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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an 26. 2019

모택동이 사랑한 후난(湖南) 요리

#맛객 #후난요리 #마오쩌둥


후난 대표요리 둬쟈오위터우

    후난(湖南) 요리는 중국 8대 요리에 들어간다.
    아쉽게도 4대 요리(후와이양, 광둥, 산둥, 쓰촨)에는 못 들지만 그래도 드넓은 중국에서 8대 요리가 어디인가.
    개인적으로는 4대 요리에서 쓰촨을 빼고 후난을 넣고 싶으나 중국인과 나의 기호가 다른 것이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요즘 너무 바빠 맛난 식당에 갈 시간이 부족하지만,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통에도 아가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듯 나의 먹방 여정도 가느다라 한 명맥 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다만, 외근이 잦아 정리해서 쓸 시간이 없을 뿐이다.
    오늘은 그동안 중국 유명 요리 중 유일하게 가보지 못했던 후난 요리를 맛보러 갔다.
    그것도 고르고 골라서 베이징에서 가장 후난 요리를 잘한다는 샹아이(相爱)라는 유명 식당에 갔다.
    식당 이름의 뜻은 아주 간단하다. 중국어로 '샹'은 후난을 가리키고, '아이'는 모두 알다시피 사랑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식당의 이름은 후난 사랑이다. 마치 호남사랑 향우회 같은 이 이름은 직설적이지만, 정말 식당의 특성을 잘 설명한 네이밍이다.
    이 식당은 정말 빠꾸없이 그야말로 후난식 요리를 내놓기 때문이다.

    후난 요리는 중국의 양대 매운맛 중 한 축을 담당하는 요리다.
    마라(麻辣), 즉 후추처럼 화~~하게 매운맛이 특징인 쓰촨요리와 달리 후난 요리는 한국의 매운맛처럼 생고추를 활용해 감칠맛을 낸다.
    후난 요리가 한국 음식과 같다고 하는 이유는 후난 요리 자체가 굉장히 조리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면 중국 음식은 일반적으로 좋은 재료를 볶거나 손질을 잘해서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엄청 손이 많이 가는 요리도 많지만, 대체로 서양 요리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재료 본연의 맛을 더 중시한다.
    반면, 후난 요리는 굉장히 세심하게 조리를 한다는 느낌이 있다. 실제로 한국 호남지역처럼 엄청 많은 향신료와 조미료를 사용한다.

조선반도 호남출신이 아니라 대륙의 호남출신인 호남 마오쩌둥 주석

    그리고 후난 요리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전 국가 주석과 관련이 깊다.
    고향이 후난인 마오 주석은 후난 요리를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정확히는 후난 샹저(湘泽) 사람인데 마오 주석이 후난의 거물이자 후난 요리를 애정했다고 하니 중국인들은 후난 요리를 마오자차이(毛家菜), 즉 '마오 가(家)의 요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후난 요리는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나도 훌렁훌렁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조리가 정밀하게 돼 있다. 그러니까 안 매운 것은 아닌데 '진짜 드럽게 매워서 못 먹겠네' 이런 느낌은 아니라는 소리다.

이것이 둬져오위터우


    후난 요리를 대표하는 요리는 바로 '둬쟈오위터우'(剁椒鱼头)다. 이름이 좀 이상한데 별로 안 어려우니 잘 들어보길 바란다.
    '둬'는 다진다는 뜻이고, '쟈오'는 고추다. '위터우'는 바로 생선 머리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다진 고추를 생선 머리에 얹은 요리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생선 대가리를 매우 사랑하는 데 어물전에 가면 머리만 따로 팔기도 할 정도로 즐겨 먹는다.
    그러나 어디 가서 이 생선 머리 요리에 도전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삼가기를 바란다.
    어떻게 손질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중국 식당에서 생선 머리 요리를 먹고 성공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나와 먹사형도 조금 주문하는 것을 꺼릴 정도로 주저하는 요리가 바로 생선 머리 요리다.
    물론 수준 높은 요릿집에 가면 당연히 시켜서 먹어보는 것이 좋다.
    잘 손질된 생선 머리는 정말 정말 맛이 좋고, 다 먹은 뒤 남은 매콤한 소스에 면을 추가해 비벼 먹으면 탄수화물 중독자들이 좋아하는 그 맛이 난다.

마오떠우푸

    그리고 또 유명한 요리는 마오 주석이 즐겼다는 '마오떠우푸'(毛豆腐). 이름 그대로 마오 주석의 두부 요리다. 맛은 꼭 삭힌 두부를 짭조름한 양념장에 조린 것 같은데 쌀밥이랑 먹으면 핵맛이다.
    냄새가 고약하기로 유명해 나조차 먹지 못하는 처우떠우푸처럼 과하게 삭힌 것이 아니라 왜 한국에도 홍어를 적절하게 삭혀서 탕을 끓이면 누구나 맛나게 먹듯이 이 두부도 그런 맛이 난다.
    다음은 소 힘줄과 내장 등을 꼬치에 꽂은 다음에 청고추 홍고추 소스에 푹 담가 먹는 요리인데 요고이 완전 맥주 안주다.

    한국 오뎅바에서 오뎅 꼬치를 먹듯이 꼬치 채로 들고 냠냠 먹으면 되는 데 내장에 매콤..아니 알싸한 매운 양념장이 배서 너무 맛있다.
    그리고 특히 이 외계인 피 색깔 같은 초록색 양념이 진짜 요물이다. 소 내장에도 잘 어울리지만 여기에 오크라를 넣어서 조리한 요리를 먹어봤는데 내가 여태껏 먹었던 오크라 요리 중에서 가장 역하지 않고 맛났다.
    오크라는 다 좋은데 껍질이 두껍고 베어 물면 찐득하니 늘어지는 점액이 상당히 거슬린다. 약간 비릿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이 외계인 피 소스에 적셔 먹으면 그런 너저분한 맛이 전혀 안 난다.
    다음으로는 오늘 내가 가장 맛나게 먹었던 요리인 삭힌 쏘가리 조림을 자세히 소개해 보겠다.

    이 요리 이름이 엄청 웃기는데 이름의 뜻이 냄새나는 쏘가리라는 의미의 '처우꾸이위'(臭鳜鱼)다.
    샹아이는 독채로 된 건물에 있는 럭셔리한 식당이지만, 준수한 겉모습과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홍어 전문식당에 온 것 같은 냄새가 코를 집단구타한다.
    이게 다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처우구이위 때문인데 한 5분37초 정도 있으면 코가 적응하니 처음에만 인상을 좀 쓰고 기다리면 된다.
    맛은 어떠냐면, 나의 표현을 잘 따라오면 그 맛을 알 수 있으니 집중하기 바란다.
    일단 기본 소스가 주황색에서 갈색 사이의 색깔인 것이 보이나? 점도는 다행히 묽다. 거의 맹물 정도의 점도니 향이 강할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고기야 힘 좋은 쏘가리니까 탱글탱글 그 자체다. 맛이 좋다는 소리다. 다만 좀 다른 것이 있다면 약간 삭혀지면서 처우(냄새 고약)하다는 점인데 이게 적응하면 더 맛을 풍부하게 하고, 풍미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많이 삭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인 정도면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이어서 맛을 디테일하게 설명해 보겠다.
    우선 서해안 부둣가를 떠올려보자 부둣가 옆에 어시장에서 한 할매가 젓갈을 팔고 있는데 모양이 조기보다는 작고, 피라미보다는 큰 그런 고기로 만든 젓갈이다. 심지어 색깔도 똥색에 가깝다. 근데 할매가 툭 떼서 입에 넣어줘 먹어보니 처음엔 고약한 거 같더니 침샘이 자극되면서 침이 한 그득 나오는 바로 그 맛. 그렇다. 바로 황석어젓의 그 맛이 난다.
    근데 황석어젓은 통째로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가시가 덜 삭으면 식감이 거북스러운데 이 쏘가리는 덩치가 커서 큰 굴비를 먹는 것처럼 살점이 두툼하다.
    게다가 쌀밥과 무지 잘 어울리는 밥 도둑인데 후난이 중국의 곡창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이런 맛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처우구이위를 시키면서 오늘 동행한 맛 고수들께서는 쌀밥을 사람 수대로 시켰다.
    진짜 양념을 밥에 슥슥 비빈 다음에 쏘가리 살을 발라서 얹어 먹으면 핵꿀맛이다. 짭조름한 맛 뒤에 알싸한 후난의 매운맛이 따라오고, 쿰쿰하지만 감칠맛 나는 그 삭힌 향이 난 뒤 밥의 단맛이 느껴진다.
    말 그대로 밥 도둑이다. 일행 중 소식하는 한 분이 나와 같이 공깃밥 한 공기를 추가해 두 그릇을 비우기도 하셨다.

    또 곱창 요리도 무지 맛있었는데 앞서 말한 대로 후난 요리는 조리를 섬세하게 하기 때문에 멧돼지 향이 특징인 다른 중국 곱창 요리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 났다.
    섬세하게 조리를 해선지 사향 고양이 같은 향은 사라지고, 곱창의 쫄깃하면서도 기름기 가득한 고소함과 매콤 달큰한 소스 맛이 잘 어우러져 소주가 절로 생각났다. 중국에서는 익히 먹어 본 적 없는 그런 맛이다.

홍샤오러우는 항상 옳다

    그리고 이 집에 홍샤오러우가 있기에 한번 시켜봤다. 홍샤오러우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했듯이 조리과정이 번거롭고, 설탕을 때려 부어 만드는 돼지고기 요리다. 중국에 가장 널리 알려진 집밥 요리인데 웬만한 식당에는 다 있는 요리다.
    우리가 이 요리를 시킨 이유는 한 가지. 후난 식당에서 홍샤오러우를 하면 과연 어떤 맛 날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결과는 전혀 달지 않은 홍샤오러우가 나왔다.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밑에 깔린 메이차이(梅菜·갓(갓김치의 갓) 짱아찌 같은 중국 밑반찬)가 짠맛을 담당하고, 전혀 비리지 않은 돼지고기에 간장 양념이 배어 진짜 진짜 안 느끼하고 맛있었다.
    물론 원래 홍샤오러우 맛이 살짝 나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없이 상남자스럽게 콩장을 베이스로 한 메이차이를 바닥에 딱 깔고 만든 홍샤오러우는 뭔가 투박하지만 묵직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이날 맛있는 음식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는 점이 너무 아쉽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먹은 디저트는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다.
    이 디저트는 과일의 왕이라고 불리는 두리안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인데 겉에 죠리퐁이 발라져 나온다.
    두리안을 잘 못 먹는 나지만, 중국에 온 뒤로 자주 접하면서 이제는 살짝 즐기는 수준까지 됐다. 나처럼 초심자들에게 이 아이스크림은 딱 맞는 정도의 고약한 냄새가 난다.
    매콤한 후난 요리를 먹은 뒤 먹는 달큰한 아이스크림은 매운 입도 게워내고 소화도 잘되게 돕고 금상첨화라 할 만했다.

하악하악 두리안 아이스크림

    아. 술은 전에도 한번 소개한 골프 마오타이주를 마셨다. 골프 치는 사람들을 위해 런칭한 마오타이주 라인인데 그냥 먹어줄 만한 맛이다.
    사실 오늘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은 '먹방 챔피언스리그'라는 이름의 모임이다. 나와 먹사형, 그리고 재야의 고수 한분이 함께 만든 모임이다.    
    아. 물론 쩐주도 한 명 있었는데 이 분은 워낙 훌륭하고 인품이 뛰어난 분이어서 동생들을 위해 기꺼이 냠냠 맛난 요리를 사주셨다.
    우리는 매달 한 번 정도 식도락을 즐기기로 약속하고 매콤한 여운을 남긴 채 흩어졌다.
#후난요리 #마오쩌둥 #너무맛나 #한국인입맛

골프 마오타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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