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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ul 20. 2019

 AI도 예술을 할 수 있을까?

#AI #예술

<AI시대> AI도 예술을 할 수 있을까?

다음 그림 중 어떤 것이 인공지능(AI)이 그린 것이고 어떤 게 사람이 그린 것일까?

위 그림들은 우리 아이들인 호수, 단이가 그린 그림이고, 아래는 MS사가 계발한 AI가 그린 그림이다.

언뜻 보면 AI의 그림이 그럴싸해 보이지만, 마음이 훈훈하게 덥혀지는 것은 삐뚤빼뚤한 비글들의 그림들이다.

기술적으로만 본다면 단연 아래 그림이 훌륭해 보인다. 다만 묘하게 예술품에서 느껴지는 '영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호수가 그린 고래 그림(왼쪽 위)에서는 고래의 눈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채색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선이 삐뚤고 색 배합이 자연스럽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호수의 영혼이 그림에 조금이라도 담긴다.

단이가 그린 그림(오른쪽 위)에서도 마찬가지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배어 있다.

형의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도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려한 그런 고민 말이다.

지난번 중국 중앙미술학원에 아르헨티나 설치 작가 에르도안 에를리히 전시를 보러 갔다가 한편에서 흥미로운 전시를 하길래 잠시 들러봤다.

그곳에서는 AI가 웹상의 그림 이미지를 딥러닝 해서 창작한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다.

로봇팔까지 이용해 그린 것이 아니라 질감이 살아 있지 않았지만 그림은 꽤 수준이 있었다.

다만, 처음엔 무슨 신인 전시인 줄 알았다가 그림 수준이 '전시할 정돈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전시장 입구를 돌아가서 자세히 보고 AI작품이란 걸 알았으니 작품에 인사이트가 있진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약간 안도감이 들면서 AI가 예술의 영역을 대체하려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사실 모방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모방을 바탕으로 하는 습작들에도 자기 것이 '1g'이라도 담기는 것이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AI의 작품에서 내가 어딘가 모를 어색함을 느꼈을 것이다.

습작을 넘어서 온전히 한 창작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라면, 더 나가 명작의 반열인 마스터피스를 상정해보면 더더욱 AI가 이런 경지에 다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에이 지금 초기라 그렇지 나중에 한번 보시라”, “AI가 그렸는지 알고 보니 그래”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나 정도 수준의 사람이 느꼈다면 전문가들이 이를 분간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내가 예술작품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붓질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의 영혼의 숨결이 주는 힐링 때문이다.

영혼을 갈아 넣어야만 낼 수 있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 

물론 그 경지까지 AI가 다다른다면 나같이 돈 없고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당분간은. 

전자두뇌가 발전해 스스로 생각이나 창조를 하는 단계에 가지 않는 이상 기존 작품을 모방하고 그 안에서 내 것을 조금이라도 찾으려는 그 창조적 영감은 인간의 전유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예술의시대 #AI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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