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숨 하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로 Apr 24. 2020

엄마가 딸을 위하여 쓰는 글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많았다. 화가, 피아니스트, 외교관, 변호사, 천문학자, 파일럿, 시인, 동화작가 등등.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고, 항상 그것들을 이룰 수 있는 날들을 기대하며 꿈을 꾸는 사람이였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그 꿈들을 항상 기억하고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있어야 하고, 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지금의 나에게 그러한 것들은 마련될 수 없는 것이고,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일들을 잠시 접어두고 나의 것을 찾는다는게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오빠만을 쫓아 장난감을 고르고, 오빠가 어제 읽었던 책을 자기 전 읽을 책으로 들고오는 지안이를 보며 무척 못마땅한 마음이 들었다. 오빠를 따라하는 지안이를 보며 “지안아, 엄마는 지안이가 좋아하는 것을 골랐으면 좋겠어. 오빠가 하는 거 말고.” 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그 날은 지안이가 울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다섯살 지안이는 오빠가 하는게 다 좋아보인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건지,  자신이 골라온 책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뭐든지 잘 해내는 듯한 오빠가 좋아하는 것인지 구별짓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에 따라 사는 것,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슷하게 살기 위해 나를 묻은 채 사는 것, 벌써 지안이는 그것을 배우려는 듯 했다.


순간 깨달았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걸고,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렇게 살아가듯 나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나 또한 내가 아닌 남들처럼 살기 위해, 비슷해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실 나는 내 아들과 딸이 그렇게 살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내 딸이 자신만의 것을 찾길 바란다. 나를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변화시키지 않고, 내 자신을 믿고 신뢰하며,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기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을 할 수 있고, 내 삶에 주인이 되어 사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내 딸이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그 아이에게는 아직 세상의 전부인 내가 그 삶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꿈을 꾸기로 했다. 아니 꿈이 아닌 '나의 삶'을 살기로 했다. 바로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은 '나의 책' 한권을 펴내는 작가이다. 굳이 시간과 공간을 빌어내어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살아오며 차곡차곡 담아왔던, 나의 생각과 진실된 감정이 담겨있는 나의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글로 풀어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들이 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편안하면서도 위로와 힘이 되는 선한 울림을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세상을 향해 한걸음 씩 내딛는 내 아들과 딸의 마음에 진실로 닿길 바란다.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계획하고 걸어가려 할 때, ‘나’를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이 내 아이들이 가려는 길에 아름다운 여정의 표지판이 되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해 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이 되길,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에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하게 되었고, 꿈만 같게도 내 글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는 길을 찾았다.


다른 이들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시작일 수 있지만,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사는 것이고, 사랑하는 내 아이와 가족들, 그리고 나를 돌보는 일이다. 내 꿈과 나를 필요로 하는 일 중 그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의 금일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