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 #매란방
<맛객> 매란방이 사랑한 쓰촨정통식당 '峨嵋酒家'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정통 쓰촨 요리를 맛볼 수 있을까?
베이징 뿐 아니라 대도시 곳곳에서는 마치 한국에 '전주집', '남도집' 하듯 '청두샤오차이'(成都小菜), '충칭(重庆)ㅇㅇ'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쓰촨은 자타 공인 중국 최고의 맛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강남 음식과 쓰촨 음식, 광둥 음식을 3대 맛의 고장으로 꼽는다.
그러나 서울에서 아무리 전주집이라는 간판을 걸고 노력을 해봐야 전주에서 먹는 그 맛이 아닐진대 대도시 한복판에서 먹는 쓰촨 요리가 정통의 맛에 가깝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베이징에도 제대로 된 쓰촨 음식점이 있다.
바로 무협지에 나오는 쓰촨 명산 아미산에 자리한 아미파와 같은 이름을 가진 '어메이주자'(峨嵋酒家)가 그곳이다.
이곳이 이름을 알린 것은 경극의 전설이자 장국영 형님이 열연한 '패왕별희'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 매란방(梅兰芳·1894~1961) 때문이다.
매란방은 베이징 출생이었지만, 쓰촨 요리를 즐겼다고 한다.
그가 자주 가던 곳이 바로 어메이주자.
이곳의 주인이자 수석 요리사인 우위성(伍钰盛·1913~2013) 주방장은 쓰촨 출신으로 국가급 요리사로 명성을 날린 분이다.
어메이주자가 처음부터 유명 식당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위성 수석 요리사는 쓰촨에서 요리를 배운 뒤 상하이, 홍콩, 마카오를 거쳐 신중국 건국 직후인 1950년 베이징에 식당을 열었다.
중국 전통 맛집 대부분이 중국공산당과 연이 있듯이 어메이주자도 마찬가지로 중국공산당과 얽힌 역사가 있다.
우위성 요리사는 중국 건국 직후 발발한 6·25 전쟁에서 공을 세운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한 한국전쟁) 공신 축하연을 열면서 공산당의 마음을 샀다.
그 10년 뒤인 1960년에는 중국의 국민스타 매란방의 개인 연회를 열면서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매란방은 특히 우위성 요리사의 요리를 좋아했다고 한다.
한 일화를 소개하면 우위성 요리사는 유명인인 매란방이 자신의 식당을 찾아주는데 항상 허름한 식당이 마음에 걸려 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매란방은 "나는 이곳에 음식을 먹으러 오는 것이지 테이블과 의자를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처음엔 소포에 불과했던 이 식당은 매란방이 하루 걸러 하루씩 방문을 하면서 명성을 타기 시작했고, 이후 중국 대문호 노사를 비롯해 곽말약, 제백석까지 유명인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의 라오쯔하오(老字号·전통 맛집) 반열에 올랐다.
이곳의 대표 음식은 궁바오지딩(宫保鸡丁)이다.
궁바오지딩은 어느 지역 요리라고 특정하기 어려운데 잘게 자린 닭고기를 땅콩과 고추, 야채 등을 넣고 달큰한 소스로 볶는 음식이다.
쓰촨, 산둥(山東), 구이저우(貴州) 지역에서 모두 기록이 남아 있는데 지역마다 재료와 요리법이 조금씩 상이하다.
어메이주자의 궁바오지딩은 명성대로 맛이 정말 좋았다. 그러나 이날 먹은 요리 중에서 가장 맛이 좋았던 것은 쓰촨의 유명 요리인 마파두부였다.
마파두부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맛을 내기는 정말 어려운 요리다.
일단 적정한 매콤함과 두부와 소스 배합을 통한 간 맞추기가 어렵다.
볶는 것 역시 연한 두부 모가 상하지 않게 정육면체 모양을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마파두부를 만나면 밥 세 공기는 기본이다.
내가 여태껏 베이징에 와서 먹은 마파두부 중에는 이 집 마파두부가 가장 맛있었다. 물론 쓰촨 어느 매에 있는 허름한 동네 맛집에서 먹었던 마파두부에 비하면 조금 처지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이 집의 자부심이자 간판 요리인 궁바오지딩은 약간 시골스러운 모양으로 투박한 맛이 났지만, 그게 매력이었다.
투박해 보이는 모양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땅콩과 닭다리 살, 동글동글한 파의 모양까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솜씨가 완정 했다.
어메이주자에는 두 종류의 궁바오지딩이 있는데 하나는 금품, 하나는 일반이다. 우리는 금품 궁바오지딩을 주문했는데 종업원들 말로는 금품이 엄선된 재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다음으로 쓰촨식 내장선지 전골이 맛있었다. 중국에서 소나 돼지의 내장 요리를 먹어 본 사람이라면 그 노린내에 진저리 칠 것이다.
그러나 쓰촨 지역의 내장 요리는 특유의 마라(麻辣·쓰촨식 매운맛) 조리법으로 잡내를 싹 잡는다.
이 집의 내장선지 전골은 잡내가 하나도 나지 않았고, 선지나 내장의 선도도 좋았다.
그리고 이 집의 후식 필살기인 닭가슴 쌀비빔면 역시 베이징 최고라 할 만하다.
이 요리는 차가운 면 요리인데 간이 적절하게 맞아 들면서 닭고기 가슴살을 잘게 찢어 넣어 풍미까지 느껴져 정말 맛이 좋다.
후식으로 먹기도 좋았지만, 간단하게 점심으로 끼니를 때우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나에게 쓰촨 요릿집으로서 이 집을 평가하라면, 현지에서 먹는 맛을 80% 정도 구현한 집이라고 평하겠다.
쓰촨의 맛집과 같지는 않지만, 누군가 나에게 베이징에서 정통 쓰촨 요리를 먹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이곳을 추천할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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