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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an 12. 2019

798의 역사와 함께 먹는 셰프의 손맛 '차오랴오창'

#맛객 #798 #멍린셰프의집

멍린 셰프가 798에서 운영하는 차오랴오창.

<맛객> 798의 역사와 함께 먹는 셰프의 손맛 '차오랴오창'

    요즘 중국 레스토랑은 특정 지역에 국한에 음식을 내지 않는다.

    여기서 내가 식당이라는 표현 대신 레스토랑이라고 표현한 것은 젊은 셰프가 운영하는 세련된 식당은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다.

    내가 애정 하는 중국 문화 예술구인 798에는 괜찮은 식당들이 좀 있다.

    화교 출신 아일랜드 부부가 예약제로 운영하는 소규모 식당부터 베이징 요릿집인 나쟈찬팅(那家餐厅) 같은 프렌차이즈 식당, 그리고 오늘 내가 방문한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차오랴오창(草料厂)까지 비교적 세련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많다.

    오늘 내가 찾은 차오랴오창은 쓰촨(四川) 요리를 베이스로 각 지역의 맛 난 식재료를 공수해 선을 보이는 멍린(梦林) 셰프의 애정이 어린 가게다.

    위치는 798예술구의 가장 큰 규모의 뮤지엄인 민생은행 갤러리 건너편에 있어 찾기도 매우 쉽다.

    멍린 셰프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798의 역사를 가게 안으로 끌어와 향수를 자극하는 인테리어로 손님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런 인테리어가 가능한 이유는 그의 남편이 798의 옛 정취가 느껴지는 소품들을 모으는 컬렉터기 때문이다.

    차오랴오창에 가면 개혁개방 훨씬 이전인 신중국 초기에 병참기지가 있던 798의 흔적이 묻은 물건들이 많다.

    테이블부터 찻주전자, 크게는 별실의 출입문, 화장실, 라디에이터, 장식장까지 가게 안에서는 1950~1980년대 레트로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식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일단 셰프 타이틀이 걸린 레스토랑답게 매우 맛이 좋다.

    기본적으로 매콤한 쓰촨 요리가 주를 이루는 데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나도 쉽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과하지 않게 자극적인 맛이다.

    그리고 운남 음식들도 많은 편인데 운남 지역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멍린 셰프가 신기한 식재료를 들여와 메뉴로 개발한 요리들이 매력적이다.

    오늘 먹은 요리 중에 가장 독특하고 신기했던 요리는 운남 소나무 새순 초절임이었다.

    이 요리는 한국에도 있는 맛이긴 한데 뭔가 식감이 더 특이하고 향이 진하다고 할까?

    맛이 희대의 역작 '솔의 눈'과 비슷한대 한국에 있는 솔나물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의 솔나물은 간장과 고춧가루를 베이스로 무친다면 차오랴오창의 소나무 새순 초절임은 중국 식초와 매콤한 쓰촨 고추를 넣어 버무린다. 초절임이라 느끼한 중국 요리를 먹으면서 하나씩 집어 먹으면 입안에 소나무향이 돌면서 입맛을 개운하게 행굴 수 있다.

    다음은 쓰촨 스타일 요리들인데 나의 위와 대장을 자극하지 않는 쓰촨 요리인데도 감칠맛이 나는 경우를 나는 처음 느껴봤다.

    새우요리는 그중에서도 일품이었다. 통통한 새우살에 밴 쓰촨식 매콤한 양념은 새우의 단맛을 더 북돋워 줬다. 또 안에 들은 목이버섯이 매콤한 소스에 적절히 적셔져 적당히 매운 맛을 내는 것도 정교한 맛 밸런스를 맞춰줬다.

    아 그리고 이 집 가지튀김은 진짜 대박 맛있다. 한국으로 치면 가지 탕수육? 아니 가지 쓰촨 탕수육쯤이 맞겠다.

    그다음은 싼베이지(三杯鸡)가 맛이 좋았다. 싼베이지는 대만 요리인데 간장 1컵, 설탕 1컵, 청주 1컵이 들어가는 닭요리라고 해서 싼베이(3컵) 지(鸡·닭)라고 부른다.

    대만요리는 벨라티오가 잘하는 편인데 여기도 셰프의 식당이라 그런지 못잖게 아주 맛이 좋았다.

    특히 원래 레시피에서 설탕을 한 1/3컵정도 뺀 것 같은데 셰프의 감으로 간을 적절하게 맞춘 것 같아 너무 달지 않고 내 입맛에는 더 맛있었다.

    그리고 오크라 볶음. 오크라는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요즘 많이 먹는다.

    일단 찐득한 진액이 많아 위에 좋고, 또 응? 뭐시야? 응? 그 크흠 크흠 거시기에도 좋아. 크흠.

    두부탕 역시 어떤 두부를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중국 두부 특유의 그 탄 냄새가 안 난다. 마치 한국의 맑은 두부탕 맛이 나는데 그보다 더 깔끔하다고 할까.

    중국 음식 중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게 은근 탕 종류인데 이 탕은 어떤 한국인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맛이다.

윗줄 두부탕, 가지튀김, 오크라볶음. 아랫줄 싼베이지, 새우마라볶음.

    마지막으로 사실 오늘 음식의 하이라이트는 주식인 면 요리였다.

    이 쓰촨면은 뭐랄까. 하. 일단 중국의 그 퍼석퍼석한 면이 아니다. 엄청 쫄깃하고, 쏸차이를 물에 씻어 낸 뒤 특수 소스와 함께 볶아 얹어 나오는데 멍린 셰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내가 먹어 본 중국 면 요리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다.

    정말로 배고픈 상태에서 먹으면 3그릇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쏸차이 면. 기가 맥힌다 진짜.

    오늘의 술은 두구두구두구 바로 군납 마오타이주.

    보시는 바와 같이 군납이기 때문에 마오타이주 라벨이 없다. 엠블럼도 없다.

    구분 방법은 오직 내 혀와 몸이 기억하는 향취뿐이다. 그리고 마무리로 다음날 숙취 상태를 확인해야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있다.

    일단 나와 김동욱 작가님이 감별한 결과 지난번에 먹은 32만원짜리 마오타이주보다 약간 맛이 더 좋았다.

    맛만 보면 진짜 마오타이주라고 해도 좋을 만큼 깔끔하고 부드러운 그 마오타이주ㄷ 특유의 간장형이 났다.

    속을 화끈하게 덥혔다가 머리 위로 확하고 술기운이 날아가는 그 기분. 이건 마오타이가 맞다.

    이제 남은 것은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 숙취 여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이 바로 그 다음 날인데 아침 6시에 벌떡 일어나 테니스를 갔다 온 것을 보면 저건 진짜 마오타이주가 맞다.

    그리고 술이 조금 모자라 마셨던 운남 찹쌀 바이주.

    이건 정말 고소하고 달큰한 향이 나는데 마오타이주보다야 못하지만, 맛은 독특하니 좋았다. 도수는 38도로 마오타이보다는 14∼15도 정도 낮았다.

    멍린 셰프의 손맛과 그의 남편이 만들어낸 추억이 느껴지는 798식당에 다들 예술품 구경하고 들러서 한 끼씩 먹어보자.

    가격도 매우 착해서 5명이 가도 400위안 선에서 먹을 수 있다.

군납 마오타이주와 운남 특산 찹쌀 바이주.

#맛객 #798예술구 #차오랴오창 #멍린셰프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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