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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Mar 03. 2019

<서평> 백년의 마라톤-우린 중국을 제대로 아는 걸까?

서평

<서평> 백년의 마라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이란 말을 나와 같은 시기 그러니까 시진핑 체제 2기에 특파원을 한 기자라면 거의 외울 정도로 많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중국 전공을 한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어떤 교수님도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때가 올 때까지 웅크리고 기다린다는 뜻)를 가르쳤을 뿐 저렇게 대놓고 세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모습을 가르쳐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흉하게 자신의 본 뜻을 숨기는 중국인이 그것도 최고 지도자가 저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의아했다. 그리고 그 의도를 해석하는 것도 난해했다.
     특히 우리가 이상하게 느낀 것은 저런 발언 이후 매파 참모로 진용을 짠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이 대중 선전포고를 하고 미중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중국을 압박해 나갔고, 우리는 혀를 끌끌 차며 "시진핑이 자기 집권 욕심에 도광양회를 그르쳤다"라고 비판했다.
     그런 비판을 하면서도 중국이 이런 그림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라는 의구심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시진핑이 왜 그런 구호를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집단지도체제인 중국공산당이 이를 용인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개인적 권력욕이라는 지극히 미시적인 해답이 모든 의구심을 잠재울 수도 있었지만, 이는 중국의 전형적인 전략이 아녔다.
    손자병법, 자치통감(마오쩌둥의 애정 도서)의 DNA가 내재된 중국인이 그것도 최고 지도자가 저렇게 허술한 전술을 쓸 일은 없으니까.
    이 책은 이런 의구시에 대한 한 가지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답은 중국이 이제 미국에 대한 도전을 더는 숨길 수 없을 만큼 덩치가 커졌고, 기술력과 군사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해 볼만 한 상태'에 다다랐고, 미국식 체제에 몸살을 앓는 진영을 흡수할 체제적 자부심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불과 300년 전, 중국은 세계 경제의 1/3을 차지할 만큼 정점에 있었다. 이는 현대 중국이 회복하고자 하는 목표이며 '중국몽'으로 표현되고 있다.
     저자인 마이클 필스버리는 중국은 그간 이를 숨기기 위해 미국에 끊임없이 자신들의 미개함을 선전해 왔고, 의도적으로 아큐인 척 연기를 해왔다고 주장한다.
    실제 1960년대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1/10 수준이었고, 미국은 소련을 경쟁상대로 여길지언정 중국을 위협요소로 생각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미 이런 움직임을 파악했고 미국에 경고했으나 미국은 중국을 거둬야 할 존재, 불쌍하고 미개한 계몽 대상으로 만 여겼다는 것이다.
     '블랙스완' 이론처럼 결과론적인 해석이지만 나는 저자의 의견에 상당히 동의한다.
     그건 지금 중국에서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소련에게서 단물을 쪽쪽 빨아먹은 중국은 러시아를 더는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으며, 자신보다 위에 있는 유일한 존재인 미국만을 바라보고 있다.
     나를 포함한 미국식 사고를 하는 대부분 중국 관계자들은 중국의 '연기'에 속아 아직도 "에휴, 중국이?? 미국을??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도 됐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의 등장은 중국에게는 골치 아픈 사건이라 할 수 있는데 세련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무뢰배 같은 지도자는 매파 참모들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중국을 난타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중국은 쉽게 쓰러지지 않고 있고, 대장정을 통해 사회주의 혁명을 일궈낸 공신의 자제들이 지배하는 중국은 헝그리 정신을 앞세워 생각보다 맷집을 키워가며 더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기지표는 당국 발표(6.5%)와 달리 실질 성장률이 4%대라는 분석이 나올 만큼 엉망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달리 경제성장률이 6%대를 유지하지 못해도 중국 사회에는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다. 대신 언론에 우리는 견뎌 내야 한다, 버텨야 한다, 할 수 있다 라는 구호가 더 자주 등장할 뿐이다.
     이 책에서 하나 더 흥미로운 개념이 나오는데 바로 미국 매파와 같은 중국 내 '잉파이'(鹰派)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미국 매파와 같이 중국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군부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다.
    이들은 시진핑 주석의 배후이며, 음지에서 암약하며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전략을 공유하는 데 이런 전략이 바로 책의 제목인 '백년의 마라톤'이다.
     1949년 마오가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하고, 공산당 집권을 기점으로 100년 그러니까 2049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패권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지금 봐도 우습게 여겨질 정도니 그 존재가 처음 드러난 1960년대에는 어떠했겠나. 그러나 현 상황을 보면 이게 터무니없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중국은 솔직히 말하면 모든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저만치 제친 지 오래다. 일부 산업과 문화 분야를 제외하면 말이다.
    솔직히 이제 중국보다 앞선 주자는 미국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잉파이를 등에 업고 등장한 시진핑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시진핑이 처음 등장한 2012년에 우리는 차세대 중국 지도자로 리커창을 눈여겨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뜬금포인 시진핑이 주석이 자리를 차지했고, 백년의 마라톤 전략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우리에게는 뜬금포인 시진핑 주석이 사실은 장기전략을 수행할 장기말이라고 생각해본다면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중국은 누차 말하지만 바보가 아니다.
     어쩌면 일본보다 선이 굵은 음흉한 지략가이다. 너구리 같다고 할까? 아니 너구리를 닮은 레서 판다쯤으로 해두자.
     그들이 암행 전략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는 것은 뭔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
     물론 경제력, 군사력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가 있지만, 중국은 탄탄한 내수시장과 음흉한 기만전술, 비대칭 무기 전략 등으로 꽤 그럴싸하게 미국에 맞서고 있다.
    우주항공, AI, 빅데이터, 안면인식, 핀테크 분야 등은 곧 미국을 추월할 기세다. 최근 달 뒷면을 최초로 탐사한 일은 세계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기도 했다.
     우리가 워낙 친미적 배경에서 살아서 그렇지 미국이 못마땅한 진영이 세계에는 꽤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는 민주 선거로 인한 정치적 에너지 소비가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볼 수 있다. (패권 경쟁에 국한한 우위)
     나는 이 스파이이자 연구자이자 미국 싱크탱크의 중요 책임자인 필스버리의 말을 다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 미국적 사고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보다는 좀 더 그의 말이 피부로 와 닿는다.
     마라톤이 끝나는 해는 2049년이다. 내 나이가 70을 바라볼 때이니 우리가 30년 전에 오늘날을 예상하지 못했듯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대일 것이다.
     그때 중국의 마라톤이 승리로 끝날지 미국의 천하가 지속할지 우리는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고, 북한과 같은 실리 외교를 취하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 용호상박의 전쟁에서 터져나가는 새우등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보니 가련한 한반도가 더 슬프게 보인다.
     아무튼 미중관계에 시야를 좀 더 넓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격언을 하나 소개하고 글을 마친다.
    '만천과해'(瞒天过海,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
#서평 #백년의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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