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 #허마셴성
<맛객> 한국엔 '역세권'? 중국엔 '허세권'이 있다
'허마셴성'(盒马鲜生)
이게 뭐에 쓰는 물건인고 싶을 텐데, 지금 중국은 하마 선생님 열풍이다.
하마라는 중국어 '허마'(河马)와 선생님이라는 뜻의 '셴성'(先生)을 음차에 지은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전문 매장 허마셴성은 중국 물류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니 뭐 신선식품 매장이 그리 대단하다고 난린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넓디넓은 중국에서 신선식품 유통, 즉 '콜드체인'을 운영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신선식품이 무엇인가? 바로 날것 그대로의 생물을 취급하는 것이다.
한국같이 웬만한 지역은 2시간 안팎으로 주파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당연하게 느껴지겠지만, 중국 내에서 콜드체인은 엄청 까다로운 사업분야 중 하나다.
물류 천국이라는 중국에서도 그래서 콜드체인만큼은 블루오션으로 남아 있다.
CJ도 그래서 대한통운을 인수한 뒤 중국 현지 콜드체인 업체를 인수해 콜드체인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이 불모지에 중국의 거대 IT 공룡 삼형제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중 하나인 알리바바가 뛰어들었다.
온라인 물류 업체가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아마존을 비롯해 중국 내에도 징둥(京東), 텅쉰(騰迅·텐센트)까지 이젠 흔한 일이 됐다.
그러나 이 중 허마셴성이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내가 최근 우리 동네 왕징에 들어선 허마셴성에 한번 가봤다.
아직 1년도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허마셴성은 벌써 전국 20개 도시에 109개 매장을 갖췄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중국 전역에서 세를 불리고 있다.
나도 기사만 쓰고, 가본 적은 없었는데 직접 가보는 게 돼지터리언으로서 도리가 아닐까 싶어 오늘로 날을 잡았다.
허마셴성 왕징점은 규모는 다른 매장에 비해 비교적 작은 편이다. 일단 첫인상은 뭐랄까. 롯데마트 서초점 같다고 할까? 규모가 아니라 운영 시스템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반조리 제품은 물론, 해산물 같은 생물을 그 자리에서 조리해서 맛볼 수 있게 돼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APP을 이용한 쇼핑인데 집에서 앱을 켠 뒤 쇼핑을 쭉~ 하고 조리 방법 등을 선택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처럼 조리돼 집까지 배달된다.
허마셴성의 배달 시스템은 소비자가 집에서 주문하면 매장 내 직원이 대신 장을 봐 매장 내 설치된 컨베이어벨트에 장바구니를 걸어 배송 센터로 보내는 구조로 돼 있다.
허마셴성의 최고 강점은 신선도가 최고에 가깝다는 것이다.
신선도에 대한 고집은 알리바바라는 공룡이 팔을 걷어붙였음에도 아직 중국 내 매장이 109개밖에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선도가 생명인 신선식품을 유통하려면, 항공이나 항만 등 까다로운 인프라 조건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도시 그중에서도 소비력이 받쳐 주는 지역이어야만 입점이 가능하다.
대신 알리바바가 간택(?)해 허마셴성이 들어선 곳은 항공 물류까지 동원해 신선식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노량진 시장이나 자갈치 시장 같은 것이 집 바로 옆에 있다고 보면 된다.
오늘 먹었던 것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한국산 굴이었다.
나는 중국에 온 뒤로 굴을 삼가고 있는데 이유는 중국 동해(한국 서해)안에 널린 조선소를 비롯한 중공업 단지에서 나오는 폐수를 중국산 굴들이 꿀꺽꿀꺽 먹어 금속성 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먹은 굴은 통영 수준은 아니지만, 노량진 시장에서 맛보는 수준 정도는 됐다. 가격도 한국보다 저렴해 깜짝 놀랐다.
그 외에도 허마셴성에서는 죽합, 전복, 광어, 우럭, 킹크랩, 랍스터, 제철 꽃게 등등 싱싱한 해산물을 사서 집에 가져갈 수도 있고, 그 자리에서 간단한 조리를 부탁해 맛볼 수 있다.
현장에서 먹는 음식의 조리비는 따로 청구되지 않는다는 점도 허마셴성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가격인데 가격이 놀랄 만큼 저렴하다.
그래서 중국 농수산물 물류 관련 기관에 일하는 후배에게 물어보니 허마셴성은 농가와 1:1 계약을 통해 신선식품을 공수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단다.
물론 중간에서 중개수수료를 엄청 받기는 하지만, 농가 입장에서도 유통단계를 줄이면서 많은 물량을 출하하니 서로 윈윈이 가능한 구조다.
한국에도 이러한 방식의 유통업이 도입된다면 농가와 소비자의 불만을 일소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한국에서는 중간 유통업자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것 불 보듯 뻔해 이런 사업모델이 도입되긴 어려워 보인다.
이런 영업 방식 때문에 허마셴성에는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수입산 육류와 채소, 식재료들도 많다.
특히 주부들은 허마셴성 앱을 까는 순간 가산을 탕진한다고 할 정도니 그 매력이 가히 짐작된다.
록수도 최근 허마셴성 앱을 깐 뒤로는 평소 이용하던 한국 청과 매장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뻔한 것인데 신선도와 가격에서 압도적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허마셴성은 배달 서비스와 관련해 '매장에서 반경 3km 이내를 30분 안에 배달한다' 아주 높은 기준치를 모토로 삼고 있다.
허마셴성의 유일한 단점은 재고 물량이 항상 부족하다는 점이다. 신선식품의 특성상 재고 관리를 보수적으로 하기 때문에 오후 6시가 넘어가면 대부분 물품이 매진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국에는 '허세권'(허마셴성 주변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란 신조어가 생겨난 모양이다.
오늘 먹사형과 나도 매장을 방문해 죽합 매운 볶음과 광어찜, 전복 잡채 마늘찜, 굴찜을 즉석 해서 조리해 먹고, 조리제품인 새우 칩과 돼지 갈비찜, 초밥을 먹었다.
가격은 광어 중자 한 마리가 10000원, 죽합 500g 7000원, 전복 마리당 1000원 등등 무척 저렴했다.
우리는 다음에 다시 와서 2㎏짜리 바닷가재(9만원)와 1.5㎏짜리 킹크랩(2만원), 제철꽃게 마리당(1만원)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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