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있던 ‘폭력’의 정의와 모습들에 대해 다시한번 고찰해볼 수 있었던 한강의 <채식주의자>.
내가 원하지 않는 행위와 기호에 대한 강요, 내가 원하지 않는 도움과 배려도 폭력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더 이상 가려하지 않을 때, 이 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편견과 관습들이 존재한다. 이 또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일 수도 있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폭력이 원인이였든지, 혹은 또 다른 이유에서든지 주인공 영혜는 억압과 폭력이라는 울타리에 무력하게 갇힌 듯 보였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꾸게 되는 자신의 꿈을 통해,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의 모습들과 억압되어 있던 욕구들을 인식하게 되고, 이로부터 해방되어 지극히 순수한 자연의 상태로, 인간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 저항의 길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방식이었다고 하지만, 이러한 시선이나 관점 또한 영혜에게는 폭력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숨쉬는 듯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담은 꽃들이 피어나고,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들어있던 두 사람의 몸짓은 그러한 폭력의 길을 끊고 원래의 나로, 태초의 순수한 나로 돌아가고자 한 저항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폭력의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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