 바쁠 뿐이다.


이런 근무 루틴이다 보니 홍보팀은 기자가 이해하기 힘든 한가로운 작업을 반복하기도 한다. 보도자료 작성의 경우다. 속된 말로 대세에 큰 지장이 없는 문구로 결제가 반려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필자가 속한 회사에서는 보도자료 배포 3~4일 전에 임원 보고(본부장 그리고 대표) 절차를 밟았는데 가끔 별 의미 없는 이유로 재작성을 요구받았다. 팩트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를 더 넣어라’ ‘미사여구를 집어넣어라’ ‘어느 부분을 강조하라’ 등이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언론사에 있었다면 기사 팩트를 고치는 것이 아니니 10~20분 만에 수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반나절 후 또는 익일에 수정된 보도자료를 보고하게 된다. 그러면 반나절 이상 동안 무엇을 할까. 팀원들에게 ‘반려됐다’며 다시 쓰라고 지시한다. 사실 기자 출신인 필자는 팀원들이 자료(보도자료)를 작성해 올려도 대개 직접 자료를 만들었다. 팀원들에게 수정을 지시하면 최소 반나절은 걸린다.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으니 서두를 이유도 별로 없다. 팀원이 수정해서 자료를 갖고 오면 한두 시간 동안 필자가 다시 손을 보고 임원 보고에 들어간다. 

상사는 대부분 수정된 부분을 확인한다. 상사가 지시한 내용이 반영되면 만족을 하고 처리한다. 가끔은 다른 부분 수정을 요청해 다시 하루 늦게 재가되기도 한다. 그날 작성해 그날 처리하는 기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아무래도 여유시간이 많다 보니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틀린 부분이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꼼꼼히 보기는 한다. 하지만 기자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알겠지만 오자와 탈자는 아무리 오래 지켜본다고 잡아지질 않는다. 


기자와 홍보맨 '시계'보는 목적 달라


필자가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한 말이 있다. ‘기자와 홍보팀장 시절 하루에 10번 시계를 쳐다봤다면 그 취지는 달랐다. 기자 시절에는 마감 때문에 시간이 빨리 가서 ‘제발 천천히 가라’며 10번 쳐다봤다면  홍보팀장 시절에는 언제 퇴근하는지 확인 때문에 10번 쳐다봤다.’ 특별히 보고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는 오후 6시 퇴근이라면 4~5시부터 일이 없을 때가 종종 있었다. 인터넷 서핑만 하다가 6시가 되면 칼같이 퇴근했다.

물론 바쁠 때도 있다. 회사에 대한 나쁜 뉴스가 나올 때가 특히 그렇다.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되겠지만 당연히 임원 보고하고 바로 실무부서로 뛰어가 팩트 확인 작업을 했다. 그리고 팩트가 틀렸을 때는 기자에게 기사 수정도 요청해야 한다. 언론사를 찾아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다른 매체에서도 문의 전화가 오면 응대해야 한다. 광고를 목적으로 악의적인 매체도 이럴 때 전화가 오곤 했다. 물론 짜증 나고 정신없는 시간의 연속이다. 하지만 1년에 이런 날은 아마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렇게 기억에 많이 남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런 악의적 기사가 나왔던 날도 당황이야 했겠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정리


기자는 바쁘다.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언제나 그렇지 않지만 특별 이벤트로 한동안 고생하고 나면 회사에서 쉴 시간을 주기도 한다.

홍보직은 평상시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언론을 챙기는 것을 주로 하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물론 기자에서 홍보직으로 갈아타자마자 여유가 생기기는 힘들다. 하지만 적응이 되고 업무가 손에 익으면 여유시간이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여유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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