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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19. 2018

베이징 최고 흑돼지집에 가다 2

#맛객 #흑돼지 #베이징맛집


    조선 최고의 아니 중국 최고의 흑돼지를 취급하는 베이징 우리동네 흑돼지 전문점 ‘제주 애육당’에 두 번째 방문했다.
    첫 방문에 너무 높은 고기 퀄리티에 놀라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들이 있어 주요 메뉴와 전에 안 먹은 메뉴나 좀 소개하자고 찾아간 참이다. 역시나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대기 시간은 1시간이 훌쩍 넘었다.
    일단 오늘의 메뉴를 소개하자면, 빠질 수 없는 이 집 시그니처 메뉴인 삼겹살과 돼지껍데기 그리고 두툼두툼 목살, 마지막으로 돼지고기씬의 현란한 재간둥이 항정살 되시겠다.
    사이드 구성은 전에 먹었던 명란계란찜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순교자의 마음으로 이 집 두 번째 인기 사이드 메뉴인 김치볶음밥을 시켰다. 그리고 음료는 기린 병맥주 1병을 주문했다.
    여기는 종업원분들이 고기를 직접 구워 주기 때문에 취재와 사진촬영이 매우 편하다. 우리 테이블은 매니저급 직원분께서 직접 구워주셨는데 첫 타자는 불판에 오른 것은 바로 목살.
    여태껏 나는 목살은 절대 삼겹살과 함께 시켜서는 안 되는 메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삼겹살에 비해 맛이 없어 먼저 먹든 나중에 먹든 효용성이 매우 떨어진다. 그러니까 돈 없을 때 삼겹살을 대신해 먹고는 했다. 하지만 이 집 목살은 두툼한 살집이 남다른 발육 상태를 보여줬다. 솔직히 웬만한 집 삼겹살보다 훨씬 기름지고 맛이 좋았다. 육질도 진짜 부드러워서 삼겹살이라고 속여 팔아도 모를 맛이었다.
    고기가 구워지는 사이 이 집 고기의 비밀을 풀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이 집은 한국에 있는 ‘제주 애육당’이란 프렌차이즈 식당 간판을 걸고 있지만, 사실 가게 운영 시스템과 메뉴 구성만 차용하고, 가장 중요한 흑돼지는 중국에서 자체 공수한다. 이게 왜 그러냐면 중국과 한국은 법률상 양국 간 돼지고기 교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국은 구제역 등 질병이나 검역 문제에 대해서 서로 신뢰가 없고, 구제역 등이 생길 시 방역 등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상호 돼지고기 교역을 하지 않는다.
    어쨌든, 지난번부터 심상찮게 자꾸 고기의 원산지와 보관 방법 등을 묻는 제가 신기했는지 매니저가 술술 고기의 내력을 알려줬다. 일단 여기 고기는 독점 공급하는 농장이 따로 있다. 매니저 말로는 너른 초원 같은 곳에 돼지를 풀어놓고 키운다는 데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동물복지형 농장에서 사육하는 것 같다.
    그러니 일반 돼지보다는 스트레스가 적은 것이 분명하고, 그래선지 고기 때깔이 정말 볼 때마다 놀라울 정도다. 오늘 동행한 농수산식품 관련 일을 하는 친한 동생 S군도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진짜 한국에서도 솔직히 이만한 돼지고기를 먹어 보진 못한 것 같다. 물론 이베리코나 버크셔K 같이 고급 돼지육을 제외하고 말이다.
    다음은 항정살. 항정살은 다들 알다시피 비계인 듯 비계 아닌 살코기 같은 고기다. 식감이 아주 좋은 부위여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항정살은 돼지 경추를 덮고 있는 부위인데 이 집은 도축을 어떻게 하는지 항정살을 덩어리째 가져다가 두텁게 구워준다. 고기를 구울 때 보면 사선으로 잘라서 굽는데 육즙 보전에 아주 도움이 되는 구이 방법인 것 같았다.
    항정살은 명이나물에 싸거나 소금만 살짝 찍어서 먹어 봤다. 나는 왜 사람들이 생크림케익을 사 먹는지 모르겠다. 그냥 항정살을 빵에 둘러 먹으면 될 텐데 말이다. 그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불판에 오른 것은 삼겹살과 이 집 시그니처 메뉴로 커 나가고 있는 돼지껍데기다.
    이 집 흑돼지 삼겹살이 맛있는 이유는 다 재료에 대한 엄격한 관리 때문이다. 일단 좋은 고기를 콜드체인으로 들어온 다음에 가게 한쪽에 있는 고기 냉장고에 2주간 숙성을 시킨 뒤 손님상에 낸다. 이게 쉬워 보이지만 먹는장사에서 재고 관리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면 굉장히 모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집은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고기 냉장고가 보고 싶다는 말에 매니저가 고기 냉장고 쪽으로 안내를 해줬는데 정말 많은 부위가 숙성되고 있었다. 마치 정육식당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삼겹살 상차림은 명이나물, 와사비, 히말라야 소금, 파채, 쌈장, 액젓장 등으로 제주도 흑돼지 상차림과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맛도 제주도 현지서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예를 들면 명이나물도 중국에서 유통되는 것은 크기가 크고 억센데 이 집은 연하고 작다. 대신 추가 주문할 때 돈을 받는다. 와사비 역시 가루 와사비가 아니라 생 와사비를 내준다. 와사비를 삼겹살에 곁들이는 것은 연예인 이상민씨를 통해 널리 알려졌는데 진짜 먹어 보면 왜 그렇게 애찬하는지 알 수 있다.
    그다음은 돼지 껍데기 이 집은 돼지껍데기가 정말 예술이다. 용산에서 살 때 돼지껍데기집에 자주 갔는데 이 집 돼지껍데기는 그냥 차원이 다르다. 제주 애육당 한국 체인을 가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두꺼운 돼지껍데기를 봤다. 껍질의 두께가 민물장어 정도로 두껍고, 살코기까지 머금고 있어서 식감도 좋다.
    껍데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 난다. 또 두께를 다시 설명하면 장어를 굽고 난 뒤 모로 세우듯 껍데기 역시 모로 세울 수 있다. 실제로 다 구운 다음에는 껍데기를 모로 세워준다.
    이 집이 섬세한 이유는 껍데기를 주문하면 장류와 상차림을 다시 낸다. 마늘과 간장, 청양고추가 든 장과 콩가루가 같이 나오는 데 딱 껍데기 맞춤형 장이다. 이게 번거로울 법도 한데 꼭 이렇게 해준다.
    오늘의 주식은 김치볶음밥을 시켰다. 들어오면서 보니 테이블마다 손바닥만 한 프라이팬에 붉은색 밥과 노란 계란으로 둘러싸인 백록담 같은 밥더미가 하나씩 있길래 다른 테이블을 가리키며 같은 것으로 달라고 했다.
    볶음밥. 참 살이 많이 쪄서 부담스러운 종목이다. 그래서 한 술만 뜨려고 숟가락을 한가운데 꼽는데 밥 안에 뭔가 회색빛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거 아닌가. 뭔가 뒤적뒤적해보니 삼겹살 한 줄이 잘 잘라진 채 밥 속에 묻혀 있었다. 밥만으로도 이미 맛이 있지만, 고기가 들어 있어 감칠맛이 더 해지니 손님이 느끼는 감동은 배가 된다.
    그렇게 평화로운 식사가 끝이 나고, 폐에 낀 미세먼지 때밀이 값을 계산한 뒤 홀연히 동생과 집으로 돌아왔다. 아.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진짜 미세먼지가 빠지는 것은 아니다.
#맛객 #흑돼지 #미세먼지킬러 #미세먼지오면그래도흑돼먹을수있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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