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감정 #15

하루 종일 휴대폰을 붙잡고만 있었던 날...

by 지은

오늘 진짜 하루 종일 휴대폰만 봤어.

눈뜨자마자, 아직 정신이 반쯤 잠겨있는데

손이 휴대폰부터 찾더라고...


잠깐, 아주 잠깐 알림 확인만 하려던 거였어.

근데 몇 개의 알림을 지우다 보니,

어느새 무의식적으로 앱을 열고 있었더라.


재미있었냐고?

그런 것도 아니야.

딱히 보고 싶은 게 있어서 본 것도 아닌데,

뭔가 화면에 계속 손이 붙어버린 것 같았어.


하나를 넘기면 다음 것도 자동으로 보게 되고,

그걸 또 넘기고, 넘기고…

처음엔 10분만 본다는 게

어느새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어.


머릿속은 오히려 점점 더 멍해지고,

손가락만 계속 움직였던 거야.


어쩌면 나도 모르게

머리가 쉬고 싶었던 걸까 싶어.

근데 이상하지,

쉴수록 더 피곤해지고

쉴수록 더 멍해져서

정말 내 머릿속이 하얗게 된 것 같았어.


하루 종일 그렇게 폰만 보고 나니까

그냥 허무하고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거야.


‘아… 오늘 뭐 했지?’

그 생각이 들 때, 좀 속상했어.

별거 아닌데도 되게 속상한 느낌.


몸은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고 지쳐버린 건지 모르겠어.

눈은 뻑뻑하고 머리도 묵직해졌는데,

정작 난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그럴 때마다 조금 무서워지기도 해.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자꾸만 내 하루가 화면 속에서

사라지는 기분이 드니까.


이상하게 현실감이 없어지고,

내가 지금 어디 있는 건지,

뭘 하고 있는 건지도

희미해지는 것 같아.


몸은 여기 있는데

내 마음은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느낌.

하루 종일 사람들 이야기,

나랑 별로 상관없는 이슈들,

아무것도 아닌 정보들이 머릿속을 꽉 채워서

정작 내가 뭘 느끼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는 그런 기분이었어.


그래서 오늘은 잠깐,

휴대폰을 내려놨어.

정말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나한테 돌아오고 싶더라.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멍함’과 ‘무기력함’을

그냥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았어.


그래서 이럴 때 필요한 게

‘돌아오기 루틴’이잖아.

복잡한 거 말고,

그냥 지금 여기 있는 나를

다시 조금씩 깨우는 그런 루틴.


짧게, 그리고 간단하게

이렇게 따라해봤어.




하루 종일 화면을 본 날, ‘돌아오기’ 루틴 (6분)


1. 눈 감고 숨 쉬기 (1분)

먼저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어봐.

숨을 쉬는 것에만 집중하는 거야.

딱 1분만.

그럼 뇌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2. 목 스트레칭 (2분)

오늘 종일 화면을 내려다봤으니

목이 굳었을 거야.

천천히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줘.

그리고 한쪽 손으로 머리를 살짝 눌러서

옆목을 늘려봐.

답답했던 목이 풀어지면 뇌도 덩달아 맑아져.


3. 눈 마사지 (1분)

두 눈을 감고 손끝으로 눈썹 위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러봐.

오늘 하루 너무 열심히 스크롤한 내 눈에게

작은 위로를 주는 거야.

뻑뻑함이 조금 덜어질 거야.


4. 척추를 깨우는 스트레칭 (1분)

그냥 의자에 앉아 있어도 괜찮아.

등을 천천히 구부렸다가

천천히 펴주는 것만 해도 충분해.

이 작은 움직임이 하루 종일

구부러진 몸을 다시 펴주는 느낌을 줘.


5. 가슴 열고 어깨 펴기 (1분)

두 손을 등 뒤로 깍지 끼고 가슴을 활짝 열어줘.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어봐.

몸이 움츠러들었던 게 확 풀리는 느낌 들거든.

마지막으로 크게 심호흡 한 번만 더.

이거 진짜 별거 아닌데

신기하게 하고 나면

그 멍했던 상태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어.


막 갑자기 활력이 넘치거나

엄청난 변화가 생기진 않아도

확실히 다시 여기에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어.


무엇보다 좋은 건

내가 다시 ‘나’를 느끼고 있다는 감각이야.

그 느낌 하나로도

오늘 하루를 완전히 잃어버린 게 아니라는

안도감 같은 게 들어.


어쩌면 오늘은

이렇게 멍한 하루를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깨달으라고

잠시 멈추었던 건 아닐까?


하루 종일 휴대폰을 봤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자고

스스로한테도 얘기해줬어.


그냥 조금 늦게라도

돌아오는 법을 알았으니까,

그거면 충분히 괜찮은 하루인 거지.


혹시 너도 오늘 나처럼 멍했고,

그냥 허무하게 시간이 흘러갔다고 느꼈다면

지금이라도 이 루틴을 한번 해봐.


다시 돌아오는 길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도,

멀지도 않더라고.


우리 다시 여기 있잖아.

지금 여기에,

진짜 살아 있는 하루로 돌아왔잖아.


그거 하나로도

오늘은 충분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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