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설차
<명차열전> 눈처럼 새하얀 '장가계 설차'(雪茶)
차를 마시다 보면 그 모양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차들이 있다.
이 설차가 바로 그런 차다. 겉모양이 매우 특이하게 생긴 이 차는 모양만큼이나 맛도 향도 사람을 놀래킨다.
찻잎 색이 눈처럼 하얀 것이 모양은 동충하초 같기도 하고, 독특한 생김새로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설차.
이 설차는 윈난(雲南), 쓰촨(四川) 등 고산지대에서 나는 그 설차가 아니다.
이름은 같지만 부용진에서 확인한 결과 두 차는 매우 비슷할 뿐 같은 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윈난이 특히 유명한 윈난 설차는 명나라 때부터 황제에게 진상했던 차다. 내가 산 이 설차도 똑같이 명나라 때 황제에게 진상됐다는 설차로 이름은 장가계 지역에 있던 토가족 왕인 토사왕(土司王)이 마셨다 하여 '토사왕차'라고 불렸다.
또 치료 기능이 뛰어나 '토가신차'(土家神茶)라고도 불렸다.
두 차 모두 중국 의학 서적인 <본초강목>에 등장해 차 마니아들을 더 헛갈리게 한다.
먼저 운남 지역에서 나는 설차는 이름처럼 아니라 생장환경도 눈과 관련이 깊다.
설차는 해발 4000m 이상에서 자라는 선태식물과 관목의 새싹으로 만드는 차다. 이 나무는 30∼70㎝ 크기로 자라며 새싹이 흰색과 홍색 두 종류다.
설차라고 불리는 것은 흰색 새싹으로 만든 차다. 홍색 새싹으로 만들면 홍설차라고 부른다고 한다.
설차는 생장환경에서 보시다시피 아주 청정한 지역에서 자란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병충해가 없는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무공해 식품이란 뜻이다.
대략적인 주요 산지를 말하면 윈난의 대표 절경인 옥룡설산, 쓰촨의 해발 3000m 이상 고산이 모인 산악지대에 있는 마오뉴산(牦牛山·야크산) 등이다. 이곳은 가보면 알지만, 무림 고수가 아직도 은둔하며 무공을 연마할 것 같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반면, 장가계 설차는 장가계 다미춘(大米村) 해발 200~1500m에서 나며, 고도가 높을수록 품질이 우수하다.
또 차이라고 하면 윈난 설차는 이끼류의 식물을 말려서 만드는데, 장가계의 설차는 딸기(莓)류의 식물의 순을 따서 만든다. 부용진에서 들은 설명에 따르면 야생 딸기를 이용해 만들고, 발효를 통해 겉이 하얗게 발효 성분이 들러붙게 되는 것이다.
두 차 모두 본초강목에도 나올 정도로 차라기보다는 약초에 더 가깝다. 다만 차를 끓여 먹어 보면 왜 이름이 설차인지 알 수 있다.
내가 먹은 장가계 설차는 맛이 어떻냐면 녹차(춘차)처럼 처음은 쓰고 나중에 단맛이 확 치고 올라온다. 녹차가 은은하게 맛과 향이 느껴진다면 설차는 쓴맛, 단맛이 깡패처럼 거칠게 뚜까 패면서 온다.
그러니까 녹차도 길게 우리면 쓴맛이 강하고, 단맛이 은은하게 올라오긴 하지만, 설차는 쓴맛도 단맛도 녹차보다 훨씬 강하다.
처음에는 너무 쓴 거 아냐? 할 정도로 훅 치고 들어오는데 차를 계속 우리다 보면 차츰 쓴맛은 옅어지고 단맛이 강해진다.
효능은 고혈압, 고지혈증에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러니까 술, 고기 많이 먹던 황제에게 바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장가계 설차는 심한 상처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설차의 품질은 얼마나 색이 흰색인가에 따라 갈린다.
초보자들도 그냥 잎을 꺼내 보면 알 정도로 구분이 가능하니 차를 살 때 포장을 터놓은 샘플을 보고 흰색이 도드라지고 100g에 200위안 선에서 사면 꽤 좋은 품질의 설차를 살 수 있다.
또 따뜻한 기운의 차로 몸이 차거나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차다.
#명차열전 #장가계설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