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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객> 갓뚜기 미역국 라면을 먹는 7가지 방법
++주의 : 모두를 지금 당장 마트로 달려가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씁니다.
한국에서 온 손님이 손수 들고 온 갓뚜기 소고기 미역국 라면을 손님을 돌려 보내고 서 드디어 영접했다.
일단 라면이 최적의 맛을 낸다는 2개를 꺼내 조리 설명서에 따라 맛있게 끓였다.
처음 먹은 느낌은 뭐지 이 라면 따위에서 전해져 오는 동파육급의 감동은? 이었다. 약간은 충격적인 이맛.
'신이시어 괴식주의자인 제가 왜 한 번도 미역국에 라면을 빠뜨릴 생각을 못 해봤단 말입니까'
나름 맛객을 자처하는 자로서 평범한 리뷰를 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해 봤다.
'갓뚜기 소고기 미역국 라면을 먹는 7가지 방법'
일단 라인업을 소개하자면,
1. 미역국 라면
2. 미역국 라면+김치(제철 총각김치)
3. 미역국 라면+씻은 김장김치(지난해 담근 맛 제대로 들은 것)
4. 미역국 라면+김치찌개 속 김치(냉장고서 식힌 것)
5. 미역국 라면+재래김
6. 미역국 라면+쌀밥
7. 미역국 라면+삼겹살
모두 7가지 방법으로 먹어 본 미역국 라면 중 가장 맛있는 조합은 바로 '4번'이었다.
'에이 괜히 튀어 보려고 그러는 거죠?'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솔직히 처음엔 그래도 7개는 맞춰야지 하며 김치냉장고를 뒤적이다가 남은 김치찌개를 발견해서 같이 먹어봤는데 이건 뭐랄까 신세계다.
그럼 뭐가 맛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일단 뭐가 맛있느냐면 김치찌개 속 김치의 식감이 라면하고 무척 조화를 이뤄 맛있다. 엥? 무슨 소리? 그러니까 김장김치를 그냥 미역국 라면하고 먹으면, 초반에 차가운 기운과 함께 부드러운 면과 김치 간에 강도 차이로 잘 안 어우러져서 겉도는 느낌이 난다. 그런데 김치찌개 속 김치는 이런 것이 거의 없다. 일단 뜨거운 면발에 차갑고 폭삭폭삭한 김치가 합해 지면서 면발 사이 사이에 김치가 부스러져 자리를 잡는다. 그런 다음에 이걸 어금니로 우적우적 씹으면 김치 본연의 맛과 김치찌개의 멸치 육수의 맛 여기에 미역국 육수가 밴 면발 맛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그냥 저 믿고 한번 해보기를 권한다.
두 번째는 역시 클래식이라고 총각김치와 먹는 미역국 라면이 맛있었다. 총각김치를 주로 담는 시기는 김장을 하기 조금 전이다. 지금 꺼낸 총각김치는 일단 그 자체로도 무척 맛있다. 이런 김치에 미역국 라면의 진한 고기 육수와 면발이 조화를 이룬 맛은 알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약간 느끼한 고기 육수 맛에 상큼한 무가 아작아작 씹히면서 무 안에 갇혀 있던 김칫국물이 뿜어져 나오는 그 느낌이 아주 끝내주는 맛이다.
세 번째는 의외로 삼겹살이다. 장난하나 또 튀려고 으휴?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 삼겹살은 오늘 저녁 애들을 먹이려고 구웠는데 그중 절반이 남아서 미역국 라면과 함께 먹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삼겹살을 프라이팬에 다시 덥힐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먹었다. 한참을 놔둬선지 고기 기름이 좀 굳었고, 대신 기름기가 쭉 빠져나간 상태였다. 미역국 라면이 소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느끼하지 않을까? 하면서 한 젓가락 떴는데 느끼할 것이란 생각은 나의 기우였다. 잘 생각해보니 '폭 고운 소고기 육수의 구수함+삼겸살의 질펀한 돼지비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미역국 라면 면발에 참기름 코팅이 된 것처럼 고소함이 극대화된 맛이 났다.
네 번째는 썩어도 준치이듯 씻어도 김치였다. 배추 김치를 씻어서 그런지 자극적인 맛이 사라지면서 총각김치보다는 맛이 덜했다. 그래도 매운 맛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짭쪼름한 맛이 탄수화물인 라면 면발과 어울리면서 기본은 하는 맛을 냈다.
그다음은 그냥 밥을 말아 먹는 미역국 라면이 맛있었다. 아니 뭐 명색이 라면인데 면발도 없는 게 더 맛있다고? 라고 할지 모르지만 드셔 본 분들은 알 거다. 왜 그런지. 나보다 먼저 미역국 라면을 접한 분 중 일부는 이런 말을 했다.
'그냥 면발 건져 내고, 스프만 넣고 팔팔 끓이면 생일에 먹은 미역국보다 맛나겠다'
옳은 말이다. 나처럼 군에서 취사병을 한 사람들은 알 거다. 국의 맛은 인해전술에 비례한다. 무슨 말이냐면 끓이는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구이 더 깊은 맛이 나고, 재료의 맛을 끝까지 끌어낼 수 있다. 함바집 밥이 맛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고기와 생선을 기반으로 하는 국들은 더 그렇다. 끓일수록 맛이 우러나고, 감칠맛이 더 뿜어져 나온다. 나는 그래서 김치꽁치찌개 같은 경우는 일부러 끓인 첫날 안 먹고 놔뒀다 몇 끼니가 지난 뒤에 먹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역국 라면의 액상 스프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상상해보자. 그 라면 공장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솥단지를 말이다. 이런 제조 조건에다가 더해 솔직히 나는 오뚜기 라면을 잘 안 먹는 이유가 면발이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에요. 진라면 순한 맛이 얼마나 맛난데!'라고 따지려 해도 소용이 없다. 진라면은 그냥 부숴서 생라면으로 먹는 거다. 나한테는 어려서부터 그런 존재였다.
이제 오리지널 미역국 라면과 재래김을 얹어 먹는 두 가지 옵션만 남아 있다.
대망의 꼴찌는 바로 재래김과 함께 먹는 미역국 라면이 차지했다.
나는 신라면이나 너구리, 삼양라면 등등을 먹을 때 김을 같이 먹는다. 무한도전 유느님께서 TV에 나와서 이런 식으로 라면을 먹는 모습이 방송을 타 널리 알려졌지만, 나는 이렇게 먹은 지가 굉장히 오래됐다. 아니 라면만 먹어도 짠데 거기에 김을 또 왜 싸먹어요. 라고 하는 사람은 그냥 라면을 먹지 마라. 건강 생각하면 라면을 왜 먹나. 그냥 생식하지. 근데 보통의 경우 김이 해초 느낌이 나고 풍미가 있어 라면이 맵든, 순하든, 짜장 양념이든 잘 어울리는데 압도적으로 미역이 많이 들어 있는 미역국 라면에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 맛을 더하거나 풍미를 더 하지 못했다. 오히려 참기름에 들기름 섞은 것처럼 맛난 미역국 육수 맛을 해친달까? 그랬다. 그래서 그냥 집에 재래김만 있다면 미역국 라면 오리지널 버전으로 먹는 게 나을 것 같다.
오늘 후식은 미역국 라면의 약간 느끼한 맛을 상큼하게 날려줄 적색 유자로 먹었다. 미역국 라면을 한사발 시원하게 먹고, 상큼한 유자로 입가심을 하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맛객 #갓뚜기 #미역국라면 #맛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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