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하나
어설프게 글 맛을 알아버렸던 건지.
내 것 말고 다른 이들의 마음도 두드릴 수 있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글쓰기와 관련된 책 몇 권을 읽었었다.
글이 나만의 감정으로 바글대는
일기장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놈의 '좋은 글'이라는 조건에 매여
아예 글을 쓰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냥 무조건 쓰면 글이 되는 줄 알았던 그때는
적어도 이리 답답하지도 않았었고,
밥을 하다가, 운전을 하다가 떠오르는 영감과 글감들을
그리 쉽게 누르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빈껍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어떤 글감과 감정이든지,
혹여 그게 이 세상의 오직 나 하나만 공감하는
하루 이야기와 감정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유치하고 재미없는 일기라 할지라도,
글을 쓰고 나면
속이 꽉 차게 여문 열매를 하나 맺어낸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오직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글을 써보려 나를 들여다보았던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나보다 더 건강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를 위해서 다시 쓰기로 했다.
그냥 쓰기로 했다.
글을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