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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Apr 06. 2019

<차를 배워봅시다> 2화-차의 역사

#차 #차의역사

송나라 때 차를 끓이는 방식인 점차법

<차를 배워봅시다> 2화-차의 역사


    <차를 배워봅시다> 시리즈는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차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를 넓히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연재입니다.
    차 선생님인 김진영 선배와 차 바보인 제가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무식한 저의 돌직구 질문과 이에 친절히 답하는 차 선생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보면 됩니다.
    총 12강의 수업이 진행되고, 1 강당 1~2편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내용은 입문자 수준으로 다수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지체 없이 틀린 부분은 의견 개진해 주세요.
    아. 그리고 이번 시리즈는 매편의 형식이 같은 것이 아니라 수업 내용에 따라 적절한 형식을 적용해 작성합니다. 그래서 2편은 대화 형식입니다.


차의 성인 '다성'이라 불리는 육우


    돼지터리언 : 지난 시간에 차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바로 차나무 입죠. 이번에는 그럼 차라는 것이 역사 속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현대사회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시죠. 차 슨생님.
    차 선생님 : 네. 오늘도 긴 여정이 될 것 같군요. 약간 지루할 수 있는데 최대한 흥미롭게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돼지터리언 : 지난 1화 말미에 잠깐 언급했는데 차의 시작을 신농씨로 보는 것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요?
    차 선생님 :사실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신농씨가 차를 먹었다는 기록이 처음 나온 것은 <신농본초경>입니다. 여기에는 풀덕후인 신농씨가 이 풀 저 풀 먹다가 독에 중독됐는데 찻잎이 떨어진 물을 마시고 독이 해독됐다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습니다. 물론 후에 나오는 당나라 시대 차덕후 육우가 쓴 <다경>에도 이 이야기가 언급됩니다.

    돼지터리언 : 오호.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이군요.
    차 선생님 : 저저저저저. 성급한 저저저 하여튼 기러기들이란. 그게 무슨 역사적 근거가 있겠어요. 그냥 설화 같은 거지. 다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돼지터리언 : 뭐죠? 전혀 모르겠는데?
    차 선생님 : 바로 차가 처음에는 약으로 쓰였다는 것이지요. 신농본초경 역시 의약서적으로 한나라 때 쓰인 책입니다. 민간에서 약재를 먹고 효험을 본 경험적 내용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하는데 이런 건 도른 한의원 바캐원 원장님께 물어보세욧!

신농본초경


    돼지터리언 : 아 그럼 일단 BC 2737년부터 차가 내려져 왔다는 것인가요?
    차 선생님 : 아. 무조건 도식화하고 정리하려고 좀 마세욧! 실생활 중 차문화에 관련된 기록이 등장한 것은 BC 59년 왕포라는 사람이 <동약>이란 노비 매매 문서에 적은 것이 처음이에요. 편료라는 노비에게 시킬 일을 적은 문서인데 거기에 보면 차 달이기, 다구 정리하기, 무양(쓰촨성 성도 근처 도시)에서 차 사 오기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해요.

    돼지터리언 : 아니. 노비라니. 가슴이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처럼~. 갑자기 추노처럼 북한 관리를 쫓아다니는 제 신세가 떠올라 서글퍼지는군요.
    차 선생님 : 다시 집중해서 보면, 이렇게 약으로 쓰이던 차는 나중에는 식용으로도 쓰인 기록이 있습니다. 윈난 지역에서 차죽과 차나물 같이 식용으로도 먹었다고 합니다.

차죽과 차나물


    돼지터리언 : 너무 쓸 것 같은데요? 그걸 어떻게 먹어요?
    차 선생님 : 저도 한번 차나물을 먹어봤는데 음... 떫은맛이 좀 강해서 쓴맛이 매력적인 씀바귀 같은 나물과는 좀 다릅니다.

    돼지터리언 : 아마도... 선생님의 요리 솜씨에 문제가...제가 한번 먹어봤는데 록수보다 요리를 못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퍽퍽) 쿠울럭.
    차 선생님 : 아무튼 이렇게 약으로도 먹고, 식용으로도 먹던 차는 수당 시기에 지금처럼 음용으로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돼지터리언 : 아니. 일본에 차 문화가 건너간 것이 수나라 때라고 하는데 그럼 일본이 더 빠른 것인가요?
    차 선생님 : 그럴 리가요. 아마도 승려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함께 건너간 게 아닌가 싶어요. 승려들이 수행하다가 차죽 형태로 차를 먹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하루 두 번 승려들은 밥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하루 종일 수행을 하다가 차를 마시면, 카페인도 들어 있고 하니 잠도 깨고 정신이 맑아지고, 허기도 해결하고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돼지터리언 : 그럼 한국에는 언제쯤 건너 왔을까요?
    차 선생님 : 신라 흥덕왕 3년인 828년에 사신으로 당나라에 갔던 김대렴이 차씨를 받아다가 지리산에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때도 차죽의 형태로 넘어갔을 것 같다는 추정이 듭니다.

육우와 육우가 쓴 다경


    돼지터리언 : 그럼 지금처럼 차 문화가 나온 것은 언제인가요?
    차 선생님 : 아까 잠시 언급했는데 풀덕후 신농씨 다음으로 차에서 중요한 사람이 차덕후 육우입니다. 육우는 지금 중국의 다예(茶藝), 한국의 다례(茶禮), 일본의 다도(茶道)의 뼈대를 세운 사람입니다.

    돼지터리언 : 육우가 대단한 사람이군요. 뭐하던 사람이죠?
    차 선생님 : 육우는 고아였다고 해요. 스님 밑에서 자랐다는데 그때 차에 대해서 정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중에는 차 문화와 차를 우리는 방법 등을 집대성한 다경을 쓴 것도 이런 배경이 있지 않나 싶어요.

    돼지터리언 : 그럼 지금처럼 차를 우려먹는 것을 정리한 것이군요?
    차 선생님 : 또또또또. 당시 당나라는 단차(團茶)를 먹었는데 이 단차는 찻잎을 따서 증제(수증기를 쬐서 활성효소를 죽이는 과정)해서 찧어서 틀에 넣고, 엽전 모양으로 만들어 말린 '차병' 형태입니다.

이것이 단차의 모형


    돼지터리언 : 육우가 책을 썼다고 해서 이게 여기저기 다 퍼진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가네요. 이 넓은 땅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차 선생님 : 역시 무식하지만 예리한 구석은 있군요. 당나라 때 과거제도가 시행된 것은 알고 있지요? 그때 과거를 보러 온 선비들에게 국가에서 차를 끓여 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낙방해 고향으로 간 사람, 금의환향 한 사람들로 인해 차 문화가 널리 보급됐습니다.

    돼지터리언 : 아니 그런데 차를 무슨 차병으로 만들어 우리나요? 원래 잎을 우리는 게 아닌가요?
    차 선생님 : 차를 먹는 방법을 역사적으로 보면, 당나라는 주차법(煮茶法), 송나라는 점차법(点茶法), 명나라 포차법(泡茶法)이 있었습니다.

    돼지터리언 : 아니 운전면허도 아니고, 뭔차 뭔차요? 참으로 머리가 아프군요.ㅠㅠ
    차 선생님 : 주차법을 먼저 설명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주차법은 엽전 모양으로 만든 '차병'을 불에 살짝 구워서 다시 빻은 다음에 채에 친 뒤 끓는 물에 넣어 먹는 방법입니다.

주차법으로 차를 끓이는 모습


    돼지터리언 : 그럼 우리 보리차 하고 똑같은 방법이군요. 오호. 점차법은 그럼 뭐가 다른 건가요?
    차 선생님 : 점차법은 엽전 모양의 차병을 똑같이 갈고 채에 거른 다음에 거품을 내는 구둣솔같이 생긴 차선을 가지고 막 쉐킷 쉐킷 하면 거품이 일어나면서 일본의 말차같은 형태의 차가 됩니다. 이렇게 쉐킷 하는 것을 격불이라 합니다. 과정만 봐도 매우 복잡해 차동이나 노비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죠.

    돼지터리언 : 송나라 때는 참 차를 재밌게 먹었군요.
    차 선생님 : 당시에 투차라고 차의 거품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누구 거품이 더 하얀색인지를 겨루는 시합입니다. 이때 흰 거품이 잘 보이는 검은색 찻잔인 흑유잔(천목잔, 건잔)이 유행하게 됩니다.

점차법 중 격불(왼쪽), 흑유잔(오른쪽)


    돼지터리언 : 아. 정말 신기하군요. 그럼 도대체 우리가 찻잎을 우려먹는 차 형태는 언제부터 유행하게 됐나요?
    차 선생님 : 그건 천출인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 때부터 널리 사용된 방법입니다.

    돼지터리언 : 저기요. 님. 우리 집도 임진왜란 때 족보 주웠거든요. 천출 표현 자제 좀요.
    차 선생님 : 알았어요. 알았어. 아무튼, 명나라에 들어와 공출 부담 등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복잡한 차 제조법을 금지합니다. 단차 폐지령을 내린 것이지요. 그래서 이때부터 그냥 민간에서 찻잎을 우려먹는 방법이 유행하게 됩니다.

    돼지터리언 : 역시 대중문화가 전염이 빨리 되는군요. 그래도 점차법보다는 잎을 우리는 지금의 형태가 더 맛이 좋은데 이건 개인차일까요?
    차 선생님 : 당연히 개인차죠. 근데 6대 다류라든지 여러 제다법은 대부분 명말 청초에 정립된 겁니다. 그러니까 굳이 따지면 1368년 명나라가 건립된 이후부터 현대 차 문화가 생겨났다고 보면 됩니다.

    돼지터리언 : 아. 저 같은 역덕 아니 역사 마니아도 무지 헛갈리네요. 그럼 보이차도 그때부터??
    차 선생님 : 노노노. 현대의 차 문화는 청나라 때 주로 정립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연히 탄생한 것도 있고, 보이차 숙차를 만드는 악퇴 기법은 1970년 광둥 지역에서 연구됐다고 하니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돼지터리언 : 이 끝을 알 수 없는 차의 세계.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요? 드디어 차를 종류별로 마시면서 응? 뭐야? 홀짝홀짝 명차를 막 들이키고 그런 거 합니까?
    차 선생님 : 쯧쯧쯧. 저런 제사보다 제삿밥에만 관심이 있어서 뭘 배우겠어요!
#차를배워봅시다 #2화차의역사

명 태조 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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