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an 01. 2020

우리가 할머니를 추모하는 방법...불 꺼진 방안 장례식


이미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던 사람들은 모두 느꼈을만한 이야기다.

장례를 치르는 일은 당연히도 슬프지만 가끔 아름답고 귀한 순간이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았던 순간은 장례식 손님을 치르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처남 처제 아내  이렇게 나란히 안방에 누워 천장을 보고 새벽까지 할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할머니에게 잘못했던 이야기, 할머니가 우릴 이뻐했던 이야기, 할머니와 행복했던 이야기들을 우린 도란도란 나눴다.

그러다 이따금 약속이나 한 듯 적막이 흐르는 순간이 오면 누군가 훌쩍이는 소리를 내고 곧이어 훌쩍훌쩍 소리는  꺼진  안을 가득 채웠다.

훌쩍 소리가 잦아들면 내가 나서서 "제일 불효한 당신이 제일 많이 운다"라고 농을 쳤다.

내가  농에 다들 눈물을 훔치고  웃음을 지으면 다시 할마니 이야기를 이어간다.

밤새 울다 웃다 그리워하다 떠나보내다가 어느새 하나  잠이 들고 마지막 남은 사람이 "할머니 보고 싶다"라고 나직이 읊조리면 다시 훌쩍 소리가 어둠을 헤치고 들어선다.

할머니와 같이  록수 3남매와  우리 넷만   있는   장례식은 그렇게 며칠  내내 이어졌다.

이야기를 잇고 잇다 보면 각자 할머니에게 들은 유언을 지키겠노라고 다짐한다.

처제는 "할머니가 가장 아끼고 걱정했던 아빠한테 잘할 거야"

처남은 "할머니 생각해서 올해는  시험에 합격할 거야"

록수는 "할머니가 말했으니 오빠한테 이제 잘해줘야지"

 차례가 돌아왔을  "나는 그냥 지금 대로 살면 "하면 다들 키득키득 시시덕거리며 다시 이야기 꽃을 피운다.

농담으로 이야기했지만, 할머니와 투닥투닥도 많이 하고, 외국살이에 자주 찾아 뵙지 못했던 록수가 눈물을 가장 많이 흘렸다.

불효자 곡소리가 제일 크다는  농담에 "오빠는 할머니한테 잘해서 후회 없겠다"라고 답하는 록수는 정말 슬퍼 보였다.

"사실 투닥투닥하는 손녀가 할머니에게는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았을까?"라고 

아내를 위로하다가 보니 또다시 눈물 바람에  공기가 싸늘해진다.



할머니 우리 할머니  잊고 넷이 모일 때마다 할머니 이야기할게요.

좋은 곳에 가셔서  지켜봐 주시고,  살펴주세요.

-할머니를 사랑하는 손주 4남매 일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