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와의 이별 후에
되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고, 순간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모든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 그 아이에게 '엄마, 아빠, 가족' 이란 말들은 그 어떤 단어들보다 정의 내리기 어려운 모호함이었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심장을 도려낸 듯, 아이는 경계와 의심 이외의 어떤 감정도 갖고 있지 않는 듯하였다. 아이가 꺼내놓는 이야기들과, 인형을 움직이는 손짓, 날 향해 보내는 듯한 마지막 남아있는 감정들을 읽어내는 나의 말에도, 아이는 의심하고 경계하였고 비난하였다. 나를 꾸짖는 듯했고 못마땅해하는 듯했고 자신이 살기 위해 나의 말과 행동을 부정하고 무시하려는 듯했다.
지독히 차갑고 두려웠고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아팠다. 나에게로 오는 화살들에도 아팠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너와의 시간에서 느꼈던 이 모든 감정은 일곱 해의 인생 동안 네가 받아온 고통이었고 절망이었고 잔인함이었다.
내가 차마 다다를 수 없는 그 아이와 가족의 선택에, 나는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끝내 숨죽여 울었다. 이 끔찍한 선택이 최선이었다. 매 순간을 버려지면서 살아갈 순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또 한 번의 버려짐은 이제 일곱 살인 작고 가냘픈 한 아이에게, 더 이상은 새겨질 수 도 없는 살점 하나 남아있지 않은 상처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 아이가 마지막을 하루 앞둔 날 내게 물었다.
"선생님도 엄마에요? 아이가 있어요?"
순간 아이가 건넨 그 말 한마디를 나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될지 혼란스러웠다, 머리가 흔들렸다.
네가 '엄마'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를 알고 있는 것 일까, '엄마'가 주는 그 느낌을 경험해 보았던 것일까, 너에게 '엄마'는 어떤 색깔이었을까, 나에게서 '엄마'의 냄새를 느꼈던 것일까, 혹시 너의 바람이나 소원이 들어가 있었던 것일까. 더 이상의 연상은 내 마음을 미친 듯이 흔들어 놓을 것만 같았다. 나는 겁쟁이 같이,
"응, 선생님도 엄마이기도 하지."
라는 무심한 말 한마디와 함께 인형을 만지는 아이의 손가락 위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아이는 또다시 말없이 인형이 살 곳을 꾸며나갔다.
어처구니없이 아이의 말을 끊어버린 나의 대답이 부끄러웠고, 내 마음이 흔들릴까 두려워 너의 말을 막은 내가 한심했다. 핑계를 대자면 내가 또 다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가슴이 쓰라리도록 미안하였다.
그동안 당겨왔던 너와 나의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너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마지막 바람은, 네가 이 모든 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너의 매 순간은 아니더라도, 그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일곱 살의 겨울에,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려 했고 알고 싶어 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걸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어림도 없겠지만, 그때의 그 기억의 한 조각이 한 번쯤은 너를 세상의 절망에서 끌어내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너를 떠올리게 하였고, 네게 전하고 싶었던 노래를 다시 들어본다.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 시가 낮게 들리는 듯 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잠시만 귀 기울여봐.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널 위해 부를게.
또 한 번 너의 세상에 별이 지고 있나 봐.
숨죽여 삼킨 눈물이 여기 흐르는 듯 해.
할 말을 잃어 고요한 마음에 기억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I'll be there. 홀로 걷는 너의 뒤에 singing till the end.
그치지 않을 이 노래, 아주 커다란 숨을 쉬어 봐.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널 위해 부를게.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부를게.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Here I am 지켜봐 나를, 난 절대 singing till the end.
멈추지 않아 이 노래,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 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
- 아이유 'Love 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