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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Apr 17. 2019

<명차열전> 우이암차 명가 루이취안(瑞泉)의 '암향비'

#차 #중국차 #우이암차 #암향비

<명차열전> 루이취안(瑞泉)의 '암향비'

    암향비(岩香妃)는 육대 다류에 따른 어떤 특정 차의 종류가 아니라 루이취안(瑞泉)이라는 라오쯔하오(전통상점)에서 만드는 명차다.

    루이취안은 명말청초인 1644년(명이 망하는 해)에 설립된 아주 명망 있는 차창이다. 황씨 일가가 대대로 전승하는 차창으로 현재는 12대째 전승인인 황성후이(黄圣辉)가 2000년에 유한주식 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암향비를 굳이 분류를 해보자면, 민북(闽北) 우롱차인데 '민'은 푸젠(福建) 성을 뜻한다. 그러니까 푸젠성 북쪽인 우이산 그중에서도 암석 지대에서 자라는 우이암차 중 하나다.

    우롱차 중의 왕이라고 불리는 대홍포 역시 우이암차다. 우이암차는 엄청 많은 종류가 있는데 우이암차 중 4대명총(四大名枞)이라 해서 대홍포(大红袍), 백계관(白鸡冠), 철나한(铁罗汉), 수금귀(水金龟) 등이 최고로 꼽힌다.

왕펑 선생께 선물 받은 우이암차 세트. 암향비와 수선, 육계차가 들어있다.

    어디 가서 이런 고오급차를 만나면 염치 불고하고 들고 오길 바란다. 물론 가격은 천차만별이니 좋은 자리에서 보면 들고 오라는 소리다.

    전에 왕펑 선생이 대접해 줘 마셨던 육계(肉桂)와 수선(水仙)도 상급 우이암차에 속한다.

    민북이라는 개념이 나와서 한마디 더 붙이자면, 푸젠성 남쪽인 민남지역 차 중에는 유명한 철관음차가 있다. 푸젠성은 모리화차도 있고, 백호은침도 있고 명차가 정말 많은 곳이다.

    다시 암향비로 돌아와서 이 암향비는 우이암차에서 나는 차로 다른 브랜드에는 없고 그냥 루이취안에서 만드는 차의 상표다.

    암향비의 이름 중에 향비는 건륭제 때 위구르 왕 아리화탁의 딸로 청 장군 조혜가 정복 전쟁에서 승리한 뒤 자금성으로 보낸 후궁이다.

    향비는 미모가 뛰어나고 어려서부터 몸에서 특이한 향이 났다고 하는데 건륭제는 조혜에게 전쟁에서 승리한 뒤 향비를 반드시 데려오라고 명했다고 한다.

    색목인인 향비는 사실 혼인을 약속한 상대가 있었다고 한다. 건륭제는 향비의 매력에 푹 빠졌고, 싫다는 향비를 매일 밤 찾아갔다.

    22세에 궁에 끌려온 향비는 향수병에 건륭제의 비뚤어진 사랑에 좌절해 29세에 결국 병사(자살설도 있음)고 한다. 향비는 건륭제가 묻힌 유릉에 36명의 후궁과 함께 묻혀 있다. 또 위구르 카슈가르에도 향비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이 차의 특징은 이름처럼 향비에게서 났음직한 꽃향기가 나면서 암운(우이암차에서 나는 특징)이 느껴지는 데 있다.

    내가 마셔보니 푸젠성 최고의 우롱차인 대홍포와 비슷한 느낌이 나면서 단맛도 느껴지고, 묵직한 끝 맛이 있다. 이 묵직함이 우이암차들의 특징이다.

    내포성도 엄청 강해서 2ℓ를 우려낼 수 있다. 왕펑 선생이 주신 모든 차는 대부분 2ℓ가 우러날 만큼 내포성이 좋았다.

    명차들답게 가격도 한포(8g)에 2만원 가까이한다.

    아무튼, 얼떨결에 따라간 왕펑 선생의 거처에서 이런 좋은 차들을 만나게 된 것은 참 행운이다.

    이런 좋은 차는 차 선생님께 드리고 참새가 방앗간에 들르듯이 와서 마셔야겠다. 내가 끓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명차다.

#명차열전 #우이암차 #암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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