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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Apr 04. 2019

<차를 배워봅시다> 1화-차는 어디서 왔을까

#차 #중국차 #보이차

1700년 된 윈난성 차나무.


<차를 배워봅시다> 1화-차는 어디서 왔을까


    ++ <차를 배워봅시다> 시리즈는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차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를 넓히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연재입니다. 

    차 선생님인 김진영 선배와 차 바보인 제가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무식한 저의 돌직구 질문과 이에 친절히 답하는 차 선생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보면 됩니다.

    총 12강의 수업이 진행되고, 1 강당 1~2편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내용은 입문자 수준으로 다수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지체 없이 틀린 부분은 의견 개진해 주세요.



최고의 황차라 불리는 몽정황아 찻잎

    차를 배우기 전에 우리는 다구(茶具)에 우려 지는 찻잎을 먼저 떠올려 보자.

    찻잎은 어디서 왔을까?

    전주에 있다가 상경했을 때 가장 황당했던 경험 중 하나가 쌀밥을 매일 먹는 서울 친구들이 볍씨가 열리는 벼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었다.

    촌에서 자란 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이었는데 반대로 서울에서 자란 친구들에게는 그걸 아는 내가 상당히 충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우리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차를 배우기에 앞서 그 근원을 찾아가 보는 과정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먼저 우리가 마시는 찻잎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알아보자.

    찻잎은 당연스럽게도 차나무에서 왔다.

    차나무. 학명은 Camellia sinensis다.

    카멜리아는 동백나무과라는 뜻이고 시넨시스는 중국을 뜻한다. 풀어 말하면 중국에서 나는 동백나무과 식물의 한 종류라는 말이다.

    차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서남부로,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쓰촨(四川) 일대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이 지역의 차나무는 대부분 교목형으로 아름드리나무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차를 뜻하는 한자 '茶' 자를 보면 이런 이미지를 금방 떠올릴 수 있다.

    한자를 자세히 보면 나무(木) 위에 사람(人)이 올라가 잎(草)을 따는 상형 문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차를 분류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인데 수형, 재배 방법, 잎의 종류에 따라 구분한다.

    그런데 오늘 수업을 들어보니 수형에 따라 분류를 하면 대충 각이 나온다. 그러니 수형에 따른 분류를 기본으로 나머지를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찻잎 따는 윈난 지역 채엽가들

    <수형에 따른 차나무 분류> 

    수형에 따라 차를 분류하면 교목형(?木型), 반교 목형(半乔木), 관목형(灌木型) 등이다.

    말이 어려워 보이는데 생각보다 간단하니 일단 잘 들어보자.

    교목형은 뭐냐면, 우리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나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무 기둥이 쭉 뻗어 있고, 윗부분에 가지가 퍼져 있고 거기에 잎이 나 있는 바로 그 모양이다.

    보통 윈난 지역에 있는 고수차(오래된 차나무에서 딴 차)들은 이런 아름드리 한 차나무에서 딴 차를 말한다.

    관목형은 이름 그대로 관목 수종같이 키가 작고, 지표면부터 가지가 펼쳐져 있는 차나무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보성 녹차 밭에 있는 차나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채엽을 하기 쉽고, 중국에서는 창장(長江)을 따라 많이 분포하고 있다. 원래 아름드리 차나무가 북쪽으로 가면서 낮은 기온과 건조한 기후 때문에 이렇게 변했다고 한다.

    그럼 반교목형은 무엇일까? 

    바로 이 둘의 중간쯤 된다고 보면 된다.

    반교목형은 1m 이하에서 주 기둥이 끝나고 가지가 그 지점에서부터 뻗치는 것이 특징이다.

    주 자생지역은 우롱차가 많이 생산되는 광둥(廣東), 푸젠(福建), 대만이다.    


    <재배 방법에 따른 분류>

    차를 구분하는 방법 중 재밌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재배 방법에 따른 분류다.

    바로 야생차, 야방차, 밭차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게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한약재인 삼(蔘)을 분류하는 방법을 적용하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야생차는 산삼을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처음부터 누군가 재배를 한 것이 아니라 야생 상태 그대로 자란 차나무에서 채엽한 차다.

    굉장히 구하기 어려운데 중국 서남부 지역 원시림에서 많이 발견된다.

    단, 시중에서 파는 야생차 중 대부분은 가짜가 많으니 속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야생차는 발견한 즉시 우려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간 찻잎 따서 차나무를 길들인 다음에 채엽을 해야만 마실 수 있다. 그냥 바로 야생차를 따서 마시면 배탈이 난다고 한다.

    야방차는 장뇌삼 같은 차나무라고 보면 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한동안 방치된 차나무밭에서 딴 차를 말한다.

    예전에 화전을 일구던 화전민이 재배하던 차밭이나 차 공출을 못 견디고 차밭을 버리고 떠난 자리, 또는 전쟁이 나면 농부들이 도주하면서 방치된 차밭을 다시 가꿔서 따는 차를 야방차라고 한다.

    이런 차밭은 마치 야생차밭 같은 모양을 띠게 되는 데 이런 곳을 발견한 뒤 차나무를 관리해 채엽하는 것이다.

    우리가 야생차라고 부르는 것 중엔 야방차가 많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밭차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재배차를 말하며, 차밭에서 나는 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량 생산하는 차들은 대부분 밭차라고 보면 된다.

    야생차나 야방차가 무조건 맛이 좋다거나 밭차가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너무 선입견을 품을 필요는 없다. 

왼쪽부터 교목형, 반교목형, 관목형 차나무

    <입 종류에 따른 분류>

    차를 구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잎의 모양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대엽종, 중엽종, 소엽종으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찻잎의 크기에 따른 분류다.

    대엽종은 주로 잎이 20cm 이상이고, 싹을 채엽하는 데도 불구하고 곧휴잎 크기만 한 찻잎을 볼 수 있다.

    대엽종은 보통 찻잎이 튼튼하기 때문에 대부분 발효차를 만드는데 많이 쓰인다. 윈난 지역의 보이차도 대부분 대엽종을 이용해 만든다. 물론 소엽종으로 만든 보이차도 있다.

    또 홍차나 우롱차도 대엽종으로 만들기도 한다.

    중엽종은 찻잎이 10~15cm 정도 되는 크기로 주로 푸젠이나 광둥 지역에서 많이 자란다. 우롱차나 홍차를 제조할 때 많이 쓰이는 차종이다.

    소엽종은 우리가 흔히 먹는 10cm 이하의 잎을 가진 차라고 보면 된다. 잎이 작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자주 마시는 세작 같은 차가 바로 소엽종을 이용해 만든 녹차다.

    대엽종, 중엽종, 소엽종은 차나무의 북방한계선을 따라 올라가면서 분포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언뜻 생각해 봐도 남쪽은 잎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큰 잎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나? 

    찻잎은 북쪽으로 갈수록 작아지기 때문에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대엽, 중엽, 소엽종 차가 분포한다고 보면 된다.

    차나무의 북방한계선은 산둥성 남부 정도까지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관목형 차나무가 재배되고, 녹차가 나온다. 요즘에는 지구온난화로 북방한계선이 점점 북상하고 있어 한국에서 재배할 수 있는 차나무의 종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도식화 충이기 때문에 수형에 따른 분류를 입 종류에 따른 분류와 엮어 봤다.

    교목형은 대엽종, 반교목형은 중엽종, 관목형은 소엽종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차 선생님은 이런 짓을 하면 기겁하지만 말이다.

    다음 편에서는 차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볼 예정이다. 

    맛보기로 조금 예고를 하자면 차를 처음 발견한 인물은 중국 고대 역사에 나오는 신농씨라고 알려져 있다.

    이 신농씨는 인간들에게 먹어도 될 풀과 먹지 말아야 할 풀을 구분해 준 식물 덕후로 유명하다.

    어느 날 독초를 먹고 나무 밑에 뻗어 있던 신농씨는 물그릇에 한 나뭇잎이 떨어진 것을 보게 됐다. 그런데 이 물그릇에서 나는 향이 은은하니 좋아 마셔 봤더니 기운을 회복했다고 한다. 약간 뻥 같은데 아무튼 이런 차의 역사에 대해서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자.

#차를배워봅시다 #차나무

여러 모습으로 표현된 풀 덕후 신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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