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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베이징 공항 T2 스케줄판
오늘 서울에 눈이 많이 왔나 봅니다. 여기저기 눈 사진이 눈에 띄네요. 첫눈인가 보죠?
서울에 눈이 오면 평양에도 높은 확률로 눈이 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네. 최신식 기종이 없고, 공항 시설이 미비한 고려항공은 이럴 때 자주 연착합니다. 당연히 제 근무시간도 늘어나죠. 눈이 싫지 않지만, 이럴 때 욕을 한번 해봅니다. 이 저주받을 눈아.
오늘도 어김없이 고려항공은 연착입니다. 하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중국에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면서 중국 스타벅스에도 크리스마스 제품이 나왔거든요.
쉬는 날임에도 바쁜 일정 때문에 병력 지원 나온 막내 숙연이와 성탄절 스페셜 음료를 하나씩 사 먹으며 당을 충전했습니다.
오늘은 공항 일이 바쁜 날입니다. 지난 11월 20일 중남미 순방을 간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고,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도쿄 올림픽 참가 논의하러 일본에 갑니다. 리용호 외무상도 국제회의 참석차 베트남에 간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착까지 되는 바람에 이렇게 항공편 스케줄판 앞에 서 있습니다. 연착이 되면 언제 비행기가 착륙할지 감이 잘 안 오기 때문에 스케줄판 앞에 서서 도착시간을 잘 체크해야 합니다. 물론 플라이트레이다24를 봐도 되지만, 가끔 에러가 나는 경우 낭패를 봅니다. 오늘도 일찍 가긴 글렀나 봅니다.
일정이 꼬인 날은 제 절친인 일본 TBS 오꾸노 상하고 취재 작전을 짭니다. 정보를 공유도 하고, 동선도 짜고 하는데 중요한 건 사실 서로 말하지 안 씁니다. 아. 이 가식적인 관계란 하하하하.
오꾸노 상은 일본 영화 도쿄타워에 나올 법한 수염이 매력적인 미남이죠. 아주 미남에 성격도 착하고, 예의가 바릅니다. 저랑 임기가 거의 비슷해 비슷한 시기에 귀임할 겁니다.
오늘 안 입던 유니클로 점퍼를 발견해 꺼내 입었는데 그 주머니 속에서 100원이 나왔습니다. 1991년에 만들어진 동전인데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맺기 딱 1년 전이군요. 그당시 북중관계가 그렇게 안 좋았었는데 요즘과도 많이 닮아 있어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 그냥 스타벅스 들고 있는 김에 똑똑해 보이려고 아는 척 허세 한번 부린겁니다.
원래 오전 9시50분에 도착해야 하는 비행기가 오전 11시가 다 돼서 도착했습니다.
원래 예상과 달리 김영남 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은 오지 않고,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박명국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에 도착했습니다.
김일국 체육상은 운동선수 출신이라 옆에서 보면 굉장이 인상이 강합니다. 운동선수 출신답게 입이 무거워서 좀처럼 질문에 답하는 법이 없습니다. 처음에 떡 벌어진 체형을 보고 무슨 유도 같은 격기를 한 줄 알았는데 역도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옆에 따라다니는 수행원들도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김일국 체육상이 올 때는 그냥 얌전히 새색시처럼 있는 편입니다. 괜히 객기부리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기 때문이죠.
박명국 외무성 부상은 국제기구 업무를 담당하는 북한 외교관입니다. 정확히 누군지 잘 모르시겠죠? 그럼 좀 우리에게 익숙한 리용호 외무상은 아실까요? 바로 리용호 외무상 밑에서 일하는 측근으로 볼 수 있습니다.
리용호 아재는 미국과 북핵 협상 등을 하는 실무선과 김영철 같은 최고위급 중간 정도 되는 인산데요. 집안이 금수저 집안으로도 유명하죠. 리용호 외무상과 박명국 부상은 사실 동갑장이 친구입니다. 리용호 외무상의 아버지는 리명제 전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입니다. 리용호 외무상은 젊은 시절 미국에서 핵분야와 관련해 유학을 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리용호 외무상은 오랜 기간 외교관 생활을 한 것답게 성격도 온순한 편이고, 취재원들에게도 친절한 편입니다. 북한 고위급 중에서는 그래도 핵 지식이 제일 많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튼 이런 리용호 외무상이 국제기구와 관련한 외교 업무를 할때 공항서 마중하고 영접하고 하는 게 박명국 부상입니다. 보통 바깥에 잘 돌아다니는 법이 없는데 웬일로 오늘은 바깥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박명국 부상은 외교관이라고 하기에는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박명국 부상도 처가 쪽 집안이 매우 훌륭합니다. 장인어른이 리을설 북한 인민군 원수를 거쳤고, 당 중앙위 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을 역임했습니다.
오늘은 취재도 취재지만 요 며칠 좋았던 공기가 다시 또 안 좋아지고 스모그가 스멀스멀 끼기 시작해 취재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26일까지 중국 수도권 지역인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의 약칭) 지역에 스모그가 예보가 내려졌습니다.
이 기간 제가 사는 베이징은 공기질지수(AQI)가 101∼150인 '경도 오염' 또는 151∼200인 '중간 오염'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지역은 201∼300인 '중도 오염'을 기록한다고 하네요.
여러분 중국 스모그 기사 보면 가벼운 오염, 중간 오염, 중도 오염, 엄중 오염 이런 말도 나오고, 스모그 경보로 황색 경보, 오렌지색 경보, 적색 경보 막 이런 말도 나오고 헛갈리시죠? 제가 오늘 알려드릴게요.
이건 기자들이 취재할 때도 활용하는 용어인데 대부분이 뒤죽박죽으로 섞어 써서 제가 대사관 환경관(환경부 소속 주재관)께 물어봐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그러니까 기사 볼 때 이것을 참고하시면 좋을 겁니다.
▲스모그 경보 3단계
-황색 경보 (3급) : 공기질지수(AQI) 200 이상 이틀 이상 지속할 때, 단시간 내 중도 오염 발생 가능시
-오렌지색 경보 (2급) : AQI 200 이상 사흘 이상 지속할 때, 일 평균 300 초과시
-적색 경보 (1급) : AQI 200 초가 나흘 이상 지속 할 시, 일평균 300 이상 이틀 지속, 일평균 500 이상일 때
▲오염 정도 표기법
-우수(50 이하), 양호(100 이하), 경도 오염(150 이하), 중간 오염(200 이하), 중도 오염(250 이하), 엄중 오염(300 이상)
이제 이해가 좀 가시나요?
오늘은 북한 인사들 사진과 기사까지 완벽히 소화해서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들 이틀 뒤면 아시죠?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도착할 수도 있겠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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