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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un 06. 2019

<차를 배워봅시다> 4화-차의 기본 녹차

#차 #녹차


<차를 배워봅시다> 4화-차의 기원 녹차(6대 다류)


    ++ <차를 배워봅시다> 시리즈는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차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를 넓히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연재입니다. 차 선생님인 김진영 선배와 차 바보인 제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무식한 저의 돌직구 질문과 이에 친절히 답하는 차 선생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보면 됩니다.

    ++ 총 12강의 수업이 진행되고, 1강당 1~2편의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부터는 6대 다류인 녹차, 백차, 황차, 우롱차, 홍차, 흑차에 대해 알아볼 겁니다. 

    먼저 각 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대표적인 차 한두 가지 정도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즐기는 6대 다류에 속한 차는 대부분 명말청초 시기에 명확히 정립이 됐다고 보면 된다.

    그럼 그 이전에는 어떤 차를 마셨을까?

    가장 기본 형태인 녹차가 아니겠나.

    녹차는 차의 가장 기본 형태이자 기본 뼈대가 되는 차로 한국과 일본에서도 즐겨 마시는 차다.

    녹차는 봄에 난 차를 최상급으로 쳐 주며, 우리도 흔히 아는 서호용정과 같은 차들이 바로 녹차에 속한다.

    녹차에 대해서 자세히 안다는 것은 사실 차의 기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차를 만드는 기본 과정을 녹차에 대해 배울 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크게 나눠 보면,

    '채엽-시들리기-덖기(살청)-유념-말리기'로 나눌 수 있다.

    전에 입문 과정에서 간단히 설명하긴 했지만, 각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적은 없으니 오늘은 과정별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채엽은 잎을 따는 과정이다.

    잎을 따는 것은 차를 만드는 제다과정의 시작과 같다. 직관적인 단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으나 사실 차를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차는 찻잎을 따는 것에서부터 품질과 종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명차열전>에서 종종 소개하지만, 차는 싹을 쓰느냐, 아니면 성숙도가 큰 여러 잎을 섞어 쓰느냐에 따라서 품질이 많이 차이가 난다.

    보통 싹만을 사용한 차를 고급 차로 쳐주며, 1엽, 2엽… 이런 식으로 성숙한 잎이 포함되면 등급이 낮아진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없고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또 차를 따는 시기나 기후에 따라서도 차 맛이 달라지니 채엽은 차 만들기에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다.   

 

    찻잎을 땄으면 다음 과정은 시들리기다. 시들리기는 차를 덖기 전에 살짝 물기를 증발시키는 과정인데 이때 시간이 길어지면 차에서 발효가 일어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들리기를 생략하는 차들도 있다.

차를 덖는 모습.

    덖기는 활성화 효소를 죽이는 과정으로 이 과정을 통해서 차의 발효 상태를 고정한다. 

    덖는 과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초청(炒靑·차를 덖는다)으로, 중국 차 다큐멘터리 같은 데서 나오는 솥단지에 찻잎을 넣고 손으로 슥슥 젓거나 누르거나 하는 그 과정이다.

    덖기를 하는 이유는 불을 대서 활성화 효소를 없애 차의 발효 상태를 박제시키는 데 있다.

    녹차는 발효차가 아니기 때문에 찻잎을 따서 바로 덖는다. 반면, 백차는 덖는 과정이 없다.

    백차를 마셔보면 알겠지만 백호은침 같이 싹으로만 만든 백차가 아니라 싹과 각종 잎이 섞여 있는 백목단 같은 백차는 차편(원반 같이 빚은 차 덩어리)의 색이 여러 색이 난다.

    그 이유는 덖는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에 잎의 성숙도에 따라 각각 발효 정도가 달리 됐기 때문이다. 

왼쪽 백호은침과 오른쪽 백목단은 덖기 과정을 거치지 않는 백차로 여러 잎이 섞인 백목단은 찻잎의 색이 숙성도에 따라 다르다.

    물론 모든 차가 초청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송나라 때는 차를 증제해서 살청을 했다.

    그러니까 증기를 쬐서 활성화 효소를 죽이는 것이다.

    일본의 많은 차가 아직도 이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아마도 덖기 과정이 생겨난 명나라 이전 송나라 때 차가 전파되면서 당시 증제법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두 가지 방법에서 오는 차맛의 차이는 아무래도 불을 직접 대는 초청이 더 구수한 향이 난다. 피라진, 피로류 향이라고도 하는 데 아무튼 유명한 서호용정차도 마셔보면 아주 고소한 맛이 난다.

    반대로 증제차는 좀 더 날 것의 느낌이 난다. 나는 이를 풀 내 또는 풀향이라고 한다. 

    이제 유념에 대해서 알아보자.

    유념은 덖어낸 차를 문지르고, 주무르고, 조물조물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둥글리기도 하는 과정이다.

    이런 짓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면 차를 우리는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기 바란다.

    차는 찻잎을 다구에 넣고 물을 부어서 우려내는 음료다. 다른 말로 풀에 끓인 물을 넣고 맛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집에서 국을 끓여 보면 알지만 불을 켠 상태로도 한참을 끓여야 재료의 맛이 우러난다.

    차를 마시는 데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으니 제조 과정에서 유념을 하는 것이다.

    유념은 차가 우러나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찻잎을 조물조물하면서 세포가 파괴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뜨신 물을 부으면 쉽게 즙이 골고루 찻물로 퍼져 나온다.

    유념을 세게 하는 녹차는 80도의 물에서 우려야 하고, 유념을 하지 않는 백차는 뜨거운 물에 우리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념의 또 다른 역할은 차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차를 좀 마시다 보면 알지만, 서호용정 같은 차는 아주 납작한 찻잎 모양을 하고 있다. 이와 달리 철관음 같은 우롱차는 동글동글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나중에는 찻잎의 모양을 보기만 해도 대략 어떤 차인지 알아보게 되는데 마치 기업 CI 같은 거라고 하면 이해가 좀 되려나. 

    아무튼 유념은 차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역할도 한다. 이럴 때 유념을 차의 모양을 잡아준다고 한다.

    유념에 따라 차를 구분하면 납작한 모양은 '편초청', 동글동글 말린 모양은 '원초청', 찻잎을 기다랗게 만들면 '장초청'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말리기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유념까지 마친 차는 다시 한번 바싹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 고추 말리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건조에 따른 차의 호칭도 고춧가루와 비슷하다.

    솥에서 덖어서 건조한 차는 '초건차'라고 하고, 건조기나 화롯불에서 열기를 쬐서 건조하면 '홍건차'라 한다. 또 태양초 고춧가루처럼 햇볕에 널어서 건조하는 차를 '쇠건차'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보이차는 반드시 쇠건을 해야 하는 데 운남지역은 아시다시피 습한 날씨기 때문에 좋은 보이 모차를 구하기 어렵다. 

서호용정

    녹차 중에서 가장 유명한 차는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서호 용정차다.

    서호용정은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서호(西湖) 주변에 있는 용정촌에서 나는 차다. 

    서호 용정은 물론 다 맛이 좋지만 사봉, 용정, 오운(五云)산, 호포 등에서 나는 차를 '전통적' 4대 서호용정차라 부른다. 요즘에는 생산량과 기술 차이 때문에 사봉, 매가오, 서호에서 나는 차를 현대 3대 서호용정차라고 부른다. 

    차를 품평할 때 보는 네 가지 요소는 색, 향기, 형태, 맛이다.

    서호용정은 이 네 가지가 모두 뛰어나다 해서 '色翠香郁味醇形美'라 표현한다.

    해석해보면 '색이 비취색이고, 향이 짙고, 맛이 깊고, 모양이 아름답다' 정도가 되겠다.

벽라춘은 찻잎 모양이 고둥의 속살처럼 동글동글 말려 있다.

    다음으로 녹차 중 서호용정만큼 뛰어난 차를 꼽으라면 벽라춘(碧螺春)이라는 차가 있다. 

    나도 아직 마셔 본 적이 없는데 벽라춘은 차나무 사이사이 과일나무를 심어서 찻잎에서 과일 향이 은은하게 난다고 한다.

    산지는 장쑤(江蘇)성 동정(洞庭)으로 당연히 동정우롱차와는 다른 곳이다.

    이름에 '라'(螺)라는 글씨가 들어 있는 것은 찻잎의 모양이 고둥 속처럼 동글동글 말려 있어서 그렇다. '벽'(碧)이라는 글자가 있는 것으로 미뤄 당연히 색은 푸른빛이 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벽라춘은 이전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바로 샤샤런샹(吓煞人香)이란 이름인데 뜻은 '사람을 잡는 향기'라는 팜므파탈적인 의미다. 

    훗날 남쪽으로 행차한 강희황제가 차를 마시고 그 이름을 듣더니 너무 우아하지 못하다 하여 지금의 벽라춘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고 한다.

#차를배워봅시다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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