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 #카오러우지
<맛객> 베이징 전통 양불고기 '카오러우지'(烤肉季)
'武吃'(우츠)
베이징에는 많은 전통 음식이 있고, 또 오래된 노포인 라오쯔하오(老字号)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베이징 덕이라고 부르는 카오야(烤鸭)가 있다.
그리고 오늘 방문한 카오러우지가 나는 베이징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 적었던 '우츠'(武吃)란 말이 바로 카오러우지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우츠란 말은 큰 무쇠 불판을 가운데 두고 둘러서서 양불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한 표현이다.
한자로 '武'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뭔가 강렬한 모양새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요샛말로 하면 '힙하다' 또는 '스웩 넘치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우츠는 풀어쓰면 이런 뜻이다.
후끈후끈 달아오른 불판 옆에 흰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 가며 긴 나무젓가락으로 양고기를 구워 한입 몰아넣는 모양새.
아. 가장 중요한 것은 불판이 놓인 원탁 아래 있는 기다란 의자에 다리 한 짝을 올려야 한다.
이 모습을 가리켜 '우츠'라고 한다.
우츠와 대칭되는 표현으로는 원츠(文吃)가 있다는데 아마도 얌잔하고 기품있게 먹는 모습을 뜻한다.
카오러우지는 사실 북방 유목민들이 양고기를 구워 먹는 음식문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몽골족이 대륙을 지배하던 원나라 시기부터 시작해 명, 청대를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현재 사용하는 대형 불판은 중국의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 피웠던 청나라 시대인 1848년에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게 카오러우지의 원류격인 '취더화톈카오러우지'(聚德华天烤肉季)는 무슬림, 그러니까 회족 식당이다.
중국어로는 '칭전'(清真)이라 하는 말은 이슬람 음식을 뜻한다. 굳이 번역하면 '하랄 푸드' 정도랄까.
잉? 베이징 전통 음식이라더니 웬 회족이란 말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베이징에 있는 많은 오래된 맛집은 회족 음식점이다.
이를 알려면 역사적 지식이 조금 필요하다.
그러니까 한족이 아닌 이민족인 몽골족이 다스리던 원나라나 만주족의 청나라는 모두 색목인을 비롯한 이민족 우대 정책을 폈었다.
여기서 말한 색목인은 눈동자 색이 푸른 회족을 가리킨다.
이때 많은 회족 음식점들이 베이징 자금성 인근에 자리를 잡았고, 원나라가 멸한 뒤에도 명맥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수 백 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 방문한 취더화톈카오러우지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또 카오러우지라는 요리 자체가 북방 유목민의 음식이 변형된 것이니 한족식당인 것이 더 어색할 수도 있다.
카오러우지를 예전 그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집을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즈쯔'(炙子)라 불리는 이 대형 불판이 이곳에만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전통 방식의 카오러우지를 고수하고 있는데 청나라 때 방식으로 카오러우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이 식당 안에서도 딱 한 곳뿐이다.
즈쯔에서 카오러우지를 먹으려면 여러 내실 중에서 '원챠오팅'(问桥厅)을 예약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즈쯔가 있는 별도의 공간으로 갈 수 있다.
전통 카오러우지를 먹을 때는 또 하나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기를 구울 때 반드시 '육도목'(六道木) 젓가락을 써야 한다. 육도목은 한국어로는 '이팝나무'라고 부른다.
육도목은 가지를 잘랐을 때 6개의 각이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나무가 단단하고, 불에 강한 특성이 있어 직화를 하는 카오러우지에 안성맞춤인 식기다.
이 육도목은 북송 시기 여걸로 불리는 무구이잉(穆桂英)이 무기로 만들어 사용했을 정도로 내구성이 강하다.
카오러우지는 양의 머리와 목 중간 부위와 뒷다릿살 등 최고급 부위를 이용하며, 간장 양념에 파, 고수를 넣어 만든다. 그냥 먹기도 하고, 비둘기 알을 깨서 얹은 뒤 밥공기를 덮어서 반숙해 먹기도 한다.
소나무 숯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기가 강하고, 얇은 양고기를 사용해 조리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큰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양고기를 정신없이 먹다 보면 방 안 공기가 후끈 달아올라 어깨에 걸친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내야 한다.
이 식당의 또 다른 매력은 자금성 인근에 있는 스차하이(什刹海)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봄에 이곳에 오면 봄꽃과 잔잔한 스차하이를 바라보며 카오러우지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진 맛집답게 카오러우지 외 다른 음식도 꽤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깐쇼새우 비슷한 자펑샤(炸烹虾)와 치킨 맛이 나는 양고기 튀김은 다른 어떤 곳보다 맛이 좋았다.
오늘 먹으면서 느꼈는데 여름에는 숯을 이용하는 조리 방법 때문에 먹기가 곤욕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신 겨울에는 3층에 있는 원챠오팅에서 눈이 내려앉은 후통을 내려다보며, 따뜻한 훈기 속에 카오러우지를 한입 몰아넣는다면 신선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맛객 #카오러우지 #쥐더화톈카오러우지
++아 원챠오팅을 예약하려면 최소 2000위안어치 주문을 해야 한다. 약 35만원.
++참고로 처음 부터 저리 먹는 게 아니라 옆방에서 먹다가 넘어와서 약 30분 정도 먹고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