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차의역사
<차를 배워봅시다> 2화-차의 역사
<차를 배워봅시다> 시리즈는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차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를 넓히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연재입니다.
차 선생님인 김진영 선배와 차 바보인 제가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무식한 저의 돌직구 질문과 이에 친절히 답하는 차 선생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보면 됩니다.
총 12강의 수업이 진행되고, 1 강당 1~2편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내용은 입문자 수준으로 다수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지체 없이 틀린 부분은 의견 개진해 주세요.
아. 그리고 이번 시리즈는 매편의 형식이 같은 것이 아니라 수업 내용에 따라 적절한 형식을 적용해 작성합니다. 그래서 2편은 대화 형식입니다.
돼지터리언 : 지난 시간에 차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바로 차나무 입죠. 이번에는 그럼 차라는 것이 역사 속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현대사회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시죠. 차 슨생님.
차 선생님 : 네. 오늘도 긴 여정이 될 것 같군요. 약간 지루할 수 있는데 최대한 흥미롭게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돼지터리언 : 지난 1화 말미에 잠깐 언급했는데 차의 시작을 신농씨로 보는 것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요?
차 선생님 :사실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신농씨가 차를 먹었다는 기록이 처음 나온 것은 <신농본초경>입니다. 여기에는 풀덕후인 신농씨가 이 풀 저 풀 먹다가 독에 중독됐는데 찻잎이 떨어진 물을 마시고 독이 해독됐다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습니다. 물론 후에 나오는 당나라 시대 차덕후 육우가 쓴 <다경>에도 이 이야기가 언급됩니다.
돼지터리언 : 오호.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이군요.
차 선생님 : 저저저저저. 성급한 저저저 하여튼 기러기들이란. 그게 무슨 역사적 근거가 있겠어요. 그냥 설화 같은 거지. 다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돼지터리언 : 뭐죠? 전혀 모르겠는데?
차 선생님 : 바로 차가 처음에는 약으로 쓰였다는 것이지요. 신농본초경 역시 의약서적으로 한나라 때 쓰인 책입니다. 민간에서 약재를 먹고 효험을 본 경험적 내용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하는데 이런 건 도른 한의원 바캐원 원장님께 물어보세욧!
돼지터리언 : 아 그럼 일단 BC 2737년부터 차가 내려져 왔다는 것인가요?
차 선생님 : 아. 무조건 도식화하고 정리하려고 좀 마세욧! 실생활 중 차문화에 관련된 기록이 등장한 것은 BC 59년 왕포라는 사람이 <동약>이란 노비 매매 문서에 적은 것이 처음이에요. 편료라는 노비에게 시킬 일을 적은 문서인데 거기에 보면 차 달이기, 다구 정리하기, 무양(쓰촨성 성도 근처 도시)에서 차 사 오기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해요.
돼지터리언 : 아니. 노비라니. 가슴이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처럼~. 갑자기 추노처럼 북한 관리를 쫓아다니는 제 신세가 떠올라 서글퍼지는군요.
차 선생님 : 다시 집중해서 보면, 이렇게 약으로 쓰이던 차는 나중에는 식용으로도 쓰인 기록이 있습니다. 윈난 지역에서 차죽과 차나물 같이 식용으로도 먹었다고 합니다.
돼지터리언 : 너무 쓸 것 같은데요? 그걸 어떻게 먹어요?
차 선생님 : 저도 한번 차나물을 먹어봤는데 음... 떫은맛이 좀 강해서 쓴맛이 매력적인 씀바귀 같은 나물과는 좀 다릅니다.
돼지터리언 : 아마도... 선생님의 요리 솜씨에 문제가...제가 한번 먹어봤는데 록수보다 요리를 못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퍽퍽) 쿠울럭.
차 선생님 : 아무튼 이렇게 약으로도 먹고, 식용으로도 먹던 차는 수당 시기에 지금처럼 음용으로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돼지터리언 : 아니. 일본에 차 문화가 건너간 것이 수나라 때라고 하는데 그럼 일본이 더 빠른 것인가요?
차 선생님 : 그럴 리가요. 아마도 승려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함께 건너간 게 아닌가 싶어요. 승려들이 수행하다가 차죽 형태로 차를 먹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하루 두 번 승려들은 밥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하루 종일 수행을 하다가 차를 마시면, 카페인도 들어 있고 하니 잠도 깨고 정신이 맑아지고, 허기도 해결하고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돼지터리언 : 그럼 한국에는 언제쯤 건너 왔을까요?
차 선생님 : 신라 흥덕왕 3년인 828년에 사신으로 당나라에 갔던 김대렴이 차씨를 받아다가 지리산에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때도 차죽의 형태로 넘어갔을 것 같다는 추정이 듭니다.
돼지터리언 : 그럼 지금처럼 차 문화가 나온 것은 언제인가요?
차 선생님 : 아까 잠시 언급했는데 풀덕후 신농씨 다음으로 차에서 중요한 사람이 차덕후 육우입니다. 육우는 지금 중국의 다예(茶藝), 한국의 다례(茶禮), 일본의 다도(茶道)의 뼈대를 세운 사람입니다.
돼지터리언 : 육우가 대단한 사람이군요. 뭐하던 사람이죠?
차 선생님 : 육우는 고아였다고 해요. 스님 밑에서 자랐다는데 그때 차에 대해서 정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중에는 차 문화와 차를 우리는 방법 등을 집대성한 다경을 쓴 것도 이런 배경이 있지 않나 싶어요.
돼지터리언 : 그럼 지금처럼 차를 우려먹는 것을 정리한 것이군요?
차 선생님 : 또또또또. 당시 당나라는 단차(團茶)를 먹었는데 이 단차는 찻잎을 따서 증제(수증기를 쬐서 활성효소를 죽이는 과정)해서 찧어서 틀에 넣고, 엽전 모양으로 만들어 말린 '차병' 형태입니다.
돼지터리언 : 육우가 책을 썼다고 해서 이게 여기저기 다 퍼진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안 가네요. 이 넓은 땅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차 선생님 : 역시 무식하지만 예리한 구석은 있군요. 당나라 때 과거제도가 시행된 것은 알고 있지요? 그때 과거를 보러 온 선비들에게 국가에서 차를 끓여 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낙방해 고향으로 간 사람, 금의환향 한 사람들로 인해 차 문화가 널리 보급됐습니다.
돼지터리언 : 아니 그런데 차를 무슨 차병으로 만들어 우리나요? 원래 잎을 우리는 게 아닌가요?
차 선생님 : 차를 먹는 방법을 역사적으로 보면, 당나라는 주차법(煮茶法), 송나라는 점차법(点茶法), 명나라 포차법(泡茶法)이 있었습니다.
돼지터리언 : 아니 운전면허도 아니고, 뭔차 뭔차요? 참으로 머리가 아프군요.ㅠㅠ
차 선생님 : 주차법을 먼저 설명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주차법은 엽전 모양으로 만든 '차병'을 불에 살짝 구워서 다시 빻은 다음에 채에 친 뒤 끓는 물에 넣어 먹는 방법입니다.
돼지터리언 : 그럼 우리 보리차 하고 똑같은 방법이군요. 오호. 점차법은 그럼 뭐가 다른 건가요?
차 선생님 : 점차법은 엽전 모양의 차병을 똑같이 갈고 채에 거른 다음에 거품을 내는 구둣솔같이 생긴 차선을 가지고 막 쉐킷 쉐킷 하면 거품이 일어나면서 일본의 말차같은 형태의 차가 됩니다. 이렇게 쉐킷 하는 것을 격불이라 합니다. 과정만 봐도 매우 복잡해 차동이나 노비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죠.
돼지터리언 : 송나라 때는 참 차를 재밌게 먹었군요.
차 선생님 : 당시에 투차라고 차의 거품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누구 거품이 더 하얀색인지를 겨루는 시합입니다. 이때 흰 거품이 잘 보이는 검은색 찻잔인 흑유잔(천목잔, 건잔)이 유행하게 됩니다.
돼지터리언 : 아. 정말 신기하군요. 그럼 도대체 우리가 찻잎을 우려먹는 차 형태는 언제부터 유행하게 됐나요?
차 선생님 : 그건 천출인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 때부터 널리 사용된 방법입니다.
돼지터리언 : 저기요. 님. 우리 집도 임진왜란 때 족보 주웠거든요. 천출 표현 자제 좀요.
차 선생님 : 알았어요. 알았어. 아무튼, 명나라에 들어와 공출 부담 등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복잡한 차 제조법을 금지합니다. 단차 폐지령을 내린 것이지요. 그래서 이때부터 그냥 민간에서 찻잎을 우려먹는 방법이 유행하게 됩니다.
돼지터리언 : 역시 대중문화가 전염이 빨리 되는군요. 그래도 점차법보다는 잎을 우리는 지금의 형태가 더 맛이 좋은데 이건 개인차일까요?
차 선생님 : 당연히 개인차죠. 근데 6대 다류라든지 여러 제다법은 대부분 명말 청초에 정립된 겁니다. 그러니까 굳이 따지면 1368년 명나라가 건립된 이후부터 현대 차 문화가 생겨났다고 보면 됩니다.
돼지터리언 : 아. 저 같은 역덕 아니 역사 마니아도 무지 헛갈리네요. 그럼 보이차도 그때부터??
차 선생님 : 노노노. 현대의 차 문화는 청나라 때 주로 정립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연히 탄생한 것도 있고, 보이차 숙차를 만드는 악퇴 기법은 1970년 광둥 지역에서 연구됐다고 하니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돼지터리언 : 이 끝을 알 수 없는 차의 세계.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요? 드디어 차를 종류별로 마시면서 응? 뭐야? 홀짝홀짝 명차를 막 들이키고 그런 거 합니까?
차 선생님 : 쯧쯧쯧. 저런 제사보다 제삿밥에만 관심이 있어서 뭘 배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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