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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ul 26. 2019

자기객관화2

자기객관화2


    시건방졌었다.

    아닌가. 살짝 들떠 있었다고 해야 맞겠다.

    땅 위를 반 보정도 떠서 걷는 것 같았다.

    최근에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아니 강제로 끌어다 앉혔다.

    고요히 나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 생각보다 더 엉망이었다.


    계기는 따로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작가의 글이 단초가 됐다.

    반짝반짝 빛이 나던 그의 글이 어느 순간 욕심이 비치더니 초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남의 흉을 보다 내 눈의 들보를 발견한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정신없이 글을 모아 놓은 곳으로 찾아 들어갔다.    


    꼼꼼히 주머니 속 사탕을 손으로 세어 보는 아이처럼 내 글을 빈틈없이 더듬어 내려갔다.

    눈 뜨고는 봐줄 수 없는 지경.

    '박차고 나가고 싶다. 다 떨치고 몰입한다면 어떨까. 조금만 더 여유가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은 사실 착각에 불과했다.

    이리저리 하이에나처럼 기웃거리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현실은 냉혹한 법이다.

    그 작가의 글을 보지 않았더라도 언젠간 깨달았을 일이다.

    일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몰고 가지 않은 것은 어쩌면 행운일지 모른다.

    내 글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만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몸이 된 글을 밖에 세워 둘 자신이 있느냐고 자문해 보고 낯이 뜨거워졌다.

    다시 작아져야 한다. 뜸을 더 들어야 한다. 숙고하자. 치열하자.

    새 다짐은 다 허상에 그칠 것이다.    


    현실에 무게 중심을 두고, 발을 비벼볼 바닥이 아닌 것이다. 이곳은.

    나를 더 바로 보자. 옆으로 비켜 보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자. 

    그리고 거기에 뭐가 서 있는지 똑바로 보는 거다.

    그래도 괜찮다면 그때가 비로소 나갈 때다.

    닫힌 서랍은 그때야 열리는 것이다.

    아니면 닫힌 서랍은 그대로 두어도 좋을 일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금의 삶을 살아도 되는 일이다.

#자기객관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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