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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Feb 19. 2019

'미술품 거래 세계 1위' 중국의 현대미술 4대천왕

#중국현대미술 #4대천왕

 

중국 현대미술 4대천왕,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장샤오강, 쩡판즈, 웨민쥔, 팡리쥔

<'미술품 거래 세계 1위' 중국의 현대미술 4대천왕>

    세계 미술품 거래 1위 국가는 미국일까? 중국일까?

    세계 미술 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중국은 이미 세계 미술 시장에서 가장 '큰손'이 됐다.

    현재 중국 미술품 거래 시장의 규모는 20조 원에 달한다. 세계 미술품 경매 점유율은 34%, 미국의 점유율인 27%를 5% P 이상 앞서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를 중심으로 거래되던 중국 미술품은 홍콩이 가세하면서 전 세계 시장의 34%를 차지하는 큰손으로 거듭났다.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하기 전인 2006년 5%대의 점유율을 유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세계 1위 자리를 꿰찬 셈이다.

    중국 미술품 시장이 급성장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중국 미술계의 저변이 넓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일단 예술가의 숫자가 많다는 뜻이다.

    또 중국의 통제된 사회 분위기도 예술을 꽃피우는 데 일조하는 경향이 있다. 예술은 억압된 환경에서 더 독특한 형태로 발전한다고 하지 않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달리 순수 예술은 중국 당국의 심의나 검열을 피하기 쉽다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돈. 바로 돈이다.

    중세나 근대 서양에서 예술이 꽃을 피웠던 것은 예술계에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안에서 넘쳐나는 돈의 강물 중 일부가 중국 미술품으로 흘러들어 중국 예술계를 비옥하게 일궈냈다.

    돈이 몰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엔 근거가 희박하지만, 세계 재벌들이 왜 미술품에 투자하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개인적 애호와 더불어 또다른 '부수적' 목적도 예술품이 거래되는 주요 동기다.

    혹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도 하고,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중국 현대미술을 키운 것은 서양의 콜렉터들이다.

    현재의 베이징 798 예술구를 있게 해 준 선구자 역할을 한 벨기에 왕가 출신 율렌스 부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율렌스 부부는 올림픽 이전 베이징에 터를 잡고 중국 현대미술 4대천왕이라 불리는 장샤오강, 쩡판스, 웨민쥔, 팡리쥔 등의 작가들을 세계 예술품 시장에 데뷔시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율렌스 부부는 전에 운영하던 UCC(율렌스 현대예술센터) 베이징 브렌치를 중국 민생은행에 원딜(one-deal)로 넘기면서 활동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그 존재감은 중국 현대 예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다.

    율렌스 부부 외에도 세계 10대 콜렉터로 불리는 스위스의 북한대사 출신 울리 지그도 중국 작가 400여 명의 작품 23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과 작가의 퀄리티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현대예술을 보고 있노라면 왜 서양의 콜렉터들이 군침을 흘리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좋은 작품은 누가 봐도 좋다'는 명언이 있다.

    중국 현대예술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독특하고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2017년 12월, 이런 기조는 세계 미술계를 놀라게 한 사건으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바로 중국 수묵화의 거장 치바이스가 1925년 그린 '산수 12조병'(山水十二條屛)이 1532억원에 낙찰된 것이다.

    전에도 치바이스의 작품이 700억원에 낙찰된 일은 있지만, 수묵화가 1532억원이란 가격에 낙찰된 것은 세계 미술계를 놀라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치바이스 '산수 12조병'

    '백문이 불여일견'

    장황한 설명보다 중국 현대미술 4대천왕과 작품을 직접 보면서 세계 예술시장을 석권한 중국 미술을 느껴보자.


<중국 현대예술> 장샤오강(张晓刚)

    1958년생.

    윈난성 쿤밍시 출생. 베이징 거주.

    쓰촨미술학원 유화과 졸.

    중국 현대미술의 산증인.    


    장샤오강은 중국 현대미술 4대천왕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중국 현대미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85사조의 1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후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장샤오강은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윈난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5살 때 중국 반골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옛 촉나라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로 부모님을 따라 이사를 했다.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국가간부 출신으로 지식 분자의 집안에서 자랐다.

    쓰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장샤오강은 17살 때 다시 부모님을 따라 윈난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이곳에서 그가 가장 존경한다는 인생의 스승인 린링을 만나 미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수묵화 화가인 린링은 장샤오강에게 수업료도 받지 않고 미술을 가르쳤는데 장샤오강을 매우 엄격하게 지도했다고 한다.

    이후 장샤오강은 20살에 쓰촨미술학원 유화과에 입학하게 된다. 당시 학교에서는 소비에트 회화를 가르쳤지만, 장샤오강은 서양현대미술과 후기 인상파 화가들에게 관심을 두고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 같다.

    졸업 후 유리거울 공장 건축공으로 일하게 된 장샤오강은 이후 이직을 해 쿤밍시 가무단에서 예술공으로 일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작품활동을 이어간 그는 서양예술이론과 철학을 공부하며 심도 있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다.

    그가 '미술계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작품을 그릴 때도 먼저 깊은 사색을 한 뒤 여러 상징과 철학적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1984년 장샤오강은 자비로 상하이와 난징에서 첫 전시를 열었고, 이후에는 쿤밍에 예술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으며, 그 영향으로 쓰촨미술학원의 교수가 됐다.

    그는 온화하고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그의 작품에도 이런 성격이 잘 배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샤오강은 또 '전가복'(全家福) 시리즈 등 시리즈 형식의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품으로 감상하는 것보다 시리즈 전체를 감상하는 것이 훨씬 좋다.

    2008년에는 약 500억 원의 수익을 올려 중국 현대미술가 중 가장 많은 돈을 벌었지만, 장샤오강은 자신은 돈보다 내가 예술을 하면서 느끼는 희열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남겨 '미술계의 철학가'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인 '전가복' 시리즈는 사진과 회화의 중간 영역같이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촬영술의 발달은 회화의 발달에 큰 동력이 됐는데 당시 많은 예술가는 회화의 독특한 가치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 사진과 일정한 거리를 뒀었다.

    장샤오강은 반골기질이 다분한 쓰촨 출신답게 반대로 사진의 구도와 표현 방식을 차용해 이런 편견을 깨부쉈다.

    '천안문' 시리즈도 이와 같은 형식을 차용한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사실적인 그림 속 인물들이 몽환적으로 보이면서 오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림 속 소품들도 각각 상징하는 바가 있고, 구도 역시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멋이 있다.

    사진 같은 작품에 한줄기 빛이 들이쳐 있는 그 멋이란... 가만히 보고 있으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나중에 내가 그림을 못 그리게 되면 글로 예술을 하면 된다"고 말하는 그의 카리스마와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는 4대천왕 중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물론 해맑은 팡리쥔의 그림과 묘한 미소에 빠져들게 하는 웨민쥔, 색채의 마술사인 쩡판즈도 좋지만 말이다.


<중국 현대예술> 웨민쥔(岳敏君)

    1962년생.

    헤이룽장성 다칭시 출생. 베이징 거주.

    허베이사범대 미술과 졸.

    화베이석유교육학원 교사 역임.    


   웨민쥔은 교사 출신으로 1990년부터 독립작가로 활동해 온 중국 현대미술 4대천왕 중 하나다.

   웨민쥔은 세상 해맑게 웃는 반대머리 아재 캐릭터가 특징인데 이 캐릭터는 보면 볼수록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미묘한 표정을 하고 있다. 약간 신비롭다고 할까.

   그리고 해학적인 그림 속에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는 작가의 촌철살인인 표현이 매력적이다.

   이 캐릭터는 활짝 웃는 것이 특징인데 그래서 시리즈 이름이 '대소'(大笑)다.

   웨민쥔은 프랑스, 이탈리아, 뉴욕 등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으며, 작품도 엄청 비싸다.

   대소 시리즈 캐릭터도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를 너무 닮았다.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간 중국 민생은행 현대미술관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판다 수묵화를 그린 작가도 바로 웨민쥔이다.

    요새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은 수묵화 작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재료에 대한 호기심과 중국 본연의 것에 대한 귀소 본능 같은 것일까?

   웨민쥔의 그림은 밝고 화려한 색채와 주요 캐릭터를 통한 주제의 통일성 등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중국 현대예술> 팡리쥔(方力均)

    1963년생.

    허베이 출신. 베이징 거주.

    중국 중앙미술학원 판화과 졸.

    현 중국 국가화원 당대미술연구센터 주임.

    

     팡리쥔은 4대천왕 중 가장 밝은 작품을 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를 그 촌스러움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작품 속 캐릭터들의 행복한 표정이 나에게로 그대로 옮겨 오는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팡리쥔은 특히 아름다운 색채의 배합을 통해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데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이 전형적인 동양 인물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서양 콜렉터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수묵화를 그리기도 하는데 신수묵전에서 비글들이 놀랐던 그 얼굴 많은 초대형 작품의 주인공이다.

    팡리쥔은 앞서 말한 대로 4대천왕 중 가장 해맑은 작품을 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색채를 잘 쓰는 그는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구도로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팡리쥔은 중국 현대미술의 시초인 85사조 이후 새로운 사조인 89사조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예술가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광터우(대머리) 캐릭터는 그의 심볼이 됐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중반의 중국 사회는 무료함의 정서와 사회에 대한 냉소가 유행했는데 그의 작품 곳곳에서 이런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을 조소하고 자신을 조소하는 새로운 세대의 풍모가 그의 작품 곳곳에 담겨 있다. 그는 윗세대의 예술가들과 달리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갖는 것을 중시했다.

    그래서 윗세대를 답습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예술에 접근했다.


<중국 현대예술> 쩡판즈(曾梵志)


    1964년생.

    후베이성 우한 출신.

    후베이미술학원 유화과 졸.

    중궈 현대예술 4천왕 중 한 명.


    쩡판즈는 현대미술 역사상 최고가로 낙찰된 '최후의 만찬'으로 유명한 그 작가다.

    양친 모두 인쇄공 출신인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2013년 홍콩 소더비 40주년 추계 경매에서 1억 8천44만 홍콩달러(250억 원 상당)에 '최후의 만찬'이 낙찰돼 현대미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 냈다.

    출신 성분의 영향인지 사회 비판적인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가를 기록한 최후의 만찬도 역시 사회비판적 작품으로, 예수와 제자들을 공산당원 복장을 해 등장시키는 데 그림 중 '배신자' 유다의 자리에 있는 당원이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날카로운 풍자가 매력적이다.

    학창 시절에는 말이 없던 학생이었다는 데 재능만큼은 출중했는지 아동 일꾼으로 인쇄소에서 일을 시키려는 부모의 노력에도 17세에 베이징과 상하이의 서양 화가들의 영향을 알아서 받고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 중에서 '마스크' 시리즈가 가장 매력적인데 마스크를 쓴 캐릭터가 다양한 소품과 함께 등장하고, 표정을 감춘 듯 하지만 감정을 주변 장치들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또 최근 작품들을 보면 화려한 색채를 다루는 그의 실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반 고흐의 자화상 등을 오마주한 그림들은 그가 색채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다루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베이징 곳곳에서 쩡판즈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한인 밀집지역인 왕징의 최신식 호텔인 nuo호텔 프런트 데스크 뒤편에도 쩡판츠의 대형 작품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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