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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Nov 22. 2018

훠궈 어디까지 먹어봤니? 호텔에서 즐기는 훠궈 레드볼2

재료의 선도가 맛을 좌우한다

<맛객> 훠궈 어디까지 먹어봤니? 럭셔리 훠궈 레드볼-2

    나의 인생훠궈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레드볼은 고기뿐 아니라 사이드 메뉴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날카롭게 혀를 자극했다.

    1편에 이어 음식 맛 평가를 마저 이어가겠다. 오늘도 일단은 맛있는 순으로 리뷰를 하자면,

    먼저 고기를 제외하고는 가장 맛있었던 것은 블랙타이거 새우다. 중국에서 신선한 새우를 만나기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만큼 어렵다. 대부분이 쪄서 나오거나 아니면 냉동을 어설프게 해동해 낸다. 하지만 레드볼은 무슨 재주를 부린 것인지 생생한 새우를 그것도 블랙타이거 새우를 가져왔다. 타이거 새우를 안드셔 보셨을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일반 새우가 '음 맛있군'이라면 타이거 계열 새우는 '홀리 쉬엣 마마 저스트 킬드 어 맨' 같은 퀸왕짱 프레디 머큐리 맛이다. 이 새우는 추측 컨데 타이거 새우 중 크기가 작은 블랙타이거 새우 같다. 생김새로만 추정해보면 보리새우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이렇게 쌀 수가 없다.

    다음은 망태버섯. 망태버섯은 중국 훠궈 재료로 널리 사랑 받는 식재료다. 일단 균사체지만 망태기 같이 생긴 몸체는 독특한 식감을 느끼게 해주고, 특히 스펀지 같이 생긴 모양 때문에 훠궈의 육수를 쭉쭉 빨아들여 육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보통 망태버섯은 말려서 유통되는 데 레드볼은 또 무슨 농간을 부렸는지 아주 싱싱한 버섯을 식탁에 올렸다.

    오늘 식사에서 의외로 칭찬을 받았던 식재료가 있는데 바로 치즈 생선 완자다. 생선살 완자 안에 치즈를 넣은 것으로 훠궈에 넣으면 다 익었을 때 떠오른다. 맛은 요즘 말로 '어묵=맛탱'+'치즈=맛탱' = 핵존맛탱이다.

    다음으로는 약간 혐오스러울수도 있는데 바로 돼지성대와 꽥꽥 오리선지. 돼지성대는 나도 처음 먹어 봤는데 뭐라고 해야나 그 식감이 정말 오묘하다. 꾸득꾸득하기 대문에 버섯 육수가 아닌 매운 육수에 넣고 한참을 끓여도 매운 맛은 안 밴다. 맛은 전혀 거부감이 없고, 뭐랄까 막 잡은 돼지 한 마리를 가지고 하루 장사를 하는 시골 유명 순대국밥집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몰래 감춰 뒀다가 단골 아재들이 오면 내놓는 특수 부속물 같다고 하면 맞겠다. 혼자서 한 접시를 다 비울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오리선지는 나도 중국에 온 뒤에 먹기 시작했는데 소 선지와 비교하면 그 식감이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비단결 같다. 다만, 다른 식당에서 먹을 때는 선도가 약간 떨어지는지 비린내가 났는데 레드볼의 오리선지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만두는 두 종류 시켰는데 하나는 황금만두, 하나는 흔히 보는 흰만두다. 황금만두는 노른자로 반죽을 해 피를 만들어 노란 빛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이 만두는 식감도 정말 부드럽고 맛도 훌륭했다. 흰만두도 다른 집이었음 엄청난 찬사를 받았을 텐데 황금만두 포스가 워낙 강해서 약간 맛에 비해 썩 인상이 깊지는 않았다. 야채들과 언두부는 여태껏 가본 훠궈집 중 손질과 신선도면에서 모든 것이 압도적으로 앞섰고, 재료의 선도와 공들인 손질법은 그대로 맛에 반영됐다.

    주식을 먹기 전에 나와 동행한 사람들은 서로 상의를 했다. 주제는 바로 드러운 맛에 먹는 훠궈인데 너무 깨끗하고, 우아하고, 맛있기까지 한 이 훠궈를 그냥 보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만장일치로 MSG계의 우주대스타이자 돼지터리언들의 든든한 후원자인 스팸을 추가 주문했다.

    스팸을 육수에 담그자니 마치 백두산 천지에 내 비루한 몸뚱이를 밀어 넣는 것처럼 찜찜했다. 하지만, 맛은 대성공. 진짜 너무 맛있게 먹었다. 역시 훠궈는 이래야 제 맛이지.

    이제 주식만을 남겨 뒀다. 주식은 면 두 종류를 시켰는데 맑은 탕인 버섯 육수에는 얇은 당면을 넣고, 매콤 육수에는 밀가루면을 집어 넣었다.

    맛은 얇은 당면이야 뭐 당면이 맛이 없는 적이 있던가. 의외로 대반전은 매콤한 육수에 넣은 밀가루면이었다. 나는 솔직히 웬만한 면은 좋아하지만, 이 밀가루 냄새가 폴폴 나는 중국 생면은 정말 싫어한다. 내 입장에서 이 면은 정말 마주하기 싫은 음식이다. 나는 체기가 느껴지는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밀가루면이다. 게다가 그 면을 내가 쥐약인 매운 육수에 넣는다니 한 젓가락을 뜨는 데 많은 고민과 번뇌를 느끼며 주저했다. 그러다가 딱 한 젓가락을 떴는데 아니 여기서 웬 딴딴몐 맛이 나는 거 아닌가. 너나 할 거 없이 젓가락을 밀어 넣어 면을 순식간에 다 건져먹었다.

    오늘의 반주는 바로 중국 8대 명주에 들어가는 양허다취(洋河大曲) 중 가장 급이 높은 멍즈란을 마셨다. 양하대곡은 장쑤(江蘇) 성에서 나는 술로, 입맛이 엄청 까다로운 건륭황제가 양허다취가 생산되는 장쑤 성 쑤첸(宿遷)에 도착해 마신 뒤 '맛과 향이 진하니 진실로 최고의 술'이라고 극찬을 해 유명해졌다. 사실 양허다취는 통째로 술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다취라는 밀, 보리, 완두를 갈아 술을 빚는 한 술종류를 양허 지방에서 만들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양허다취는 근래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 출시하고 있는데 그 중 급이 가장 높은 제품 라인인 멍즈란(夢之藍), 하이즈란(海之藍), 톈즈란(天之藍) 등이다. 또 각 등급에 M3, 6, 9 식으로 세부 등급이 나눠진다. 오늘 마신 것은 멍즈란 M3로 양허다취 브랜드에서는 3번째로 좋은 술이다. 전에도 가끔 멍즈란을 마셔 보긴 했는데 오늘은 마실 때 약간 나의 중국 바이주 순위가 바뀔 뻔했다. 바이주는 크게 그 맛에 따라 장향(간장향. 대표술 마오타이주), 농향(진한향. 대표술 우량예, 양허다취, 시펑주),于 칭향(맑은향. 대표술 모름)으로 나뉘는 데 멍즈란은 농샹형 바이주다. 오늘 마셔보니 외교사절단주보다 목 넘김이 더 부드럽고, 맛에서도 끝 맛이 쓴맛이 전혀 안 날 정도로 쏵~ 넘어갔다. 도수는 52도로 웬만한 양주보다 높다.

    또 양허다취가 나는 장쑤 성 쑤첸은 프랑스 코냐크(꼬냑 산지), 스코틀랜드(위스키)와 더불어 습한 지역에서 독주를 만드는 3대 산지로도 유명하다.

    아. 그리고 저기 조그만 유리병과 바이주 잔은 중국 식당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인데 자작을 하는 중국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이다. 중국어로는 펀주치(分酒機)로 뜻은 술을 나누는 도구라는 의미다. 멍즈란을 일단 각자 펀주치에 따라 나눠 가진 다음 바이주 잔에 다시 따라 마시면 된다.

    오늘은 음식부터 술까지 모든 게 완벽한 식사였다.

    우리는 밥을 먹고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베이징에 화려한 술집들이 모여 있는 산리툰으로 자리를 옮겨 2차를 했다. 쉬이린톈위에(水臨天玥)란 살짝 산리툰 외각에 있는 술집이다. 라이브 공연이 있고, 특징은 진짜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무대에 선다는 것. 또 잔잔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노래하는 동안 대화를 할 수 없는 라이브 바의 단점도 극복할 수 있다. 이곳은 중국 연예계 인사나 배우들도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한다. 일단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취하고, 무대에 오른 가수가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두 번 취했다. 아. 이곳은 신청곡도 받는데 내가 신청한 청두(成都)라는 곡을 불러줬다.

#맛객 #초특급훠궈 #호텔훠궈 #끝을알수없는훠궈세계 #양허다취 #수이린톈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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