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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un 26. 2019

<예술의 향기> 피카소전-천재의 탄생

#전시 #미술 #피카소

중국 798예술구 벨기에 왕실 가문인 율렌스 부부가 운영하는 The 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UCCA) 현대 아트센터 피카소전.

<예술의 향기> 피카소전-천재의 탄생


    "화가가 되려고 했는데 결국에 나는 피카소가 되었다."


    큐비즘(입체주의)을 탄생시킨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자신의 예술 인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작품 세계를 뭐라 이야기해야 할까?

    단어를 고르고 골라서 표현해 본다면,


    '파격'


    이라 하고 싶다.

    기존의 것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데 피카소는 평생을 바쳤다.

    실제로 피카소가 큐비즘을 주창하며 세상에 내놓은 <아비뇽의 처녀들>이란 작품은 인상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선 너머에 위치하고 있다.

큐비즘의 시작을 알린 <아비뇽의 처녀들>

    피카소전 포스터가 중국 예술구인 798에 내걸렸을 때 원작이 주를 이룬다길래 내심 주옥같은 피카소 작품들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역시는 역시라고 했던가. 내 기대를 보란 듯이 무너뜨리듯 주옥같은 역작은 이번 전시에 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진화해 갔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습작과 스케치, 과도기적 작품들을 많이 선보였다.

    사실 대작을 보면 좋지만, 이렇게 한 작가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를 보는 것도 좋다.

    주로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전시를 많이 봤었는데 혹자는 '간판'만 크게 세우고 실속이 없다고 이런 전시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대작이 오는 전시가 오히려 모든 포커스가 대작으로 쏠리기 때문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번에 온 피카소 작품들은 초기 스케치부터 큐비즘의 기초를 잡아가는 성숙기,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노년까지 폭넓게 작품이 구성됐다.


    한국에 갔을 때 피카소에 푹 빠진 호크니 전시를 봤었는데 호크니가 왜 피카소, 피카소 했는지 이번 전시를 보며 느꼈다.

    두 대가가 통했던 부분은 바로 '끊임없는 혁신과 파괴'에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

    피카소는 어떤 작가에게 특정 작풍을 덧씌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이는 그 작가를 틀 안에 가두게 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하고, 굉장히 빠르게 변화를 좇고 있다고 표현했다. 누군가 한순간 그를 바라봤다면, 그건 그 찰나의 자신일 뿐 이미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큐비즘의 탄생 배경 자체가 새로운 것을 염원하던 젊은 예술가들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원시 예술을 받아들이며 채용한 것 아니겠나.

    이번 전시에는 피카소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아비뇽의 처녀들>과 <게르니카>를 잉태해 냈다고 할 수 있는 습작 <앉아있는 여인>이 있었다.

    이 기념비적인 작품은 큐비즘의 원류가 어떤 형태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그 외의 조각 작품과 스케치들은 피카소라는 천재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관객들에게 친절히 설명하고 있었다.

    

습작 <앉아있는 여인>

    이번 전시에서 또 한 가지 느꼈던 점은 어떤 형식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것에 대해 능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파격은 단지 허세에 불과할 뿐이다. 피카소의 초기 작품들은 그가 어떻게 큐비즘으로 넘어가는지 과정을 잘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의 높은 수준의 회화실력이 이런 파격의 바탕이 됐음을 잠작케 했다.

    이 점은 호크니 전시를 볼 때도 느꼈던 부분으로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회화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현대미술이라고 해서 파격만을 쫓는다면 그 작품에는 깊이가 사라지고, 그런 점은 관객들이 더 잘 알아본다.

    피카소의 대작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피카소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탄탄한 회화실력이 돋보이는 피카소의 작품들.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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