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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19. 2018

귤이 땡기는 계절...귤향나는 보이차 어때요?

귤향이 은은한 진피 보이차 마셔보세요

왼쪽부터 반생쇄 소청감 진피보이차 케이스, 케이스 겉 모습.
한알 한알 개별 포장돼 있는 진피 보이차, 생산지를 보면 장먼(江門)시 신후이(新會)라고 적혀 있다.
속포장을 벗기면 이렇게 보이차가 담긴 감이 나온다. 첫 물로 우려낸 진피 보이차.

    요즘 한국에서도 다이어트용으로 보이차가 열풍이다.

    한국에 많이 알려진 보이차는 긴압차라고 벽돌 모양이나 혹은 원반 모양으로 똘똘 뭉쳐서 유통되는 것인데 이를 보통 '병차'(餠茶)라고 부른다.

    오늘 소개할 것은 이렇게 잘 알려진 병차가 아니라 진피(陳皮) 보이차라는 보이차다.

    진피 보이차에 설명하기에 앞서 보이차에 대해 잠시 알아보고 가자면, 보이는 중국어 발음으로 '푸얼'로 중국의 시솽반나와 사모 지역을 관장하는 행정 소재지를 가리키는 지명이다. 그러니까 보이차란 보성녹차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워낙 보이차가 유명해지면서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인식되긴 하지만 말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보이차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사모시를 보이시로 개명하기도 했다.

    보이차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지만, 운남성 남부 지역 소수민족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만드는 방법과 숙성법에 따라서,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일단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두 가지가 나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똘똘 뭉친 모양의 긴압차인 '병차'가 있고, 그냥 일반적인 형태로 입을 흩어 놓는 산차(散茶)가 있다. 산차는 말 그대로 흩어서 놨다고 해서 산차다.

    또 발효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는 데 발효를 시키지 않고 그냥 차를 완성하면 생차(生茶), 발효하면 숙차(熟茶)라고 한다.

    그러니까 모양 두 가지에 발효 여부 두 가지를 조합하면 2X2=4로 네가지 조합의 차 종류가 나온다. 생차이면서 병 모양이면 '생병', 생차이면서 산차이면 '생산', 숙차이면서 병 모양이면 '숙병', 숙차이면서 산차이면 '숙산' 정도 되려나? (그냥. 제 식대로 구분한 것이지 공식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럼 생차보다 숙차가 좋겠는데. 라고 할 수 있지만, 또 그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마시는 좋은 보이차는 숙차이긴 한데 처음 만들 때는 생차 형태로 제작된다. 여기서 악퇴라는 발효과정을 거치는 지 유무에 따라 숙차와 생차로 갈린다. 또 생차를 잘 보관해서 숙차로 발효시켜 가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럼 처음부터 숙차는 뭔가요? 숙차는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다. 김치찌개 맛집이 있는데 처음에는 3년씩 익힌 묵은지를 사용하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물량이 달리게 됐다. 이럴 경우 흔히 속성 숙성을 위해 식초를 김치에 뿌리기도 하는데 이런 속성 방법을 통해 생차를 마치 숙차처럼 즐기는 것이 바로 숙차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만드느냐면 찻잎을 옛날 시골에 가면 소똥을 쌓아두는 두엄다리처럼 쌓은 다음에 고온다습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습하고 따뜻한 운남에서 보이차가 만들어진 이유를 이제 좀 이해가 될 것이다.

    몇 년 걸릴 발효 과정을 몇 달 만에 완성하는 것이 바로 숙차라고 보면 된다.

    보이차는 아주 오래 숙성시킨 숙차이기 때문에 정말 오래된 차들이 종종 있는데 어떤 것은 청나라 때 만들어진 것도 있다고 한다. 이때부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기인 1950년 초까지 만들어진 차를 1세대 '호자급'(號字級·네임드란 뜻) 보이차라고 부르고, 2세대는 1950년 초부터 스탠더드가 생겨나기 직전인 1972년까지 생산된 것으로 '인자급'(印字級·준네임드란 뜻)이라고 한다. 이 둘을 합쳐서 고대 보이차라고 한다.

    그리고 1973년 이후 널리 알려진 대익이란 브랜드에서 악퇴란 기법으로 스탠다드한 보이차를 만들어 요즘 보이차가 유통되는 포장법인 일곱 개 병이 한 들이인 '칠자병차'거 만들어 지는 데 이를 3세대라고 부른다. 이 악퇴란 기법은 차마고도를 나르면서 생차인 보이차가 비에 젖고 마르고 하면서 숙차처럼 발효가 되는 것을 보고 대익에서 레시피를 개발해 숙차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숙차는 1973년도에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 아무튼 그냥 우리가 먹는 것은 다 이 1, 2, 3세대 이후 나온 차라고 보면 된다.

    다시 진피 보이차로 돌아와서 도대체 진피 보이차가 뭔지 알아보다.

    한국에서는 귤을 감귤이라고 부르는데 중국에서는 감(柑), 귤(橘)로 나눠 부른다. 감은 감자나무라고 어차피 다 같은 귤은 귤인데 뭐라고 할까. 과육이 더 탱탱하고, 껍질이 얇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귤은 귤이다.

    참고로 이런 감을 잘 말리면 이를 약재로 쓰는 데 이를 '진피'라고 한다. 감피가 귤피보다는 훨씬 상급이고 귀한 재료기 때문에 감피 보이차는 '귀한 것+귀한 것'의 콜라보인 셈이다.

    그래서 진피 보이차는 다른 말로 감보차(柑普茶)라고 부른다.

    진피 보이차는 그럼 운남에서 만든 것인가요.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아주 좋은 질문이다. 영국의 유명한 티들이 사실은 중국이나 인도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인도나 중국에서 만드는 것은 아니듯이 진피 보이차도 운남에서 만들지 않는다.

    처음 진피 보이차를 만든 곳은 광둥(廣東) 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급 진피 보이차를 만드는 곳은 광둥 성 장먼(江門)시 신후이(新會)라는 지역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나오는 진피 보이차가 진퉁에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감의 종류는 이렇게 구분된다.

    진피 보이차는 만드는 귤에 따라서 등급이 나뉘는 데 귤의 종류는 소청(小靑), 대청(大靑), 이홍(二紅), 대홍(大紅) 등 네 가지다. 눈치를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이 명칭은 귤의 색을 나타내는 것으로 귤이 익는 정도에 따라서 명칭이 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물론 입맛에 맞는 게 가장 좋다. 그래도 최고는 좋은 성분을 많이 가진 것은 소청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자주 사는 진피 보이차 대회 1등에 빛나는 '룬위안창'(潤元昌)의 설명에 따르면, 소청에서 대홍으로 갈수록 키우는 시기는 길어지고, 맛은 달아진다. 다만, 안에 들어있는 항산화 물질인 주석산은 소청이 가장 많다고 한다.

    또 차의 향도 소청이 가장 농염하고 자극도 가장 세다고 하니 왜 소청이 가장 비싼 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단맛을 좋아한다면 노랑 귤로 만든 진피 보이차를 먹어도 된다.

룬위안창에서 진피 보이차를 만드는 장면.

    오늘은 전에 마셔 봤던 룬위안창의 브랜드인 '공품'(贡品. 진상품이란 뜻), '소청감'(小靑柑. 소청감으로 만든 차)란 제품 말고 새로운 것을 구매해 마셔 봤다.

    이름은 '반생쇄 소청감'이라는 제품인데 굳이 풀이하자면 절반만 말린 소청 보이차라는 뜻이다. 진피 보이차를 나 대신 구해주시는 차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제품은 공품급에 맞먹는 고급 진피 보이차라고 한다. 내가 마셔보니 향은 공품이 더 나은 것 같고 절반만 말려서 그런지 약간 설은 맛이 나면서 나한테는 오히려 이게 더 좋은 느낌이었다.

    포장통에 보면 이 차에 넣은 보이차의 종류와 생산지 등이 표기돼 있다. 이 차는 숙차를 사용했고, 진피 보이차 명가인 신후이에서 생산된 것이다.

    진피 보이차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차를 우리면 귤 향이 방 전체에 은은히 퍼진다는 것이다. 향으로 마시고, 맛으로도 마시는 것이 차이니 한번 꼭 즐겨 보길 추천한다.

    첫물은 버려야 하는 데 나는 차를 많이 마시는 편도 아니고, 그냥 귀찮기도 해서 첫 주전자부터 그냥 마신다. 그리고 진피 보이차가 좀 편한 것은 그냥 보리차 끓이 듯이 큰 주전자에 한 알을 넣고 팍팍 끓여도 된다는 점이다. 나 같이 차알못들에게 매우 특화된 차라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요약해서 말하면, 진피 보이차는 청귤에다가 보이차를 넣은 차인데 운남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광둥에서 처음 시작됐다. 보이차와 진피 보이차는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좋은 진피 보이차는 광둥성 장먼시 신후이 지역에서 난 것이니 약 6~10만원대로 구매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전에 친한 선배께 얻은 주먹만한 크기의 진피 보이차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이 차는 10명 이상이 모여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고이 모셔두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마셔 본 뒤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다.

#맛객 #보이차 #진피보이차 #신후이기억하자 #운남아니고광둥 #한번잡솨봐

++룬위안창 홈페이지,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보이차의 세계는 워낙 방대해서 내용 중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왼쪽부터 공품 진피 보이차, 소청감 제품 케이스, 알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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