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인사철이다…인생이 화려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해마다 이맘때면 직장인들은 가슴을 졸인다.
이맘때란 인사철을 가리킨다.
조직마다 다르지만, 대대적인 인사가 나는 시기는 대부분 내년도 사업계획이 나온 뒤인 연말인 경우가 많다.
승진, 부서이동, TF 등등 직장인의 운명을 가르는 서류가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면 수많은 직장인의 희로애락이 결정된다.
여러 출입처를 다니다 보니 인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참 많다.
때로는 너무 과하다 싶게 인사에 집착하는 사람을 본다.
그 일, 그 자리가 아니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각오로 팔을 걷어붙이고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부류는 대게 끝이 좋지 못했다.
반대로 전혀 대수롭지 않게 이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도 있다.
좋게 말하면 초탈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일에 의욕이 없는 사람이다.
뭐가 더 좋은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아무리 큰 조직이라도 좋은 자리는 소수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사가 끝나면 항상 영전한 사람보다 물 먹은 사람이 많다.
영전에 영전을 거듭하는 사람도 있고, 영전 한번 물 한번 반복하는 사람도 있고, 내내 물만 먹는 사람도 있다.
'화무십일홍'
인생이 화려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인사의 끝은 퇴직이라고 영원한 승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실 직장인의 운명은 시한부 인생과 다를 바 무엇일까.
금수저가 아니면 직장인은 결국 퇴직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 아닌가.
영전했을 때보다 물을 먹었을 때 자신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시기는 길지 않다.
언젠간 뒷방으로 물러나거나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때가 온다.
그날이 오면 쿨하게 자리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내가 직장을 다니며 항상 목표로 하는 모습이다.
꽃받침 위에 환하게 꽃을 피웠을 때보다 시들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초라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전에는 화사함을 뽐내길 원했는데 이제는 초라하게 물러나지 않기를 더 바란다.
그래서 원 없이 열심히 하고, 원 없이 땡땡이도 쳐보고, 원 없이 yes맨이 돼 보기도 하고, 원 없이 상사한테 개겨 보기도 한다.
인생이 화려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인사철은 다가오고 꽃이 또 피고 지겠지.
#인사가만사가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