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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 Dec 02. 2020

글을 쓰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

고백

선생님은, 또 멈추고 싶은 것 같아.
아마...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보지?


 속 마음을 들켜버렸다.


 나는 또 멈추려 하고 있었다.


 최고가 되는 게 이 세상을 잘 살아내는 것이라 생각했고, 나는 그 최고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야심 차게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멀쩡히 합격한 대학을 포기하고 다시 수능을 치렀다. 그렇게 해서 얻었던 나의 소명이자 천직인 줄 알았던 그 일을 또다시 멈추었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찾았다.


 그런데.

 이제야 정말 '나의 일'이라 생각했던 그 일이, 이번에도 아닐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니 두려웠다. 무엇보다 끈기 없는 사람, 포기한 사람, 낙오자가 되는 것이 싫었고 무서웠다.


 최고가 되고 싶은 나에게, 그리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 나에게 포기와 낙오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꾸 되뇌었다. 내가 마음공부를 하게 되면서 얻게 된 이득에 대해서, 그리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 더 행복해진 아이들과 부모들을 생각하며.


 하지만 가장 솔직한 마음은, 이 일 마저 멈추게 되는 것일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이 들키는 순간, 난 무능한 치료사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일은 반드시 붙잡고 싶었다. 그래서 이러한 나를 글로 쓸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도 내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비틀거리는 나의 상태를, 나의 능력과 기술에 대한 의심, 그리고 육아의 고충이란 뻔한 거짓말들로 포장해 선생님께 가지고 갔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단번에 알아채셨다.


 “선생님은 또 멈추고 싶은 것 같아.

아마...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보지?

그럼 해. 읽고 싶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렇게 몇 년 쉰다고 이 일을 잃게 되지 않아. 다시 돌아왔을 땐 선생님은 더 커져있을 거야. 이 일이 그래.


 누가 봐도 잘하고 있는데. 항상 그때 선생님은 멈추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런데 어떻게 보면 또 멈추는 것도 아냐.

간호사도, 심리치료사도, 육아도, 그리고 글을 쓰는 것도.

사실 선생님은 사람들을 돌보는 탤런트가 있는 것 같아. 선생님은 그걸 하고 싶은 것 같아."


 얄팍한 껍질로 쌓여 있던 진심이 탄로 나 버린 느낌이었다. 창피했다. 하지만 어느새 또다시 포기한 자가 되고 싶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연약한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어김없이 선생님 앞에서 또 울고 말았다.



 

 내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길 바랐다.


 내 삶의 의미를 하나의 직업으로 증명해 보일 수 없었다. 나는 최고로 유능한 직업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최고로 나이고 싶은 사람이었다.


 사실 내가 미련 없이 멈추고 돌아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멈춘 게 아니라, 계속 나아갈 나의 길을 걷고 있었다.


 나는 이제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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