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Feb 24. 2019

'중국 예술 대가' 치바이스의 연꽃에 대한 감상

#에세이 #연꽃

<치바이스> 도록 탐방
 
    '핵간지'
    치바이스의 그림과 글을 보고 있으면 약간 간지가 좔좔 난다.
    그림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림 옆에 있는 시구도 그림을 감상하는 맛을 돋운다.
    오늘 본 그림은 연꽃을 그린 것인데 연꽃잎에 정면에 크게 있고, 뒤쪽으로 선 다홍빛 연꽃이 빼꼼하고 올라와 있다.
    쭉 뻗은 연꽃 대는 그 질감을 표현한 것이 정말 디테일하다. 특히 연꽃 대 중간중간 찍어 놓은 점들은 연꽃을 자세히 본 사람이라면 그 까끌까끌하게 대에 붙은 사마귀 같은 혹 모양을 참 잘도 캐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그림에 적힌 글귀를 번역해 보면,
 
    '凉气入窗知雨至, 清香到了觉荷开'
    '찬바람이 창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니 비가 온 것을 알 수 있구나, 맑은 향기가 베개로 들어오니 연꽃이 핀 것을 알 수 있다'

    '乃余旧句也, 书以补空'
    '나의 옛 시구로 (화폭의) 빈 곳을 채워 본다'
   
    이 시를 보고 있으면 연꽃이 피기 전 이른 여름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비 내음에 뒤따라 연꽃 향이 치바이스의 방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내가 이 그림을 더 좋게 보았던 것은 전주 있을 때 생각이 나서였다.
    전주에 있을 때 7월 중순쯤이면 항상 연꽃이 만발하는 전주 덕진공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 보도했다.
    그 시골에서 뭐 보도할 것이 많지도 않고, 예쁜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신문 라이프 섹션이나 주말판에 자주 실리곤 했다.
    문제는 취재 타이밍을 잡는 것이었는데 막 수습 딱지를 뗐을 때는 무작정 갔다가 공을 치는 일도 많았다.
    그러다 요령을 깨달았다.

    예쁜 연꽃을 찍고 싶으면 음력 7월 7석 근방에 비가 시원하게 내리면 덕진공원에 가면 된다.
    봄의 기운이 확연히 가시고 이른 여름 비가 시원하게 내리면 연꽃이 만발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가 내리면 연꽃이 빗물을 한껏 머금어 더 색이 밝고, 생생한 느낌이 난다.
    그때 공원 곳곳을 돌며 셔터를 열심히 누르고 나서 벤치에 앉아 연꽃을 한참 바라보곤 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하다 보면 어느새 땀이 뻘뻘 나 땀을 식히려는 요량으로 그랬지만, 그냥 청초한 그 연꽃의 모양이 좋았다.
    그리고 간혹 일찍 핀 연꽃들은 연밥만 남고 잎이 후두둑 떨어져 있기도 했는데 그걸 보면 소년 급제한 인사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우병우랄까.
    혼자 저렇게 대머리가 돼서 있는 것을 보면 일찍 성공한다고 다는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치바이스도 쭉 뻗은 연잎과 연꽃 아래 연밥만 남은 연꽃 대를 그려 넣은 것이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푸른빛 나는 흑구기차를 마시며 도록을 보다가 문득 그 시절 생각이 나서 한 줄 적어 봤다.
#치바이스 #연꽃
++첨부한 사진은 내가 전주에서 2013-2015년 찍었던 연꽃 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30대 남성은 완벽히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