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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editor Feb 24. 2020

초등맘에게 코로나 19란?

초등맘의 인생수업


오늘은 유치원 졸업일이자 초등학교 1학년 반배정이 있던 날.

코로나 19는 어김없이 우리의 소중한 추억 하나를 그 어떤 '사건'으로 바꿔버렸다.

'졸업식 취소!', '겨우 마스크 쓰고 선생님과의 마지막 사진 한 장!'

졸업식의 아쉬움과 반배정의 설렘은 '코로나 19'의 위력에 처참히 밟혔다.

뉴스 속보에 정신은 안드로메다! 떨어진 마스크 걱정에, 생필품 걱정에, 곧 태어날 둘째 걱정까지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간다.


반배정 명단이 공개되자 카톡이 술렁인다.

나열된 이름의 위치만으로 우리의 희비는 엇갈린다.

"잘됐다. 같은 반 된 00가 공부 잘하는 애야.~ 진짜 잘됐네!!"

이건 또 뭔 소리인가. 입학도 하지 않은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어떻게 가늠할 것이며...

잘된 일의 유일한 이유로 규정짓는 그녀가 다시 보인다.

평소 사교육 확대에 앞장섰던 그녀. 그녀의 진심이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이다.


그렇게 막 초등맘이 된 나에게 코로나 19는

숨바꼭질하던 신천지의 실체를,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우리의 진심을,

사교육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늦은 오후, 겨우 쏟아지는 카톡과 문자를 확인해 본다. 학원 강제 휴원.

유치원 휴원, 입학 연기...에 이어서 학원 휴원까지.

그동안 저녁에나 집에 돌아오던 아이는 모처럼 오후 잠을 자는 중이다.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자.

'휴원'이라는 글자에서 '다행이다'를 읽는다.

예체능에서부터 영어, 수학 등 죄다 강제 휴원, 강제 종료란다.

이참에 학습지도 종료해버렸다.

초등 입학을 앞두고 사교육에 열을 올리던 엄마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에겐 바이러스보다 더 깊이 잠식해 우리를 옥죄던 그 사교육 말이다.

물론 일시적인 멈춤이라고 할지라도 잠시 속이 후련하다.


잠든 아이 얼굴을 쓰다듬어 본다. 이 시간이 얼마나 필요했을까를 생각하니,

심난, 불안하기만 했던 바이러스를 담담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이유를 찾은 듯 여유가 생긴다.

2주 동안 흔한 외출 한번 제대로 할 순 없겠지만 아이와의 밀도 높은 시간만큼은 확보된 셈이다.


모두가 심난, 불안한 때,

강제로 종료된 사교육 열풍이 이 참에 바이러스와 함께 제대로 정리되는 것도 좋겠다.

꼭 필요한 것만 그리고 적당한 범위에서의 사교육 정도로도 충분하다.

늦은 밤, 바이러스만큼 사교육에 불안한 초등맘의 문득 떠오른 생각들.


그나저나 코로나 19는 언제쯤 잠잠해질까.

모두가 불안한 밤이다.


#코로나19 #초등맘의 인생수업 #졸업식취소 #초등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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