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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23. 2018

한중일 쌀최강자전...어떤 밥이 제일 맛있을까?

#맛객 #쌀 #밥 #밥맛

한중일 쌀최강자전. 왼쪽부터 지평선쌀, 우창쌀, 아코메야쌀.[지평선쌀 출처 : 두레마을]

<맛객> 한중일 쌀 최강자전…어떤 밥이 젤 맛있을까?


    ++주의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비교 대상도 한국 김제평야서 나는 지평선쌀, 중국 대륙 최강 우창쌀, 그리고 일본 쌀편집샵인 아코메야에서 어렵게 공수한 키누무스메 품종으로 매우 협소하단 것을 미리 밝혀 둡니다. 그냥 재미로 하는 거니 재미로 봐주세요.



    한중일 쌀최강전을 기획하고자 계획했던 것은 중국에 와서 명품쌀인 헤이룽장 우창쌀을 맛보면서였다.

     한국쌀과 일본쌀이야 워낙 자주 접해 봤지만, 주식 종류가 만두도 있고, 면도 있고, 쌀밥도 있는 중국에서 쌀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 친구 중 한 분이 일본 쌀편집샵인 '아코메야'(코메=쌀, 야=집 쌀집이란 뜻)에서 가져온 쌀에 대한 포스팅을 남겼다.

    무슨 보자기 같은 데 한 줌씩 포장된 쌀을 소개하셨는데 밥맛이 어마무시무시하다는 코멘트가 달렸다.

    사실 진정한 맛객은 반찬이나 메인디시보다 밥을 중시한다.

    남도 맛 기행을 하면서 느꼈던 거지만 항상 아쉬운 부분은 밥이었다.

    남해와 서해를 허리춤에 두르고, 내륙에도 나주평야와 축산 지대가 가득해 온갖 산해진미로 무장한 남도의 밥상은 이제 맛의 고장 전주를 저만치 앞서 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리 북도의 맛을 편들어 주고 싶어도, 재료에서 오는 그 압도적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가 않다.

    예를 들면 홍어 삼합이 아무리 맛이 나도, 고흥의 '소고기+키조개 관자+김장김치' 삼합 조합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군산의 꽃게장이 아무리 맛있어도, 싱싱한 서남해 꽃게를 간장에 툭툭 찍어서 먹는 날게장을 이기기는 어렵다.

    아무리 간을 잘 맞춰서 조린 병치 조림이 있어도, 남도에서 나는 덕자(엄청 큰 병치)가 밥상에 올라오면 그냥 신안 굵은 소금만 솔솔솔 뿌려서 구워내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김제평야하면 역시 쌀이다. 한국에서 지평선이 보이는 유일한 곳.

    다만, 아직 희망이 있다면 북도가 자랑하는 김제평야를 중심으로 나오는 훌륭한 쌀이다.

    북도의 쌀은 밥상 위의 변덕규(가자미)인 쌀밥의 맛을 결정하고, 휘둘리는 재료의 갭을 메워버리는 기염을 토해 낸다.

    남도의 밥상은 화려한 재료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쳐 주는 근간인 쌀밥의 맛이 부족한 것이 매번 아쉽다.

    남도에도 나주평야가 있을 터인데 왜 이런 밥맛이 나는지는 아직은 나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밥맛은 압도적으로 북도의 승리다.

    물론 국내 최강자인 경기도 이천 임금님쌀이 있지만, 북도에서도 소규모 농사를 짓는 논에서 직접 먹을 때마다 도정하면 이천쌀과 필적하는 아니 어쩌면 더 웃질의 쌀을 얻을 수 있다.

    잡설은 이만 하고, 오늘 내가 해보고자 하는 것은 한중일 쌀 중 최고를 가리는 최강자전이다.

    대표 선수들의 라인업은 이렇다.



    한국 : 김제평야 지평선쌀(고급라인, 1㎏ 3500원, 품종 신동진벼)

    중국 : 대륙 최강 우창(五常)쌀(올해 도정한 햅쌀, 1㎏ 3000원, 품종 우창벼)

    일본 : 도쿄 긴자 쌀편집샵인 아코메야쌀(코메=쌀, 야=집, 1㎏ 한국서 9000원, 품종 키누무스메)



    일단 대표선수들에 대해서 '아이고, 한국 대표는 임금님쌀이지 무슨 소리 철원 오대쌀이지', '일본은 고시히카리 아냐'라는 식으로 국가별로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그냥 대충하자. 그래도 이만하면 됐지 싶다.

    맛 평가는 향, 색, 맛, 식감, 어울림 등 5개 부문으로 나눠서 진행해 봤다.

    그리고 분야별 1위를 선정하되 괜히 서열을 매기는 우려를 범하지 않기 위해 2, 3위는 평가하지 않고, 종합적인 감상만 남기겠다.

    먼저 밥을 짓고 나서 밥을 저을 때 올라오는 향에 대해서 말해 보자.

아주 맛난 우창쌀. 대륙 최강이니 어쩌면 세계 최강일지도 모른다.

    이 부문에서는 압도적으로 우창쌀이 앞선다.

    우창쌀은 인도나 동남아의 쌀처럼 향을 입힌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엄청나게 고소한 향이 밥을 짓기만 해도 온 집 안에 퍼질 정도로 향기롭다.

    그러니까 자스민쌀 같이 싸구려 비누향이 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구수하고 향긋한 쌀 내음이 난다. 그래서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우창쌀을 먹었을 때 '와 이건 넘사벽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창쌀이 맛있다는 것은 찰기가 좋고, 밥에서 단맛이 날 정도로 맛도 좋지만, 그보다는 이 밥 향기에서 오는 '와, 죽인다'라는 첫 번째 인상이 60% 이상 밥맛을 압도해버리는 것 같다.

    다음으로는 색이다.

지평선쌀로 지은 밥

    밥색은 순백색이 얼마나 나느냐보다는 쌀이 얼마나 차르르 윤기가 나는지에서 갈린다.

    일단 이 부분에서는 나는 한국의 지평선쌀이 가장 앞선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토양의 영향인 것 같은데 지평선쌀은 밥을 지어 놓으면 뽀얀 아기 엉덩이같이 색이 투명하고, 윤기가 흐른다.

    이에 비해 우창쌀은 약간 노란 빛이 돈다. 아코메야쌀도 역시 엄청나게 색이 좋지만, 아주 근소한 차로 지평선쌀에 밀리는 것 같다. 윤기 부분에서는 지평선쌀보다는 우위에 있는데 전체적인 색감이 조금 아쉽다.

    다음은 맛.

    맛에서는 솔직히 셋 중에 고르라면 답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 셋 다 너무 훌륭한 쌀이고,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맛있을 정도니 우열을 가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래서 이 부문은 가성비로 따져서 순위를 굳이 정하자면 우창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각국의 상대적 물가를 비교하면 이 또한 맞지 않기 때문에 맛 부문에서 승자는 없다.

    이제 식감이다.

이 찰기를 보라. 이에 쫀득쫀득 달라 붙는 맛이 일품이다

    식감 부분에서만큼은 아코메야쌀을 따라올 상대는 없는 것 같다. 후보 쌀들은 사실 모두 비슷비슷한 품종으로 찰기가 있는 것이 특징인 쌀들이다.

    식감에 대한 평가에 앞서 각 브랜드의 품종에 대해서 살짝 알아보고 가자.

    지평선쌀 같은 경우 신동진벼로 1999년 인공교배를 통해 만든 품종이다. 한국 마트 쌀코너의 대부분이 신동진벼로 구성돼 있으며, 대형 RPC에서 도정하는 쌀도 품질 등급을 신동진벼의 구성 비율로 나룰 정도다.

    우창쌀의 품종은 우창벼로 그 연원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청나라 건륭황제 때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우창쌀의 인기는 중국에서 엄청나다.

    품종에 대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밥에서 나는 팝콘향 비슷한 향기로 미뤄 이와 비슷한 향이 나는 중간찰 품종인 '골든퀸3호'의 조상뻘 되는 품종으로 추정된다.

    우창쌀은 헤이룽장(黑龍江) 우창 지역에서 나는 쌀로 한 해 생산량이 100만t으로 매우 적다. 중국에서 우창쌀 수요가 1000만t이 넘는 것을 생각하면 곡식이 싼 중국에서 우창쌀이 왜 그렇게 비싼지 알 수 있다.

    특히 쌀 알곡이 약해서 도정과정에서 손실률이 높다. 일반쌀이 30% 정도인 데 반해 우창쌀은 45%에 육박한다.

    아코메야의 키누무스메 역시 일본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품종으로 밥을 지으면 반투명색과 광택과 윤기가 엄청난 것으로 유명하다. 2006년 키누히카리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종자다. 내가 먹은 것은 시내마현 이즈모시에서 난 쌀로 시마네현은 쌀로 유명한 고장 중 하나다.(김찬우님, 누리팍님 감사합니다)

    이 셋 중에 단연 최고의 식감인 쌀을 꼽으라면, 아코메야쌀이다. 아코메야로 지은 밥은 찰기가 일단 어마어마하다. 이에 밥알이 달라붙을 정도로 쫀득한 맛이 일품이고, 씹으면 씹을수록 올라오는 단맛도 일품이다.

    밥을 씹을 때 느껴지는 찰기는 멥쌀임에도 불구하고 찹쌀에 더 가까울 정도로 독특하다.

밥은 역시 국에 말아서 김치랑 먹음 쵝오지

    마지막으로 어울림 부문이 남았다.

    사실 어울림 부문은 내가 평가에 넣은 부문인데 밥의 특성이 반찬과 곁들여 먹는 것이기 때문에 음식들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했다.

    일단 한식에서는 지평선쌀이 당연히 우세에 있다. 일단 찰기가 지평선쌀보다 많은 우창쌀과 아코메야쌀은 국물에 말았을 때 찰기가 퍼지기도 하고, 국물이 밥에 잘 배지 않는다.

    반면, 찰기가 조금 덜한 지평선쌀은 국과 아주 잘 어울리고, 조림 국물을 쌀밥에 비벼 먹어도 아주 어울린다.

    반찬을 얹어 먹을 때는 또 순위가 바뀌는 데 이때는 단연코 국물이 없을 땐 아코메야가 압도적이다. 일단 향이 너무 강한 우창쌀에 비해서 덜 거슬린다.

    밥은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게 주요 롤이기 때문에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우창쌀보다는 아코메야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중식같이 밥을 모든 음식을 먹고 난 다음에 주식으로 따로 먹는 경우에는 당연히 우창쌀이 최고의 자리로 올라간다. 이때는 밥 자체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향긋한 내음과 씹을수록 강한 단맛이 나는 우창쌀을 이길 자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부문에서는 승자가 없다.

    이제 결론을 내보자.

    향에서는 우창쌀, 색에서는 지평선쌀, 맛은 평가 불가, 식감에선 아코메야, 어울림에선 평가 불의 결과가 나왔다.

    무슨 소년 만화 같지만, 굉장히 엄격하게 심사를 한 결과 한중일 대표쌀의 스코어는 1:1:1로 결론이 났다.

    그냥 개인적으로 가장 괜찮았던 쌀을 꼽으라면 나는 우창쌀을 선택하고 싶다. 일단 내 기준에서 가격이 무지 싼데도 밥맛은 나머지 두 쌀에 필적하니 가성비로 따져서 고른 것이다 .

#맛객 #한중일쌀최강자전 #지평선쌀 #우창쌀 #아코메야키누무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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