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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editor Nov 09. 2020

난 오늘 마녀엄마가 되었다

초등맘의 인생수업

 세상의 거센 바람은 엄마를 흔들어댄다. 하지만 결국 엄마는 버텨낸다. ‘엄마’라는 이름의 중력을 짊어지고 우리의 세계를 지켜낸다. 그 울타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킨다. 그렇게 우리의 고유한 역사가 된다. 이름 없는 한 방울일지라도 그렇게 사라지는 한 방울일지라도. 그건 분명한 역사다. 바로 엄마가 이룩한 위대함이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 돌도 안된 둘째. 때마침 코로나가 겹치며 잔잔하던 우리의 일상이 출렁인다. 매일 마음을 다스리자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쉽지 않다. 함께 책도 읽고, 이야기를 나누던 아주 작은 일상도 지금 우리에겐 사치다. 얼굴엔 웃음을 찾기 힘들다. 엄마의 구겨진 얼굴 뒤로 작디작은 아이의 마음도 함께 구겨진다. 

그렇게 난‘마녀엄마’가 되어가는 중이다. 동화 속에서 착하고 예쁜 공주님을 괴롭히는 마녀 말이다.

엄마는 매일 밤‘성스러운 의식’을 치른다. 깊은 밤, 곤히 자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눈물의 반성은 매일 밤 반복된다.

“친구같이 다정하고, 삶의 여유를 가진 우아한 엄마가 되게 하소서.” 

눈물의 다짐을 하지만 아침 해가 뜨는 동시에 마법은 사라져 버린다. 나 자신을 추스르는 것조차 버거운 나날의 연속이다. 좋은 부모, 좋은 육아는 공허한 외침이 된다. 


때마침 도착한 책 ‘마녀엄마’를 만났다. 나 같은 마녀엄마가 또 있구나.라며 시작된 동지애는 마음 한 켠을 살며시 다독인다. 첫 장을 넘긴 순간부터 한 장 한 장 숨 가쁘게 빠른 속도로 넘어간다. 동지애에서부터 시작된 감정들이 서로 엮어 함께 울고 웃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자칫 가볍게 읽고 마는 육아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저자의 깊은 사유, 책을 좋아하는 저자가 발췌한 문장들에서 저자만이 가진 고유한 삶의 자리를 가늠한다.  


내 앞에 놓인 현실에 매몰되어 깨닫지 못했던‘진짜 부모’의 모습을 상기했다. ‘성장’, ‘믿음’, ‘자유’, ‘넓어짐’, ‘깊어짐’등의 키워드에서부터 책 읽기, 공부, 학벌 등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가치관들은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는 몇몇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부모의 자리를 다시 정의했다.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고단한 부모의 삶이 아닌 감당할 만한 고유한 성장 기록임을 가슴 깊이 깨닫는다. 괜찮다는 위로, 솔직 담백함의 카타르시스, 내 삶의 향한 긍정은 덤이다.



-밑줄 긋기 - 

9.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가장 강력한 엄마의 힘이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쓴 <소박한 정원>에서 그 지혜를 다시 배운다.

“씨앗들은 언제 흙을 뚫고 올라와야 하는지, 언제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울지, 어떻게 씨앗을 다시 맺어야 하는지 안다. 지구에 잉태되어 태어난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 안에는 이런 삶의 지혜가 다 담겨 있다. 그러니 키운다는 말은 애초 잘못된 단어일지도 모른다. 자식, 식물, 동물… 그건 키우는 게 아니라 이해의 일이고 잘 자라 줄 것이라는 믿음의 일이기도 하다.”

> 안절부절.. 매일 불안한 엄마의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애쓰는 마음이 아닌 믿는 마음이 더 큰 힘을 발휘함을 발견한다.


45. 부모라는 한배에 올라탄 이상 우리의 목적은 같았다. 무사히 ‘어른의 땅’에 내려줄 때까지 아이라는 선원을 잘 보살피는 것. 아픈 아이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단단해지고 소박해졌다. 견고한 경첩처럼 서로의 어깨에 의지했다. 

> 동지의식. 서로의 어깨를 의지한다는 것. 육아에 힘이 부쳐 부부 관계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함을 감지하던 때에 이 문장을 만났다. 이 과정을 통해 함께 단단해지고 소박해지며 견고해지자고 서로의 어깨를 다독였다.


49. 자유롭고 파격적인 그림을 그려 온 화가 김점선. 세상에 겁날 것 하나 없이 멋대로 살아온 그도 딱 하나 무서운 게 있었다. <점선뎐>에 쓴 ‘나의 유언장’을 보고 알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이 세상에서 내가 낳은 아이를 제일 무서워하면서 살았다. 혹시 그에게 내가 나쁜 영향을 줄까 봐 평생을 긴장하며 살았다. 아들을 비웃거나 빈정거린 말을 한 기억이 없다. 그런 정신 상태에 잠긴 기억도 없다. 나의 아들은 기억 속의 나를 종종 추억하면서 웃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게 딸아이였다. 내 감정을 여과 없어 쏟아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내 삶을 마음껏 사는 동시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 삶. 부모로서의 이상적인 삶을 마음속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51.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가 먼저 슬퍼하고 좌절하면 그 어두운 기운이 자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소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긍정적인 부모를 둔 아이들 생존율이 훨씬 높았다는 결과를 책에서 읽었다. 그만큼 양육자의 의연하고 긍정적인 태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놓고 한참을 생각했다. 난 아이에게, 세상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찔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59. <나는 달걀 배달하는 농부>에서…(중략)…병아리가 태어나 맨 처음 먹는 것이 물과 멥쌀 현미란다. 세상에 나온 지 하루밖에 안 되는 여린 생명체가 작은 부리로 쪼아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먹이다. 일부러 소화하기 가장 어려운 먹이를 준다. 그것이 소화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방법이란다.


60. 스티븐 킹’은 중편소설 ‘우등생’을 통해 말한다. 아이들에게는 가능한 한 빨리 인생이라는 것을 알려 주라고.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인생이란 호랑이의 꼬리를 붙잡는 것과 같아서, 그 호랑이의 성질을 잘 알지 못하면 잡아먹히게 된다고.

>부모는 보호막..이라는 핑계로 잔디깍기맘이 넘쳐난다. 덕분에 아이들은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늦기 전에 ‘병아리’훈련을 시도해야 겠다.


95. 두 아들을 ‘강하고 똑똑하고 바른 인재’로 키우기 위해 실천한 과정은 담대하면서도 치밀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 준 부모의 관심과 인내력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고 부를 만했다. 

“아이들에게 달리라고 소리만 치지 말고, 제대로 달릴 길을 만들어 줘라!”

> 초등 입학과 동시에 내 머릿속을 차지하는 ‘교육’이라는 단어. 진정한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단순히 교육열 높은 엄마는 지양한다. 아이의 삶을 이끌 올바르고 치밀한 전략, 가치관이 우선되어야 함을 다시 깨닫는다.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며 함께 수영했다는 작가는 이전 책 ‘마녀체력’을 쓸 만큼 솔선수범한 삶을 산다. 읽자마자 나도 가까운 수영장을 검색했다.


105. 끝까지 믿어 보자. 부모가 바르게 사는 모습을 지켜본 아이라면 마른 나무처럼 뒤틀리지는 않을 거라고.


217. 무조건 너를 지지한다.


227.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 강철같은 인간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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