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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an 27. 2020

<서평> 백년 동안의 고독

<서평> 백년 동안의 고독

    설 연휴 내내 방구석에 들어앉아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기 시작해 막 완독을 마쳤다.

    워낙 책을 늦게 읽기도 하지만, 현실과 환상이 명징하게 직조된 이 소설은 그 복잡다단한 가계도에 얽힌 인물들의 관계를 뒤적여 보느라 시간이 더 갈렸다.

    처음에는 가계도에 집중해 신경을 곤두세웠다가 나중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마구 읽어 나갔는데 잘 써진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머리에서 촤라락 줄거리와 인물이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그만큼 마르케스의 필력이 엄청나다는 반증일 테다.

    이 소설에 대해서는 문학 비평가들이 내가 평생 다 읽지 못할 정도의 비평을 남겼기 때문에 콜롬비아 역사를 반영했다는 역사적 의미나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작이라는 문학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나는 그보다 순수하게 소설적으로 이 책에 대해서 논하고 싶다.

    그중 소설의 주요 요소이자 내가 가장 중시하는 인물 측면에서 이 소설은 정말 뛰어나다.

    인물에 대한 그 섬세하고 풍부한 서사와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무너뜨려 가는 흐름은 역대 읽었던 소설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특히 수많은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꼬이지 않게 풀어가는 점과 하나도 잊지 않고 모든 등장인물에 개성을 부여해주는 작가의 묘사는 이 소설의 백미라 생각한다.

    마술적인 묘사 때문에 현실이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부엔디아 집안 인물 어느 누군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집안에는 내성적인 사람, 외향적인 사람, 학구적인 사람, 예술적인 사람, 충동적인 사람, 순종적인 사람, 반항적인 사람, 순종하다가 반항하는 사람, 반항하다가 순종하는 사람 엄청나게 다양한 군상들이 등장한다.

    내가 가장 주목했던 인물은 산타 소피아라는 인물이다.

    극중 며느리인 페르난다에게 엄청나게 치욕을 당하며 일생을 보내고, 심지어 독자인 나에게조차 '이 사람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던 굴욕의 캐릭터다.

    하지만 소설 속 다른 인물들이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또 독자인 우리가 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산타 소피아는 자신의 삶에 꽤 만족하고, 소명감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산타 소피아를 보면서 타인의 삶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고, 예단하고, 거만한 태도로 판사질을 해대는지 반성하게 됐다.

    세상에 못난 인생은 없다. 그저 다르게 살 뿐이고, 주어진 성격과 환경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살아낼 뿐이다.

    그 인생에 대해서 우리가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평가할 권리는 전혀 없다.

    오직 자신만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어떻게 변화를 줄지 결정하는 것이다.

    남이 보기에 고통뿐인 그 삶을 포기하는 것도, 버텨내는 것도, 아니면 긍정적인 태도로 영위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고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소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지만, 이 느낌에 대해서만 기록하고 싶어 바쁜 와중에 짧게 서평을 남겨 본다.

#서평 #백년동안의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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