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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Oct 23. 2019

공간의 온도

#에세이

공간의 온도

    공간의 온도라는 게 느껴진다.
    워낙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이다 보니 나를 둘러싼 공간에 둔감하기도 하고, 반대로 공간의 변화를 쉽게 느끼기도 한다.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공간의 온도다.
    피부로 느껴지는 따숩고 차갑고 한 온도가 아니라 어떤 공간이 주는 분위기나 감성적 느낌이라고 할까.
    취재하기 싫은 행사에 가면 그 공간에 들어서면서부터 한기가 폐부를 엄습하듯 싸늘한 기분이 든다든가 좋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공간에 우연히 들어섰을 때 나도 모르게 안온함을 느낀다든가 그런 온도를 말하는 거다.

    최근 음주가 잦았던 데는 공간의 온도 영향이 컸다.
    이틀 연속 당초에 계획 없던 자리에 연달아 초대를 받았다.
    이 공간의 온도라는 것이 묘한 게 직접 그 공간에 있지 않아도 전화선을 타고 그 느낌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몸이 조금 피곤해 약속을 잡지 않고 있었다.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웬만하면 번개 약속에 나가지 않는 편인데 어제, 그제는 초대 전화를 받으며 뭔가 모를 친근한 느낌이 전화기 너머에서 느껴졌다.
    평소라면 몇 번이고 약속을 취소할 곡절이 있었지만, 이상스럽게 요 며칠은 뭐에 홀린 듯 약속 자리에 나가게 됐다.
    
    이런 선택이 후회스럽지 않은 것이 우연일 수도 있지만, 두 자리 모두 공간의 온도가 딱 내가 좋아하는 정도의 온기가 돌았다.
    그래서인지 보통 10시를 넘기지 않는 술자리를 늦게까지 이어가게 됐다.
    나는 평소 술자리에서 처음 보는 분이 있든 술자리에 다른 일행이 막 합류했든 관계없이 '그만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뜬다.
    다만, 이번처럼 공간의 온도가 나에게 딱 맞아떨어진다 싶으면 자리가 파할 때까지 혹은 내 체력이 다할 때까지 앉아 있는다.
    이런 공간의 온도는 장소와 요리, 술에 따라 결정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지난 이틀간 만난 분들은 내가 편히 술자리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잘 맞는 분들이었다.
    공간의 온도를 만드는 데는 사회적 지위나 부(富)는 중요치 않다.
    대신 그 사람에게서 뿜어 나오는 기운과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틀간 술자리에서 가끔 멍을 때리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나도 이런 온도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사람의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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