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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Feb 17. 2019

인생의 곡절 곡절이 다 예술작품인 것에 대한 단상

#에세이 #예술작품 #인생

<인생의 곡절 곡절이 다 예술작품인 것에 대한 단상>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됐을 때 놀란 심정을 다독이고 되돌아보면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평탄하기만 하던 내 삶에 최근 들어 간만에 찾아온 조그마한 이벤트들이 있었다.
    누나가 갑자기 눈이 아파서 한국에 들어왔고, 내 건강이 조금 나빠져 병원 문턱을 자주 드나들었다.
    다행히 누나는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나름 최선의 결과를 얻었고, 나 또한 건강을 위해 부엌일을 시작하면서 외식 대신 집밥을 먹는 날이 늘어 가정의 평화를 찾았다.
    사실 일이 막 발생했을 때는 두 사건 모두 적잖이 나를 괴롭혔다.
    항상 그래 왔지만, 당시에도 뭐 어떻게든 해결되겠거니 하는 심정으로 평소대로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하나하나 처리해 나갔다.
    고난의 파도라고 하기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간만에 만난 풍파는 약간 삶의 활력소마저 돼 주었다.
    그리고 또 그 파도를 헤쳐 나오는 와중에 만난 좋은 사람들은 나에겐 삶의 달콤함을 선물하는 축복이 돼 줬다.
    마침내 모든 일은 기분 좋고, 만족스럽게 해결됐다.
    그간 인생역정을 돌아봤을 때 평점 'A'를 줄 수 있을 만큼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 한마디로 일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마무리됐다는 뜻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오랜만에 쉬는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중국 신수묵전이 열리는 중국 민생은행 현대미술관에 갔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설명해주면서 김동욱 작가님과 처음 전시에 왔을 때 작품에서 느꼈던 감흥과 하나하나 비교를 하며 감상을 했다.
    최근 겪었던 풍파를 지나던 중에 봤던 그림과 다시 안정을 찾은 뒤 보는 그림은 큰 차이가 있었다.
    대가들이 휙휙 그어 놓은 붓의 흔적이 마치 우리 인생살이 속 고난과 역정의 흔적처럼 보인다고 할까.
    '그래. 인생도 예술과 같아서 여러 주름진 흔적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왼쪽 아랫배에 있는 수술 자국도, 미간 가운데 최근 들어 생긴 내 천(川) 자도, 높아진 혈압으로 묵직해진 뒷목도 그냥 그림 속 굵은 획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대가들이 작품을 다 마무리하고, 완성된 창조물을 조망하는 기분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으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고비를 만난다.
    나는 운이 좋아서 어려서 큰 고비를 다 넘겨서인지 고난이 크면 클수록 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평소보다 더 침착해진다.
    정신없는 인생을 살면서 내가 얻은 삶의 지혜이자 축복인 셈인데 최근 몇 년간은 이마저도 쓸 필요가 없이 평탄한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자 새삼 지나간 나의 삶이 고맙고, 젊은 날의 내가 어여쁘고 그랬다.
    예전이나 최근이나 내가 불길 속을 지날 때면 항상 외우는 주문 같은 말이 있다.
    '웃자. 힘들수록 크게 웃자'
    잔뜩 찡그리고 지난다고 불길이 주는 것도 아니다. 웃는 사람에게는 악운도 비켜 간다고 하지 않나.
    정말이다. 항상 힘들 때마다 찡그리고, 자신을 원망하는 일은 관두는 것이 좋다.
    대신 그냥 나를 향해 크게 웃어주자. 웃고 또 웃고, 다시 웃다 보면 조금이나마 우울감이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 물론 엉엉 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울다가 웃다가 하면서 엉덩이에 장모(長毛)를 길러보는 것도 좋다.
    다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짜증은 내지 말자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신경질. 그러니까 닥쳐온 상황 때문에 이유 없는 분노를 발산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할 뿐이다.
    우는 것은 자신에 대한 동정이요, 웃는 것은 자신에 대한 위로지만, 짜증을 내는 것은 자신에게든 가족과 지인에게든 시퍼런 독을 끼얹는 것과 같다.
    그보다는 서로 '힘내자', '잘해보자', '다시 해보자' 다독이며 울고 웃는 것이 훨씬 이롭다.
    세상사 온갖 얼굴을 다 모아놓은 것 같은 팡리쥔(方力均)의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사색에 잠겨 있다가 저만치 가고 있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저 아이들도 인생 고비고비 곡절 곡절마다 깊은 좌절에 빠졌다가 다시 물 밖으로 올라서면 멋진 절경을 보겠지.
    꼭 이렇게 멋진 예술작품 같은 인생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해 본다.
#단상 #인생살이 #곡절 #웃자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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