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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Dec 06. 2019

오마주와 표절의 경계

#에세이

사진 출처 : 천호식품 광고

<심증은 가는데 증명은 어려워-오마주와 표절의 경계>    

    요 며칠 뜬금없는 저작권 논란에 휘말리며 특별한 경험을 했다.

    페북 계정인 '금진방'이라는 워낙 아끼는 캐릭터가 도용되는 바람에 이런 경험을 한 것은 나로서 또 한 뼘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됐다. 

    사건팀에 몸담았을 때 기사로 가끔 저작권 논란을 다룰 때가 있었는데 기사와 직접 겪는 것은 천지 차였다.

    'ㅇㅇㅇ와 ㅁㅁㅁ이 저작권 논란에 휩싸였다.'

    라는 짧은 문장으로는 녹여낼 수 없는 그 답답하고 막막한 심경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표절이라는 게 진짜 심증은 가는데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산수유 광고 카피처럼 참 맞는데 설명할 방법이 없는 거다.

    내 경우는 금진방이란 캐릭터가 워낙 넓게 페친들 사이에 알려져 좀 수월한 편이었는데도 연재 중단을 위해 연재 플랫폼에 '저작권 위반 심사 신청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

    일단 해당 작품에서 저작권을 침해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색인하는 것부터 그 부분에 대응하는 내 저작물을 찾아 대조해 첨부하는 것까지 막막하기 그지없다.

    이번 케이스는 인물(실명)을 도용한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어서 출판사에서 쉽게 인정을 한 셈이다.

    그러나 줄거리나 특정 사건을 가져다 쓰는 경우는 원작자 정도나 돼야 판독이 가능할 정도로 아주 미묘한 느낌만 존재한다.

    이게 사람을 미치고 팔짝 뛰게 한다. 게다가 도용을 한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버티는 경우는 정말 거대한 암벽을 마주한 거마냥 더 막막하다.

    '내 마음에서 나온 거다', '우연히 그렇게 된 거다'라는 말 앞에 원작자는 무력하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자꾸 한 번뿐인 경험에 비춰 일반화하기는 그렇지만 나처럼 주변에 돕는 사람이 많은 사람도 이럴진대 정말 초보 작가나 작가 지망생들은 자괴감이 들 정도로 무력함과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출판사도 '기자'라는 직업적 영향력을 무시하고 강하게 나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주변 법조인들에게 자문한 결과 이번 케이스도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도의적인 문제는 있다. 정 원하면 민사 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사례를 겪으면서 기자적 글쓰기에 대해서도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기자가 쓰는 글인 기사에 대해서 나는 기능이 7, 창작이 3 정도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사가 누군가에게 의견을 묻거나 어떠한 현상을 관찰하거나 하는 외부 소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정세 파악이나 개인적 취재 경험 등을 통해 판세를 분석하거나 전망을 섞어 창작적인 요소를 집어넣기도 하지만 주요 구성요소는 아니다.

    물론 현장 취재를 통해 팩트들을 엮어 하나의 완정한 판을 맞춰내는 것을 창작이라고 한다면 창작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소스는 대부분 외부에서 오는 것이 많다.

    이런 글쓰기 습관이 몸에 배면 남의 것을 가져와 내 문장에 넣는 것에 이질감이 없어지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양심의 허들이 점점 더 낮아지게 된다.

    그러면서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남의 창작물을 '훔치는 일'을 서슴지 않게 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남의 저작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여태껏 아무 거리낌 없이 남의 것을 마구 가져다 쓰다가 딱 한 번 내가 소중히 여기는 SNS 캐릭터를 도둑맞았다고 광광대는 건 아닌지 라는 생각이 이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앞으로는 누구의 말을 인용하거나 하다못해 위키피디아같이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사용할지라도 항시 주의해서 인용하고, 더 신경 써 꼭 출처를 밝히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그리고 자신이 없다면 원작자에게 사전에 연락해서 허락을 받고, 적절한 대가를 원한다면 지불한 뒤 저작물을 사용하는 창작 과정을 머릿속에 심어야겠다.

    나는 이번 논란을 통해 하나 확실히 안 게 있다.

    오마주와 표절의 경계는 원작자의 허락과 나의 양심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표절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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