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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25. 2018

'중국 바이주의 황제' 마오타이주

#맛객 #마오타이주


<맛객> '중국 바이주의 황제' 마오타이주

    '진짜 마오타이주를 마셔봤다면 그건 엄청난 행운이다.'

    언젠가 한번 할 이야기였지만, 아끼고 아껴두었다가 크리스마스에 주님 생각이 나서 쓴다.

    중국의 바이주는 차고 넘친다. 그 넓은 땅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술이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항상 등장하는 것이 바로 'ㅇㅇ대 명주', 'ㅇ대 명주' 뭐 이런 말이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면 소비자가 고르기가 무척 어려우니까 그렇다. 그러니까 00명주니 뭐니 하는 것은 사실 마케팅일 수도 있다.

    중국 바이주에도 이런 말이 엄청 많다. 10대 명주, 8대 명주, 4대 명주 등등등.

    오늘은 마오타이를 소개하는 날이기 때문에 가장 적은 4대 명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4대 명주'

    먼저 리스트를 공개해 본다.

    구이저우(貴州) 마오타이(茅臺)주, 산시(山西) 펀(汾)주, 쓰촨(四川) 루저우취(泸州曲酒)주, 산시(陝西) 시펑(西鳳)주.

    ‘뭐야? 마오타이 빼곤 잘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렇다면 이참에 잘 보면 된다.

    4대 명주니 8대 명주니 하는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웬만한 고수여도 여기까지 가면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명칭은 대부분 어떤 인물 또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자연스레 정해 진 것들이다.

    잡설은 이제 그만하고 4대 명주는 누가 정했느냐면 신중국 최고의 덕장이자 외교관이자 핵꽃미남이자 중국인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지도자로 매번 꼽히는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가 바로 주인공이다.

    4대 명주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막 건국된지 3년이 지났을 때인 1952년 9월 30일 건국절 전야에 열린 제1회 전국평주회(전국주류품평회)에서 정해졌다.

     저우언라이가 기획한 이 행사에서 바이주의 종류별로 하나씩 대표 술을 정했다.

     신중국 건국 이후 열린 첫 주류품평회에는 중국의 103개 명주가 출전(?)했고, 주류 전문가와 중국 지도자들이 술을 직접 맛보고 8대 명주를 택했다. 여기에 바이주 4개가 뽑혔는데 이 술들이 앞서 언급한 술들이다. 물론 얼마 전 소개한 샤오싱 황주도 이 8대 명주에 들어갔다.

    이후 주류 품평회는 1963년, 1978년, 1983년, 1988년에도 열렸고, 그 때마다 위 네 술은 상위권에 입상했다. 시펑주만 3회대회에서 잠시 미끄러졌을 뿐이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바이주의 종류에는 마오타이주 특유의 간장향이 나는 장향(醬香), 짙은 향이 매력적인 위스키 같은 농향(濃香), 소주같이 맑고 깨끗한 청향(淸香), 시펑주가 독자적인 지평을 열어 독특한 향과 정취를 이뤄 만든 펑향(鳳香) 등 4종류다.

    이미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4대 명주는 각 바이주 종류의 대표 술이다.

    오늘은 이 중에서 마오타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아니 도대체 마오타이 마오타이 하는데 그 술이 뭐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테니 사전적 정의부터 하도록 하겠다.

    마오타이주는 구이저우 성 런화이(仁怀)현 마오타이 진(鎭)에서 생산되는 고량주를 뜻한다.

    중국의 행정단위 중 가장 낮은 단위인 ‘진’에서 생산되는 술이니 14억 인구가 마시기에 어떨까. 당연히 모자란다. 게다가 명주라서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마오타이는 이 4대 명주 중에서도 왕 중의 왕이라 불리는 술이니 말해 무엇할까.

    일단 외형부터 살펴 보자. 마오타이는 병이 진짜 촌스럽게 생겼는데 축구를 잘하면 은하철도999에 나오는 철이 같이 생긴 박지성도 잘 생겨 보이듯 그 병마저 간지가 좔좔 흐른다. 그 빨간색으로 덕지덕지 칠해지고, 상표는 무슨 포토샵 초급 1단이 한 것처럼 그지같지만 그냥 그 마저도 멋있어서 보면 황홀경에 빠질 정도다.

    마오타이는 짝퉁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나마 약간의 구별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

마오타이진의 모습.

    처음은 역시 겉모양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술병에 ‘구이저우마오타이주’라는 상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병음 표기는 ‘KWEICHOW MOUTAI’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게 무슨 표기법이냐면 현재 병음 표기 이전에 사용하던 것으로 베이징을 ‘PEIKING'이라고 표기하는 그 방식이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표기법은 병음자모 표기라고 중국어 교육을 위해 신중국에 들어와서 만든 것이다. 마오타이에 써진 표기법은 웨이드식 표기법인데 설명하기 귀찮으니 찾아보시라.

    왜 이렇게 쓰냐면 ‘우리는 오래됐다. 어디 신중국 이후 만든 술들이 감히 엣헴’이라는 있는 척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가짜 마오타이를 구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페이톈(飛天)이 있는가 여부다. 페이톈은 ‘날으는 천사’라는 뜻이다. 마오타이주 각 왼쪽 위 모서리를 보면 두 천사가 중국 고대 술잔을 들고 승천하는 마크가 그려져 있다.

    이런 표식 조차 없다면 그 짝퉁 마오타이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없는 것이니 먹지를 말자.

    또 하나는 뚜껑에 붙은 홀로그램인데 이는 마오타이주 회사에서 마오타이주를 식별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든 것이다. 박스 포장된 마오타이주를 사면 식별기가 들어 있다고 하는데 나도 본 적은 없다. 물론 있어봐야 홀로그램 따위 짝퉁천국 중국에선 우습게 복제가 가능하다.

    또 마오타이주 진퉁을 사면 그 안에 마오타이주 전용 술잔이 두개 들어있다. 이 잔에 마셔야 마오타이주를 입 안에서 살짝 돌리고 목으로 넘길 수 있는 적정량을 마실 수 있다.

    앞서 말했든 마오타이는 장향 바이주의 대표다. 사실 중국 전체 바이주의 대표라고 해도 될 정도다.

    오래 숙성될수록 맛이 진하고, 향이 깊고, 비싼 것은 2억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귀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중했을 때 시진핑 주석이 2억원이 넘는 마오타이주를 대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맛이야 말해 무엇하나. 가끔 진짜 마오타이주를 만날 때면 그 향에 취한다.

    간장 내음이 살짝 풍기면서 독한 53%의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입 안에서부터 퍼지는 그향과 다음날 숙취가 없이 깔끔한 그 느낌은 왜 중국의 많은 부호와 지도자들이 마오타이에 목을 매는지 한번 맛보면 알 수 있다.

    마오타이주는 정말로 손등에 묻혀서 향을 맡아보면 간장 냄새가 난다. 주원료는 고원지대의 고량(수수)과 밀, 마오타이진의 물인데 간장향이 어찌 나는지는 알길이 없다. 마오타이주의 재료 중 나머지는 둘째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물이다.

    이 물이 없다면 그 독특한 맛을 낼 수 없고 마오타이 진의 환경이 아니면 이런 술을 연성해 낼 수도 없다. 그래서 아무리 주조법을 알려줘도 마오타이 진에서만 명주가 탄생한다.

    만드는 법은 비밀인데 알려진 바로는 7번 찌고, 8번 발효하고, 9번 삶는 독특한 양조방법을 취한다.

    그리고 마오타이주가 중국에서 국주의 칭호를 얻은 데는 역시나 베이징덕의 최고봉인 취엔쥐더와 같은 스토리가 있다. 바로 중국공산당을 지원했던 이력이다.

    중국공산당은 대장정 시기 장개석과의 처절한 전투에서 다치거나 상처가 나면 마오타이주로 소독을 했다고 한다. 물론 그때야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으니 가능한 짓(?)이었을 것이다.

    공산당이 베이징에 입성했을 때 축하주로 마셨던 것이 바로 이 마오타이주였다고 하니 사실상 전우같은 술이랄까. 그래서 신중국을 건설한 마오쩌둥 주석은 이 술을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맛이 엄청나니 이해가 간다.

    또 그 맛은 중국 내에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마오타이주는 세계 3대 명주로 알려져 있고, 한무제의 극찬을 받았다고도 한다. 뭐 누가 아나 그런 것을 아무튼 그렇게 홍보가 되고 있다.

    실제로 파나마 운하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1915년 '파나마-태평양 국제 박람회'에서 금상(은상설도 있다)을 받기도 했다. 이 박람회에서 마오타이주는 주목을 못 받았는데 우연한 사건이 마오타이주를 세계 무대에 데뷔시켰다.

    한 중국 직원이 항아리에 든 마오타이주를 옮기던 중 바닥에 떨어뜨렸고, 그 향을 맡은 서양인들이 향에 취해 호기심에 맛을 보게 됐다. 아마 서양인들은 이 꼬냑같기도 위스키 같기도 한 술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맛을 본 서양인들은 샴페인보다 낫다는 평을 내렸다고 한다. 마셔보면 그 말이 뻥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레알 맛이 좋다.

파나마 국제박람회에서 국제무대에 데뷔한 마오타이주.

    아무튼 이렇게 엄청난 술이다보니 짝퉁이 너무 많다. 앞서 구분법은 가볍게 농락할 정도로 짝퉁이 차고 넘친다. 마오타이주의 연 출하량은 5000t 정도인데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이보다 100배는 많을 것 같다.

    그래서 마오타이주 병은 시중에서 100위안(16500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병만 사서 그 안에 다른 술을 넣어 파는 것이다.

    내가 잘 아는 K변호사 형네 로펌은 마오타이주 회사와 일을 하는데 마오타이주를 사러 갈 때면 직원을 직접 구이저우에 보내서 술을 사온다고 한다. 행여나 운송 중에 바꿔치기를 당할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그리고 다 마신 병은 꼭 반납해야 한다고 한다.

    요새는 치기공 도구를 이용해 병에 구멍을 뚫고, 술을 빼내고 주사기로 다른 술을 채워 넣고, 레진으로 뒷 마무리하기도 한다.

    참.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워낙 출하량이 적으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 시진핑 주석이 만찬 연회주로 대접한 빨간병의 마오타이주는 시가가 2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억짜리 술을 먹으면 어떤 맛일까 싶지만, 아마도 뭐 5대 샤토같이 걸레 빤 물맛이거나 일반 마오타이주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 그리고 중국 주식 시장 1위가 어떤 기업인 줄 아나? 샤오미도 텐센트도 알리바바도 아닌 바로 마오타이주를 생산하는 구이저우 마오타이주 주식 유한공사다. 하하하하. 뭐 주당들의 나란가. 하하하하하.

    이런 기상천외한 현상들을 보니 마오타이주가 먹고 싶지 않은가? 나는 이틀 전에 두 병 먹었지롱.

#맛객 #마오타이 #바이주의황제 #작퉁조심해 #니가뭘먹었든그건작퉁이야

오른쪽 맨 끝에 서빙하는 남자가 들고 있는 것이 2억짜리 빨간색 마오타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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