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서
‘유연한’ 모성이라니. 처음 접해보는 모성에 대한 수식어였다.
무척 단단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나와 내 아이의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생각했던 일대일 대응적인 모성은, 지극히 좁은 의미의 ‘모성’이였던 듯 싶다. 어쩌면 모성은 인간이 지닌 더 본질적인 특성, 나의 아이, 너의 아이에 상관없는, 그리고 아이가 아닌 당신, 어른에게도 향할 수 있는 모든 인간에 대한 너른 돌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겨워하는 옆집 여자의 아들을 대신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산책을 나가던 라우라의 그 것, 라우라의 발코니 둥지에 찾아온 유일한 회색빛의 아기새가 받아먹고 있던 그 것. 아기의 숨결을 느끼지 못할 때 도저히 살아갈 수 없게 되어버린 보모의 그 것, 그 모성의 모습들을 어떤 말로 다 정의내릴 수 있을까.
특히 스스로가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라우라와 도리스, 그 둘이 서로를 돌보고 사랑을 할 수 있었던 모습에 대해, ‘그럼 그 둘이 레즈비언이 아니고 뭐라는 거야?’ 라는 질문은, 인간의 사랑을 이성애와 동성애로 나눈 몹시 좁은 시야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그 두가지의 범주로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모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성은 그저 우리 앞에 주어진 것을 사랑하고 돌볼 수 있는, 돌봄으로써 돌봄을 받고자하는, 어쩌면 쉽지만은 않은 이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지닌 본능적인 삶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비혼주의자를 위한 것도, 비출산주의자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엄마된 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가 지닌 사랑은 그런 이름표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 뒤에 숨겨진, 아니 이 모든 것을 보듬어 안고 있는 사랑, 일생 중에 당신이 받아왔고, 당신이 행하게 될 그 ‘모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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