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헤롯' 세계 명품 매출 2위 SKP 백화점
중국인의 명품 사랑이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의 해외여행이 대중화하면서 세계 방방곡곡을 돌며 명품을 쓸어 담는 중국인의 모습을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중국인의 부의 증가와 명품 소비가 정비례하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세계 명품 소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이 자신의 안방에서는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치품에 붙는 높은 중국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돈이 많다는 것을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중국 부자들의 속사정도 작용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반부패 운동이 중국 전역을 휩쓸면서 부패 관료와 대부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졸부 행위가 많이 사라졌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중국에서 돈 자랑하는 사람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설령 명품을 사더라도 남몰래 조용히 사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고급 식당들도 회원제 프라이빗 식당으로 업태를 바꿨다.
그러나 해외로 나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중국 부자들은 그동안 억눌린 한을 풀기로 작정이나 한듯 지갑을 마구 열어 젖힌다. 말그대로 명품 판매장을 통째로 쓸어 담는 슈퍼 파워를 보여 주고 있다.
명품 매장마다 중국인 VIP에 대한 무용담 하나쯤은 있을 만큼 중국인의 명품 사랑은 그만틈 남다르다.
국내와 해외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중국 명품 소비 패턴에 이단아 같이 등장한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베이징화롄그룹(BHG)이 베이징시 중심에서 운영하는 SKP 백화점이다.
SKP 백화점의 본점인 SKP 클래식은 전 세계 백화점 중 단일 매장 명품 매출 2위를 기록하는 명품의 메카다.
SKP 클래식보다 명품이 많이 팔리는 곳은 영국 왕실이 명품 쇼핑을 하는 곳으로 유명한 영국 헤롯(Harrods) 백화점뿐이다.
백화점 전체가 명품 매장으로 채워진 SKP 클래식의 2019년 매출액은 150억 위안, 한화로 2조 5천억에 달한다.
명품 판매 불모지인 중국에서 SKP가 성공을 거둔 전략은 판매를 위한 카테고리 구성에 있다.
베이징 최고 번화가인 왕푸징과 궈마오의 유명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를 가보면 도대체 그 비싼 임대료를 어떻게 충당하나 싶을 정도로 파리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SKP 백화점은 다르다.
그 수많은 명품 매장에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내가 아는 한 이렇게 사람이 붐비는 백화점은 베이징에서 SKP가 유일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SKP에 중국 부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살만한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명품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SKP에 없으면 중국 어디에도 없다'
이 말인즉슨 SKP에는 일반적은 명품 브랜드의 제품 외에 에디션 제품이 많이 구비돼 있다는 소리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SKP-S를 직접 둘러보니 한눈에 봐도 스페셜 에디션 같은 제품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SKP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많은 고객이 신제품이 론칭되면 스윽 매장에 와서 물건을 보고 조용히 주문하고 백화점을 빠져나간다고 한다. 몰래 명품을 사야 하는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중국 특색 명품 소비 형태다.
SKP 백화점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현재 SKP 백화점은 본점 격인 SKP 클래식과 클래식 길 건너편 남쪽에 새로 들어선 SKP-S 두 곳이 운영 중이다.
세계 톱2에 드는 백화점 치고는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인데 클래식은 6층 규모, SKP-S는 3층 규모다.
두 곳 중 2019년 12월 12일에 문을 연 SKP-S가 특히 더 한국과 인연이 깊다.
BHG 그룹의 지샤오안(吉小安) 회장은 한국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인 젠틀몬스터에 SKP-S의 전체 콘셉트 디자인을 의뢰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한중관계가 엄혹한 시기에 한국 기업에 중국 최대 명품 백화점의 실내 건축 디자인을 맡긴다는 것은 정말 용기와 배짱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했던가 지 회장의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 용단은 엄청난 보답으로 돌아왔다.
젠틀몬스터의 근미래의 화성 생활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은 베이징에서 대히트를 쳤고, 새로 오픈한 SKP-S는 밀려드는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SKP-S에 들어서면 양 떼가 손님을 맞고, 할리우드 영화 '마스'에 나왔던 우주 식량이 벽을 채우고 있는가 하면, 요즘 말로 인스타 감성이 충만한 현대 설치 미술 같은 인테리어 소품들이 80·90허우(1980년대 90년대 이후 출생 세대)의 발길을 붙잡는다.
사람을 모으는 SKP 답게 이번에도 사람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SKP-S에 가보면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이 있다.
그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SKP에서 요구한 디자인에 따라 브랜드 로고를 새긴 간판을 매장 앞에 걸어 두었다.
세부적인 매장 디자인은 자율에 맡겼지만, 전체적인 톤이나 콘셉트는 SKP의 요구에 따라 통일성을 갖춘 것이다.
아무리 콧대가 높다 한들 세계 명품 매출 2위인 SKP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명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베이징에 왔을 때 SKP백화점에 가서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명품 에디션 제품을 구경하고, 인스타용 사진도 찍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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