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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14. 2018

'애증의 중국 비비고'에서 한식을 먹을 땐 칠레와인을

#맛객 #와인 #CJ비비고

<맛객> 애증의 비비고, 그댁 주인과 가봤습니다

    오늘 귀인을 만났다.
    애 또 설레발 오진다. 하겠지만, 또 귀인다.
    이러다가 귀인 성애자가 될 지경인데 어쨌든 귀인이다.
    양력을 읊어보면 나한테 만날 대차게 까이는 CJ 비비고 식당의 큰댁 어딘가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다.
    2진 선배 상견례차 또 끌려 나간 것인데 여기 홍보 부장님을 내가 워낙 사랑하고, 맛객모임 멤버시기도 한지라 가기 싫은 비비고로 몸살기가 있음에도 갔다.
    사실 비비고는 식당 유형에 따라 여러 등급이 있는 것은 아닌데 중국 현지화를 해선지 프렌차이즈인데도 좋은 집, 나쁜 집이 있다.
    오늘 간 곳은 CJ 현지직원들의 교육장과 분점급 사무실이 딸려 있는 한인촌 왕징 내 비비고다. 아마 베이징에 있는 비비고 중 제일 좋을 것이다.
    CJ 어르신들은 여기서 보통 저녁 약속을 잡는데 이때 '비비고 특식'이라 부르는 메뉴를 먹을 수 있다.
    뭐 특별한 메뉴는 아니고 코스 형식으로 기존 메뉴를 서빙해줘서 붙은 이름이다.
    아. 다시 귀인 이야기를 하자면 이 분은 나와 동향이다. 대부분 서울서 지내셨지만, 특이한 이력이 있으시다.
    전주에서 판소리를 짧게 몇 달 명창께 사사하신 적이 있고 한다. 멋지지 않은가? 전주 사람은 다들 판소리 한자락하거나 단가라도 한 소절 불러야 제 맛이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판소리를 하신 분인데 어찌된 것이 술은 와인을 준비해 오셨다.
    와인. 내가 이야기하면 말이 길어지니 안 하고 있는데 와인은 좋은 술이다. 요새는 내가 차에 빠져서 그렇지 와인도 차 못지 않다. 다만 취해서 일이 안 되고 글을 못 쓰는 단점이 있다.
    오늘 귀인이 가져오신 와인은 제3세계 와인의 어여쁜 재간둥이 '몬테스 알파'였다. 와인 마니아이신지 통 크게 짝으로 가져 오셨다.
    그렇다. 다 마시고 왔다.
    칠레 와인은 다들 알다시피 맛있다. 왜 맛나나요? 물어보면 그냥 맛나. 일교차, 기온, 기후, 포도나무, 와인 양조 기술 다 그냥 그렇게 돼 있어.
    포도 품종은 '메를로'. 보통 블렌딩 할 때 쓰는 와인이지만, 뭐 신의 물방울 오바 브루스 안 출 거면 이렇게 가볍게 셀렉트 실수 없이 즐기기 좋은 품종이다. 아닌데 아닌데 와인의 왕은 카버네쇼비뇽인데? 부르고뉴 피노누와 인데? 아닌데 독일 스위스 리슬링 와인인데? 이러면 당신은 부자! 인정! 많이 먹고, 먹을 때 나 좀 불러줘.
    그래도 나는 메를로도 좋아한다. 바디감이 어떻고 저떻고 할 거 없이 꿀렁 꿀렁 한식하고 먹기 좋다. 고기 돼지 파티 할 때는 물론 까부네쇼하네 하는 보르도 와인 마셔라.
    근데 메를로는 한식 먹을 때 마시면 좋고, 해산물, 고기 가릴 거 없이 반주하기 좋다. 왜 블렌딩해서 먹겠나. 거 뭐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애가 대중적인 맛은 아니라 그런 거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옵빠, 나 고기랑 해물 같이 먹는데 무슨 와인 마셔?"
    "응. 누가 서빙해주는 거 아니면 화이트, 레드 따로 사지 말고 메를로 마셔"
    또 가끔 이런 질문 받는다.
    "형. 시라즈 한번 마셔보고 싶은데 뭐가 좋아?"
    "응. 프랑스 남부나 호주꺼 아니면 걍 먹던 거 먹어. 거 맛 없다. 그러니까 메를로 먹어"
    어린노무 좌식들도 한번씩 묻는다.
    "삼촌, 나 돈 없는데 어떤 와인 먹어야해?"
    "응. 일단 돈 안 벌면 먹지 말고, 정 먹고 싶으면 토스카나 지방 끼안티 먹어. 아님 칠레 메를로 먹어"
    
    아. 물론 나는 여러 와인을 마시지만, 아니 마셨지만 그냥 메를로 하나면 웬만한 자리는 된다.
    혹시 그대가 걸레 빤 물을 좋아한다면 5대 사또를 드셔도 좋다. 마셔보면 알지만, 그냥 그런 맛이다.
    소물리에가 될 거 아니면 그냥 먹던 거 먹으면 된다. 홍어 삭힌 거 찾느라고 오바하다가 입천장 홀라당 벗겨지는 거하고 똑같다.


    어제 음식은 준수했다. 해군 4대장하고 오면 원피스 해군 식당도 상디처럼 요리해주겠거니 하고 먹었다.
    특히 굴전, 키조개 관자하고 메를로가 잘 어울렸다. 물론 돼지고기 바비큐와 백김치 보쌈하고도 잘 어울렸다. 또 부대찌개 라면하고도 잘 어울렸다. 앤드 군만두하고도 잘 어울렸다. 아노.. 골뱅이 무침 데스 하고도 잘 어울렸다.
    그러니까 그냥 메를로 먹어. 두 번 먹어.
    참. 그리고 칠레 와인 먹을 때 잘난 척하고 싶으면, 2008년 칠레 대지진을 생각하면 좋다. 당시 와이너리가 완전 와장창해서 큰 타격을 입었는데 손님이 가져온 와인이 2008년 기준 이전이면
    "와인 드실 줄 아네요. 그때 많이 망가져서요" 라고 칭찬해라.
    그럼 그 이후 거 가져오면?
    "참.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네요. 저는 대지진 이후 2008년 이후 빈티지만 먹습니다" 라고 해줘라. 그러면 너 거래 성공!
#맛객 #애증의비비고 #프레이포칠레 #메를로먹어두번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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