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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un 05. 2019

중국요리가 익숙지 않다면 '동북 요리'부터

#맛객 #동북요리

동북 대표 음식 궈바오러우

<맛객> 전통 동북요리 '헤이투인샹'(黑土印象)

    오늘은 월요일이다.

    바로 먹챔스 멤버들이 모여 점심을 함께할 수 있는 날이다.

    우리는 보통 대사관 브리핑이 끝나고 대사관 근처에 맛집을 찾아서 다니는 데 오늘은 우리 멤버 모두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동북 식당인 '헤이투인샹'(黑土印象)에 가기로 했다.

    식당 이름인 헤이투(黑土)는 동북 지역의 토양이 검은 데서 유래한 것으로 동북을 가리킨다. 인샹(印象)은 말 그대로 인상이다. 풀이하면 동북의 인상이라는 뜻이다.

    동북 지역 요리는 한국인이 중국에 와서 처음 중국 요리에 입문하기 가장 좋은 요리다.

    한반도와 지리적 근접성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간도로 이주한 한국인들이 정착한 지역이 바로 동북 지역이기 때문이다.

    기후환경은 음식의 재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기후가 비슷한 곳은 음식 맛도 비슷하다.

    산둥(山东) 지역 화교들이 한국에 정착해 만든 '반도의 중화요리' 역시 비슷한 기후조건을 가졌기에 한국에 정착하기 쉬웠을 수 있다.

잠봉은 사실 한국요리라고 해야 맞다.

    동북 음식도 한국 음식과 유사한 맛을 가지고 있다.

    식재료가 비슷하기보다는 간이 비슷하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간이 비슷한 음식을 먹으면 이질감이 덜한데 동북 음식을 먹을 때 딱 그 느낌이 난다.

    동북 음식 중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궈바오러우(锅包肉)다.

    모양새가 탕수육하고 비슷한 요리인데 실제로는 꽤 다르다.

    요새 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널리 알려져서 나름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한 바로 그 요리다.

    궈바오러우는 고기를 얇게 펴서 감자 전분을 묻힌 뒤 튀겨 탕수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인데 소스가 한국 것에 비해 조금 더 신맛이 난다.

    이 집의 궈바오러우는 베이징에서 톱10안에 든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갔다.

    역시나 식감이 알맞게 바삭하고, 전분 양도 적절하고, 고기도 부드러웠다. 소스가 조금 단 편이긴 한데 밸런스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베이징 톱10 안에 드는 궈바오러우와 쏸차이 당면 볶음.

    그다음으로 동북을 대표하는 음식은 백김치다. 쏸차이(酸菜)라고 불리는 이 백김치는 동북 지역에서 정말 사시사철 즐겨 먹는 우리 김장김치와도 같은 필수 요리다.

    동북 지역에서는 백김치를 탕에도 넣고, 볶음 요리에도 넣고, 만두에도 넣는 데 중국 음식 특유의 고기 잡내를 백김치를 넣으면 잡을 수 있다.

    백김치는 당연히 동북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먹던 음식으로, 한반도에서 북으로 올라간 것인지 아니면 헤이룽장 지역에서 아래로 내려온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쨌든 고춧가루가 든 우리네 배추김치가 이 백김치보다 늦게 만들어진 것만은 확실하다. 왜냐면 한반도에 고춧가루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이후기 때문이다.

    백김치로 하는 요리는 여러 가지인데 오늘은 더운 여름인 것을 고려해 백김치 돼지고기 만두와 백김치 당면 볶음만 시켜 먹었다.

    약간 시큼하면서 시원한 맛이 나는 백김치가 하얼빈에서 먹었던 그 느낌과 매우 흡사했다.

다라피(왼쪽)는 중국 요리에서 대중적인전채요리다. 백김치 돼지고기 만두는 고기 비릿내가 나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낸다.

    그리고 하얼빈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돼지 뼈찜도 맛이 나름대로 좋았다.

    한국의 감자탕집에서 파는 뼈찜과 비슷한 맛이 나는데 이것은 하얼빈에서 먹었던 것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감히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한국인 입맛에는 제법 그럴싸했다.

    전채요리인 다라피(大拉皮)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다라피는 워낙 대중적인 음식이라 동북 식당이 아니어도 웬만한 식당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집의 다라피는 동북 본토의 맛과 흡사했다.

    시킨 요리를 다 먹었는데 약간 배가 차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요리를 추가했다.

    바로 홍샤오다이위(红烧带鱼)란 요리인데 한국어로는 갈치조림 같은 요리다. 이 음식도 어려서 외갓집에서 자주 먹던 풀치조림과 비슷한 맛이어서 엄청 신기했다.

    원래 동북 지역 요리인지 아니면 한국의 유민들이 건너가 정착시킨 요리인지 모르겠으나 비린내도 하나도 나지 않고, 함께 시킨 초대형 동북 꽃빵과 먹으니 꿀맛이었다.

    혹시 중국에 와서 중국 요리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가이드나 안내를 도와주는 분께 동북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해보기 바란다.

    오늘 소개한 요리 외에도 대부분 동북요리는 우리 입맛에 아주 잘 맞으니까 말이다.

왼쪽부터 돼지 등뼈찜, 꽃빵, 갈치 조림. 모두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요리다.

#맛객 #동북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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