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이야기 - (2) 비문해 학습자 20221027목
(2) 비문해 학습자
비문해 학습자는 문해교육에 참여하는 성인학습자를 말한다. 비문해 학습자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으며, 그들 자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존의 연구들을 통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비문해자(非文解者)란 글을 전혀 읽고 쓰지 못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비문해자의 용어는 1990년대 들면서 ‘문맹자’라는 말대신 사용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유럽 선진국은 글을 이해하고 셈하는 능력이 8, 9학년(중 2, 3학년) 수준에 미달하면 비문해자로 간주한다. 한국은 초등학교 6학년 수준에 미달하는 사람을 비문해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앙일보. 2006.01.25.)
우리나라 문해교육에 대한 관심은 국가나 사회 모두의 관심 밖에 있었다. 이러한 사회인식에도 불구하고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문해교육 실태조사(2001) 등은 의미가 있다. 이러한 활동은 꾸준히 문해교육에 관심을 가진 뜻있는 학자, 현장의 풀뿌리 활동가들에 의해 명맥을 이어왔다. 이들의 주장은 사회적 여론을 만들고 국가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성인인구 문서해독 능력 측정도구'를 적용해 비문해자 실태를 국제적으로 비교하였다. 연구결과 '생활 정보가 담긴 각종 문서에 매우 취약한 사람' 비율이 한국(38%), 미국(23.7%). 독일(9%). 영국(23.3%). 네덜란드(10.1%)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비문해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 2001)
이러한 연구에 이어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이 한국 비문해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20세 이상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비문해자 실태조사의 연구 결과는 성인 4명 가운데 1명꼴인 24.6%로 나타났다. 조사내용은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의 읽기. 쓰기. 셈하기가 전혀 불가능한 '완전 비문해자'가 8.4%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민간에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것이 더 확실해졌다. 이러한 인식은 이후 비문해 학습자를 위한 교재개발(2006), 문해 교원 양성(2007), 학력 인정제도(평생교육법개정 2007.12,)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7년 개정된 평생교육법은 문해교육에 대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의 책무인 문해교육 지원을 요구하고 실행되기까지는 여론형성에 앞장선 두 축이 있었다. 하나는 비문해자의 실태 및 특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뜻있는 학자들이고, 또 하나는 비문해 학습자들을 위해 현장에서 교육의 장을 만들고 운영해 온 풀뿌리 활동가들이다.
솔뫼학교는 우리나라 문해교육이 민간중심에서 국가협력으로 자리 잡기까지 변천 과정의 중심에서 다른 단체들과 협력하며 참여와 연대에 앞장서 왔다. 문해교육이 진행되는 현장은 비문해 성인학습자들의 생생한 삶의 애환이 녹아 있다.
문해교육의 대상자는 비문해 성인들이다. 비문해 성인학습자는 초등졸업장이 없거나(무학자), 중학교졸업장이 없는(저학력자) 사람이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이다. 배움이 필요한 학령기에 기회로부터 배제된 채 어린 나이부터 가족을 위해 돈을 벌거나 희생을 강요당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배우지 못한 자신을 남들이 알까 감추고 눈치 보며 숨죽여 살아온 우리의 이웃들이다. (김종천, 2014)
비문해의 원인은 다양하다. 여자, 가난, 전쟁 등의 사회적 문제가 주를 이루고 개인의 건강, 남녀불평등의 차별, 사회의 편견 등이다. 이들은 스스로 원해서 비문해자가 된 것이 아니라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 사회, 문화, 정서 등 다양한 외부환경에 의해 강요된 것이다. 특히 여성 비문해자가 많은 것은 같은 형제라도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에게 교육 기회를 양보하도록 강요받으며 배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것은 유교에 깊은 뿌리를 둔 남성 중심 사회의 불합리와 불평등을 강요당한 문화적 폭력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그동안 자신이 글 모른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숨기고 살아왔지만 더 이상 배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기 위해 글을 가르치는 곳을 스스로 찾아 나서게 되었다. 이것이 1990년대 초반 민간 문해교육 기관들이 생겨나는 배경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