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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Apr 12. 2019

<차를 배워봅시다> 3화-차는 어떻게 우려얄까

#차 #차를배워봅시다

백호은침의 삼기삼락(三起三落)

<차를 배워봅시다> 3화-차를 우리는 법


    ++ <차를 배워봅시다> 시리즈는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차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를 넓히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연재입니다. 차 선생님인 김진영 선배와 차 바보인 제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무식한 저의 돌직구 질문과 이에 친절히 답하는 차 선생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보면 됩니다.

    ++ 총 12강의 수업이 진행되고, 1강당 1~2편의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 오늘 수업시간에는 백차 중 최고라고 불리는 백호은침을 마셔 봤는데요. 이 차는 뭐야 진짜. 최고입니다. 긴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건 따로 <명차열전>에서 다룰게요.  


 


    앞선 두 번의 수업에서 우리는 차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 배워봤다.

    그럼 이제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워보자.

    찻잎이 있어도 어떻게 마실지 모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나도 '다구는 뭔가 거추장스러운데?'라는 생각에 커피를 주로 마시거나. 막 우려먹을 수 있는 보이차나 흑구기자차를 주로 마셨다.

    그런데 생각보다 차를 우리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한 시간 정도만 집중해서 보면 기본적인 차를 우리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먼저 차를 마실 때 필요한 기본 요소를 살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을 추려보면 찻잎, 물, 다구, 사람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찻잎이야 없으면 차를 먹을 수 없으니 그렇다 치고, 물도 역시 기본 요소이기도하고, 이 둘은 이미 확정된 필수요소다.

    그런데 다구와 사람은 가변성이 있다. 특히 차를 우리는 사람에 따라서 같은 찻잎이라도 차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맛이 좋은 차는 사춘기 전 아이들이 우리는 차라고 한다. 이유는 잡념이 없이 차를 우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협지나 무협 영화에서 보면 산속에서 수행하는 대사 옆에 다동(茶童)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다동이 왜 있는지 이제 이해가 좀 가는가?

    그럼 본격적으로 차를 우리는 순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1. 개완(또는 자사호 등 티팟)을 100도로 끓인 물로 덥힌다.

    2. 찻잎을 꺼내서 감상하고, 다구를 준비한다.

    3. 물을 끓이는 동안에 개완에 찻잎을 두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4. 세차(洗茶)와 룬차(润茶)를 하며 메마른 찻잎이 잘 우려 지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보이차에서는 세차라는 용어를 쓰고, 우롱차에서는 룬차라는 용어를 쓴다.

    5. 그런 다음 물을 따라내고 열후(뜨거울 때 맡는 향)를 하며 향을 즐긴다.

    6. 물을 넣고 우린다.

    7. 차를 우리는 횟수는 차의 성숙도, 발효도에 따라 정한다.

    8. 찻잎이 식었을 때 개완을 가지고 냉후(식었을 때 맡는 향)을 하며 향을 즐긴다.


  

   이 정도 기본기를 익혔으면, 다음은 차를 우릴 때 고려해야 하는 5가지 요소에 대해서 알아보자.

    차를 우릴 때 고려해야 하는 5가지 요소는 물 온도, 물줄기, 차와 물의 비율, 우리는 시간, 우림 횟수 등 5가지다.

    먼저 물의 온도는,

    '여린 잎은 낮은 온도에서 성숙한 잎은 높은 온도에서, 발효도가 낮으면 낮은 온도에서 높으면 높은 온도에서'가 기본 공식이다.

    말했다시피 이것은 기본 공식이다. 실제로는 찻잎의 상태에 따라 우리는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좀 있다.

    그래도 녹차나 여린 잎(싹)은 85도 정도가 적당하고, 1아 1엽 정도의 차일 경우는 90~95도가 적당하다.

    우롱차나 홍차, 흑차 등 성숙한 잎이거나 발효도가 높은 차는 찻물의 온도가 높아도 된다.

    내가 사무실에서 보이차 숙차를 먹는 것도 이런 이유다. 차에 잘 신경 쓸 수 없기 때문에 녹차를 끓였다가는 써서 먹을 수가 없다.

    녹차 같은 차를 오랜 시간 우리면 진짜 쓰다. 대신 흑차 같은 경우 1아 5엽, 6엽(대여섯번째 잎)까지도 따서 만드는데 이런 차는 동서보리차 끓이듯이 주전자에 넣고 팔팔 끓여 먹어도 된다.


건강한 파워 물줕기와 수평호


    다음으로 물줄기는 굉장히 애매한데 일단 적어보자면,

    '흐르는 선이 경쾌하고 시원해야 한다'

    이게 뭔 건강한 오줌 줄기 같은 소린가 싶은데 그거 맞다.

    물줄기는 잘 만들어진 다구, 우리는 사람의 정확한 동작이 만났을 때 시원하고 경쾌하게 나온다.

    그래서 내가 우리 집에 있는 화려한 자사호보다 수평호를 좋아한다. 수평호는 손잡이, 주둥이, 뚜껑과 호가 만나는 선이 수평을 이룬다. 그래서 물이 잘 빠진다.

    그리고 마음이 안정돼야 물이 시원스럽게 흐른다고 하니 차를 마시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기를 바란다.    

위는 백차인 백호은침, 아래는 우롱차인 대홍포. 차 종류가 달라 우리는 양과 차색이 다르다.

    초보자들이 차를 마시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물과 찻잎의 비율이다.

    일단 감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넣어야 할지 물을 얼마나 부어야 할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일반적인 비율을 소개해 보겠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차의 종류로 대략 나누면 녹차, 홍차, 백차, 황차는 대체로 찻잎과 물의 비율이 1:50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저울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눈대중으로 설명하면, 보통 사진에 나온 정도의 찻잎 무게(3g)에 표준 사이즈 개완 용량인 150ml의 물을 넣으면 된다.

    우롱차, 흑차는 찻잎과 물의 비율이 1:20 정도로, 조금 찻잎의 양을 많게 우린다.

    찻잎을 다른 차들보다 많이 투차하는 이유는 우롱차는 향기를 즐기기 때문에 향을 쫙 뽑아내기 위해 찻잎 양을 많게 잡는다.

    또 흑차는 차 나무 가지에서 위로부터 다섯번째, 여섯번째 잎까지 성숙도가 높은 잎을 채엽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어 차를 많이 넣어야 맛있게 우릴 수 있다. 개완(150ml)을 기준으로는 7~8g 정도를 넣으면 맞다.    


    차를 우리는 시간도 차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대게 차가 맛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는 차를 우리는 시간을 길게 잡아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차는 보통 오래 우리면 쓰고 떫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에서 많이 마시는 녹차는 더 그렇다. 전에 내가 마셨던 하관타차 같은 경우도 그냥 물을 투과시키기만 해도 향이 강하게 날 정도로 차가 강한 맛이 났는데 이런 차는 오래 우리면 맛이 없을 수 있다.

    반대로 차를 우리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차를 우리는 시간을 늘려 주는 것이 좋다. 우롱차는 처음 우린 뒤 2, 3, 4번째 우릴 때는 횟수당 15초씩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평소 자신이 맛있게 먹은 찻물 색을 기억해두는 것도 좋다.

    보통 차를 우리다 보면 회사에서 찾는다든지 아이가 부른다든지 각종 사고(?)가 생기기 마련인데 차를 어떠한 이유로 오랜 시간 우려 버렸다면 평소 먹는 찻물 색을 기억했다가 물을 더 부어 마시면 어느 정도 본래 맛을 되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횟수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딱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초보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발효도에 따라 녹차는 우릴 수 있는 횟수가 적고, 발효도가 높고 성숙한 잎을 쓰는 우롱차와 흑차류는 우릴 수 있는 횟수가 많다.

    보통 녹차는 3~4회, 우롱차와 흑차는 7~8회를 우린다.

    백차, 황차, 홍차는 잎의 여리고 성숙한 상태를 봐서 우리는 횟수를 결정하는데 마시다 보면 차 맛이 약해져 찻잎이 수명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또 간단한 판별법으로는 건조된 잎이 쫙 펴지면 더는 우려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차를 우리면서 잎의 상태를 확인하면 된다.

    단, 대홍포는 잎이 다 펴지지 않아도 차가 다 우러난 경우가 있으니 모든 차가 이 기준에 맞는 것은 아니다.

    자 이제 1시간이 지났다. 앞으론 찻잎과 다구를 마주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조금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차를배워봅시다 #차우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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