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editor Oct 31. 2020

누군가를 뭉클하게 한다는 것

초등맘의 인생수업

#

가을빛 가득한 숲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나서는 일. 친구가 즐겨하는 일이다. 
새벽에 일어나 몇 시간을 달려 아무도 밟지 않은  숲의 낙엽을 밟고, 일출을 맞이한다. 깊은 숲 속 절 한 켠에 숨어있는 비공개 보물을 마주하고, 기록에 남긴다. 
박물관 강의를 들으러 기꺼이 시간을 낸다. 안개 가득한 새벽 들판을 보기 위해 잠을 포기한 건 오래다. 
끼니를 거르고, 숲을 헤집고 다니느라 작은 상처들도 온 몸에 가득하다. 
그렇게 거의 매일 그녀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낯선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혼자 남은 잠깐의 시간을 채우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덕분에 그녀의 카메라 안에는 온갖 보물들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그녀에게 이렇게 핀잔을 준단다.
“돈도 안되는 쓸데없는 일을 왜 하니?”라고 했단다.
그녀는“그렇지. 돈을 버는 일도, 뭔가를 얻는 일도 아니라며…”의기소침해한다.

잠시 우울해진 그녀에게 그림책 하나를 건냈다. ‘프레드릭(레오 리오니, 시공사)’. 그램책 프레드릭은 
겨울이 되기 전 세상의 빛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으며 놀기만 하던 쥐 ‘프레드릭’, 겨울이 되고 열심히 일해 쌓은 양식이 떨어지자 쥐들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때 프레드릭이 나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자신의 햇살과 색깔, 그리고 따듯함을 이야기로 들려주며 쥐들에게 행복을 건넨다.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 ‘햇살’과 ‘빛’을 모으는 프레드릭처럼 언젠가는 너의 이야기를 들려줄 날이 올꺼야.”
친구는 무척 뭉클해한다. 한층 밝아진 얼굴이다. 
그런 친구를 바라보자니 나도 뭉클해진다.


#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 막 악기 교육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서툴지만 어릴 적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 피아노를 연주하곤 한다. 아침. 아이가 등교한 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곡에 뭉클.해 연주를 시작했다.
건반을 두드리며 한창 곡에 취해 있을 때쯤. 열어 둔 창문을 떠올렸다. 창문 밖에서 들리는 싸리빗자루 소리. 그러고 보니 연주 내내 싸리빗자루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같은 거리감으로. 아마도 한 자리에서 빗자루 질을 하고 계신 게 틀림없었다.
청소하시는 아저씨가 듣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건반을 두드리는 손가락에 정성을 쏟았다.  
아저씨를 위한 마음으로. 콧등에 땀이 송긋 맺혔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위한 연주를 했다는 생각이 들자 덩달아 뭉클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 공부의 결정적 단서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