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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Oct 15. 2019

기자라는 일과 삶과 현실 간의 괴리

#에세이

일과 삶과 현실 간의 괴리

    '기자'(記者)

    어쩌다 보니 갖게 된 직업이라 그럭저럭 벌어먹고살았다.

    멋모르던 시절엔 진짜 잘 모르겠더니 요새는 생각이 많아진다.

    단어를 풀어보면 '기록하는 사람'이란 간단한 뜻인데 실제로는 아주 복잡한 직업 중에 하나다.

    예전엔 여론을 주도하기도 하고, 때론 호도하기도 하고 그랬다지만, 요즘엔 비판과 조소의 대상이 주된 역할이다.

    그런데도 우스운 것은 파급력과 영향력이 여전히 상당하다.

    특히나 연령이 올라갈수록 기자 집단 즉, 언론이라는 것에 쉽게 휘둘린다.

    기자 시험만 보면 기자라는 명함이 지갑 한켠에 자리한다. 그리고 남을 쉽게 해칠 수 있는 펜대 아니 요즘엔 자판이라는 연장이 하나씩 주어진다.

    이건 마치 예전에 유행하던 당일 운전면허 취득 학원 같지 않은가.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몇 단계 시험만 통과하면 손에 쥐여 주는 거다. 

    심지어 언론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매체들은 '박봉'이라는 근로 조건만 받아들이면 기자 명함을 거저 주다시피 한다.

    전혀 기자 일에 관심이 없던 나 같은 사람도 기자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1도 없이 논술 시험지에 몇 자 끄적이고 기자가 됐다.

    이게 뭔가 싶은 지점이다.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국은 그렇다.

    다양성이 아무리 중하다지만, 아무 말이나 씨불이거나 아무 소리나 막 해도 된다는 건 아닐 테다.

    언론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감도 안 잡혀 다들 그냥 예전 못된 관행을 이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철저한 자기반성 따위는 개나 줘버린 지 오래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개체 수에 경쟁은 심해지고, 돈이 된다 싶으면 일단 지르고 아니면 말고 식 보도가 난무한 지도 오래다.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펜 끝을 사유화해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관철하는 데 사용하는 선배들도 많다.

    그나마 이 정도면 봐줄 만한데 자신의 출세를 위해 마구 펜대를 휘두르는 사람도 많다.

    예전엔 제법 엘리트 집단에 속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옛이야기다. 요즘은 다들 배움의 수준이 높지 않나.

    무지몽매한 대중을 계도하겠다는 마인드로 기자질을 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기자 집단은 이런 생각을 절대 하지 않는다.

    왜냐면 일반 대중보다 조금, 아주 개미 눈곱만큼 더 세상의 이면을 안다는 자만 때문이다.

    "ㅇㅇ이? 하이고 그 인간 늬네가 잘 몰라서 물고 빨지" 이런 식의 마인드다.

    물론 언론이 정계, 재계, 학계 등 기득권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맞다.

    언론마다 자기의 색채를 가져야 하는 것도 맞다.

    다만, 정도는 지켜야지 않나 싶다.

    언론 자유도는 높은데 언론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점은 그들의 행태가 가장 기본적인 일반 상식에도 어긋나기 때문 아닐까.

    아직도 '대중은 개돼지다'라는 아집으로 무장한 방패를 들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쳐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면, 대게 이상한 게 맞다.

    혼자만 아니라고 부정해봐야 더 썩어 문드러질 뿐이다.

    반성 없는 비판은 비난이나 힐난에 그칠 뿐이다.

    특정인을 저격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다. 차라리 자기반성이라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이나 써서 밥이나 벌어먹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만, 그냥 요즘 세태를 보니 써보고 싶은 글이라 적어본다.

    이 바닥을 떠나지 않는 이상 지금처럼 누군가에 대해 무언가에 대해 기록하고 평가하는 일을 해나가겠지만, 떠나는 순간까지 더 정신의 고삐를 밭게 잡아야겠다.

    적어도 자식들이 나중에 내 글을 봤을 때 부끄러운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

#나나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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