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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4. 2018

글을 어찌 그리 쏟아 내세요? 글 공장을 돌리는 비결

#단상


<글 공장을 돌리는 나에 대한 단상>

    '산업혁명과 모던타임즈, 대량생산 체제'
    내가 기자로서 직업적인 글쓰기를 한지가 햇수로 9년째, 만으로 8년째다.
    농경사회인 주니어 시절을 막 벗어나 산업혁명의 글쓰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세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다른 SNS 작가님들보다 굉장히 다작하는 편인 것 같다.
    실제로 매일 새벽에 올리는 <단상>을 위시해, 기본적으로 하루에 <맛객> 한두 편을 필수적으로 업로드 하고 있고, 중간중간 개그 본능을 해소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정성껏 도른소리를 담은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 또는 <글쓰기>를 별도로 업로드 하기도 한다. 또 공항이나 이색적인 취재현장에 나가는 때면 될 수 있으면 아직 소개되지 않은 공간을 찾아 <취재현장> 한 꼭지를 반드시 업로드 한다. 이외에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의 글로 <초보 댕댕이시터의 보모일기>를 매주 1회씩 올리고, 가끔 <지만갑>, <영혜> 시리즈를 쓰고, 독서 형편에 따라 <책장사>, <서평>을 발행한다.
    또 이따금 이벤트성으로 파일럿 코너를 만들어 짧게 10편 이내로 속도감 있는 글을 쓰기도 하고, 신선한 소재를 찾아서 SNS 지인들과 같이 노는 장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글 공장처럼 많은 양의 글을 쓰고 있지만, 한 편 한 편 나름대로 섬세하게 공을 들여 쓰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마도 마감과 아이템 발제에 항시 둘러싸여 사는 기자의 습성이 몸에 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단상>인데 다른 코너가 보통 30분 안에 탈고를 한다면, <단상>은 거의 두 배나 더 시간을 들여서 완성한다.
    처음 글을 연재할 때만 해도 새벽 4시에 일어나 발제 시간을 쪼개서 30~40분을 들여 글을 썼지만, 요즘에는 1시간가량 공을 들이고, 어떨 때는 시간을 더 쓸 때도 있다.
    많은 글을 쓰면서도 일정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를 위해서 내가 꼭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쳐 쓰기'(속칭 데스킹)
    기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기사를 발행할 때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최소 두 차례 고쳐 쓰기를 하게 돼 있다.
    일단 내가 기사를 다 쓴 다음 한번 쭉 훑어 보는 과정을 거치고, 기사를 데스크에 넘기면 데스크가 다시 한 번 기사를 정독해 가며 오탈자와 비문, 부자연스러운 문맥과 글의 구조를 잡아낸다.
    처음에 에세이 형식의 단상을 쓸 때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바로 타인의 검수를 거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텀 두고 두번 쓰기'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가 글을 탈고하자마자 해당 시간에 바로 글을 검토해 봐야 비문을 잡아내고, 맛깔 나는 표현을 삽입하기가 무척 어렵다. 왜냐하면, 이미 당시 기준으로 굉장히 집중해서 글을 써놨기 때문에 TV예능으로 치자면 그 이상의 애드립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 방법은 하나다. 시차를 두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기자나 작가뿐 아니라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매유 유용하고, 취준생의 자기소개서나 시험 답안 작성 시에도 매우 효용성있는 꿀팁이다.
    나 같은 경우는 저녁 자리가 짧게 끝나고 비교적 이른 시간 집에 돌아오면 그날 저녁에 먹은 <맛객>을 탈고해 업로드 한 뒤 샤워를 하고 나와서 20분 정도 시간을 들여 다음날 <단상>의 초고를 대충 써놓는다.
    문장을 완정하게 잡아서 쓴다기보다는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구어체 형식으로 휘갈겨 놓는 것이다.
    그런 다음 도시어부를 보거나 읽던 책을 좀 읽거나 아니면 글빨이 좋은 작가님들의 글을 찾아 읽다가 부지불식간에 잠이 든다.
    다음날 새벽 4시쯤 어김없이 눈이 떠지면 전날 써 놓은 초고를 맑은 정신에서 다시 한 번 일독을 한 다음 고치기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면 비문이나 오탈자뿐 아니라 겹치거나 반복되는 표현들을 하나하나 잡아낼 수 있고, 신박한 애드립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마치 두 사람이 한 글을 써낸 것처럼 그나마 안정적인 퀄리티의 글을 써낼 수 있다.
    만약에 술자리가 길어졌을 경우에는 바로 씻고 잠자리에 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보거나 웹툰, TV도 보지 않고 바로 잠을 청한다. 그런 다음 똑같이 새벽 4시에 기상을 해 얼른 초고 작업을 한다. 그러고 난 다음 발제를 준비하고, 씻고 나오면 초고를 쓴 뒤 한 시간 정도 텀이 생기는데 이때 다시 검토 작업을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하룻밤의 텀을 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작성된 글이 <티키타카 하는 것에 대한 단상>, <너와 내가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에 대한 단상>, <한량 아빠와 나에 대한 단상>, <너무너무 좋을 때 최악을 생각하는 것에 대한 단상> 등 다수다.
    내가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은 타고난 필력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글빨을 타고 난 분들은 이런 수고를 거칠 필요가 없이 뱉는 대로 아니 쓰는 대로 아름다운 문장이 된다. 그러나 이런 재능은 아주 극히 일부만이 가진 '천부필력'이기 때문에 괜히 따라 했다간 댓망진창한 똥글을 마주하게 된다.
    아. 그리고 아이템이나 소재에 관해서는 생활을 하면서 순간순간을 기억하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주로 어떤 일을 겪었을 때 기억이 나는 문장이나 단어 등을 아이폰 메모장에 기록해 둔다. 때로는 위챗이나 카톡 기능 중 '내게 말하기' 같은 창에 대충 휘갈겨 두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보다가 좋은 표현이 나오면 따로 수집해 놓는 편이다.(최근에는 족대질<물고기몰이를 하는 행위>이라는 아주 재밌는 표현을 배웠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나 잘났네' 하려는 것이 아니라 SNS 셀럽인 한 친구와 대화 중에 글쓰기를 어려워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해서다.
    또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웹툰 <호랑이 형님>의 이상규 작가님이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작업 과정을 공개한 적이 있는 데 본인은 휘적휘적 대충 설명을 하시는 데 보는 내 입장에서는 '와, 신기하다'라고 느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혹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이 있을까 해서다.
   아. 마지막으로 글이 호소력이 있으려면 괜히 남의 이야기 끌어다 쓰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남 이야기를 아무리 꾸며 써봐야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으니 글 중 일부에 자신의 경험을 넣으면 마음이 쉽게 전달된다. 
#단상 #글공장 #텀두고두번쓰기 #나눠쓰기 #출판할때까지가즈아 #돈스돕미나우 #갈때가지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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