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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2. 2018

훠궈 어디까지 먹어봤니? 호텔에서 즐기는 훠궈 레드볼1

훠궈도 고급 요리가 될 수 있다...

<맛객> 훠궈 어디까지 먹어 봤니? 럭셔리 훠궈 레드볼-1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아. 훠궈 세계의 끝은 어디인가. 오늘 요리에 대해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나 오늘 팽이버섯도 잘 먹었다". 그렇다 그렇게도 팽이버섯을 싫어하는 내가 팽이버섯을 먹었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는 뜻이다.

    초특급 훠궈를 마주한 우리 테이블에서는 새재료를 맛 볼 때마다 연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게 정녕 훠궈에서 나올 수 있는 맛이란 말인가? 이게 서민의 음식 훠궈가 정말 맞단 말인가?

    나는 오늘 훠궈를 먹었다고 말하기보다는 맛의 정수를 몸소 체험했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이 훠궈를 접하기 전까지 신장 하랄 훠궈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도 나는 갖지 않았다. 훠궈의 맛은 맑고 청아한 국물과 질 좋은 고기. 이 두 가지 요소만 갖춘다면 황제의 주안상이 부럽지 않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다.

    오늘 나는 이런 나의 교만함을 철회한다. 아니 철회할 수 밖에 없다. 시작부터 꽤 요란을 떠는 것은 이만한 감탄사를 넣지 않고 서는 내가 먹었던 훠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나를 포함한 우리 테이블에 앉았던 모든 사람들이 가진 공통된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훠궈를 영접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잇따른 훠궈 포스팅을 보고 평소 고급 문화를 향유하는 한 귀인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집의 이름은 'RED BOWL', 중국어로는 츠훠궈(赤火锅)로 둘 다 뜻은 붉은 솥, 조금 의역을 붙이면 뜨거운 솥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베이징 시내 중심의 한 유명 호텔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레드볼은 훠궈 식당 중 가장 상급에 해당하는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간단히 레드볼의 위엄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중국의 미슐랭'이라고 나와 먹사형이 부르는 중국 맛집 소개 앱 다중뎬핑(大众点评)에서 음식 평점이 4.5점으로 매겨져 있다. 보통 4점 이상이면 먹어줄 만하다고 평가하는 다중뎬핑에서 4.5점을 맞았다는 것은 대중적인 맛을 넘어 그 식당만의 필살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 레드볼이 5점 만점을 받지 못한 이유는 딱 하나. 바로 가격 때문이다. 호텔 안에 있는 독채 건물에 자리잡은 레드볼은 훠궈집으로서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인테리어와 식기, 와인과 알콜 라인을 꽤 넓게 갖추고 있다. 또 종업원 서비스 역시 최상급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맛에 비해 과하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중뎬핑이 나 같은 경제적 부담을 큰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4.5점의 점수를 우리는 '5점 이상'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상 훠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테리어나 화려한 식기 같은 겉치레가 아닌 재료의 선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레드볼의 식재료들은 어땠을까?

    솔직히 훠궈는 서민의 음식이다. 우리나라 짜장면이나 짬뽕, 순대국밥, 돼지국밥처럼 살짝 드러운 포인트가 있어줘야 먹으면서 흥도 나고 그 꾸릿함이 매력으로 승화된다. 하지만 레드볼에는 그런 포인트가 1 아니 0도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매우 맛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신장 훠궈를 앞지를 훠궈는 진짜 신장 현지에서 먹는 훠궈 아니면 몽골 초원을 말 타고 달리다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발견해 바로 잡지 않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에서건 일에서건 삶에서건 속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진리가 이번에도 통했다.

    레드볼은 정말 맛이 좋았다.

    퇴근길 러시아워를 뚫고 우리 일행이 레드볼에 도착한 것은 오후 8시가 다 됐을 무렵이다. 7시에 예약을 해뒀지만, 살인적인 베이징의 교통체증이 레드볼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데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심지어 식당 바로 앞 500m 지점에 도착했을 때 우리 일행은 그냥 차에서 내려 걸었다.

    험난한 과정을 뚫고 도착한 레드볼은 입구에서부터 사람을 주눅들게 했다. 커다랗게 적힌 '赤' 밑에 붉은 색 솥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식당 앞에 장식돼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레드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공간이 크진 않았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뉴욕에서 고급 식당을 고대로 떼어다가 베이징에 옮겨 놓은 것 같이 세련되면서도 정갈했다. 맛집답게 이미 꽤 늦은 시간임에도 베이징의 찬 초겨울 바람을 피해 훠궈를 먹으러 온 손님들로 가득했다.

    입구 쪽에는 간단한 알콜을 즐길 수 있는 바가 있었고, 안쪽에는 홀 테이블이 흩어져 놓여 있고, 홀 중앙에는 사각형 테두리 모양의 다찌형태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식탁 위에 놓인 물수건 포장부터 식기, 양념통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놓은 것이 없이 모든 포인트를 신경 쓴 게 테이블에 앉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지역적으로 구분하기에는 애매하게 여러 지역 음식이 섞여 있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그냥 ‘고오급 훠궈집’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궈디(锅底·훠궈 육수의 중국어 표현)로 매운 맛과 버섯 육수를 골랐다.

    그리고 메인 메뉴로는 소고기 2접시, 양고기 1접시, 블랙타이거새우, 망태버섯, 치즈 생선 완자, 돼지성대, 오리선지, 황금만두, 그냥 만두, 언두부, 신선야채, 스팸, 얇은 당면, 밀가루면, 그리고 팽이버섯(ㅡㅡ) 등을 시켰다..

    훠궈 소스는 따로 소스 바(bar)가 마련돼 있지는 않고, 주문하는 형식이었는데 종류는 마장(麻酱) 소스, 참기름 마늘 소스, 해산물 간장 소스 등 세 종류다. 나는 세 종류 다 주문했다.

    먼저 고기질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신장 훠궈보다는 아주 조금 떨어진다. 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써는 방식에서 두꺼운 고기를 선호하는 내게는 신장 훠궈가 더 맛이 좋았다. 다만, 레드볼의 고기를 신장 훠궈 주방에서 손질을 해서 낸다고 하면 거의 막상막하에 가깝다. 고기 맛이야 뭐 적절한 기름기가 낀 질 좋은 소와 양고기를 맛난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아마도 기계를 사용해 고기를 손질하는 것 같은데 수작업으로 하는 고기에 비해서도 거의 질이 떨어지진 않았다. 소나 양 모두 세 가지 소스와 잘 어울리지만, 내 경우는 처음에는 간장 소스, 그 다음은 참기름마늘 소스, 마지막에는 마장에 소스 맛이 강한 순으로 찍어 먹었다.

    맛으로 보나 재료 손질로 보나 레드볼은 모든 면에서 다른 훠궈집보다 월등히 앞섰다. 다만, 훠궈 특유의 서민적인 정서가 부족하고 고기 질에서 신장 훠궈에 조금 못 미치는 점 때문에 나의 훠궈 랭킹 공동 1위에 올릴 예정이다. 신장 훠궈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맛객 #초특급훠궈 #호텔훠궈 #끝을알수없는훠궈세계 #너모길어둘로나눔 #훠궈레전설 #그래도순위는공동1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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